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여덟 번째 회에서는 에메랄드 색의 아름다운 빼오에 호수를 따라간 트레킹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
12월 5일
어제 저녁 숙소인 Norte 산장은 8명이 자기엔 괜찮지만, 짐까지 들여놓기엔 매우 좁았다. 짐정리를 하려면 큰 가방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야만 복도에서 가방을 펼 수 있었고, 작은 가방만 통로에 놓아도 비좁은 느낌이었다. 다만 침구가 깨끗하고 푹신한 것은 좋았다.
7시 반에 산장 central 건물 식당으로 갔다. 우리의 현지 가이드가 미리 계산하고 자리까지 잡아놓았다. 경치가 좋은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기다렸는데, 야채와 빵은 계속 가져다주어서 좋았고, 메인으로 나온 돼지고기 덮밥도 꽤 괜찮았다. 야채에 발사믹 소스,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남은 양념 모두를 빵으로 닦아 먹으니 그릇마저 깨끗했다.
쿠키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먹고, 맥주도 한 잔씩만 마시고, 거실 쪽으로 와서 엘깔라파테에서 부터 가져온 와인을 따서 한두 잔씩 나눠 마시고 잘 준비를 했다.
짐을 열고 옷 정리를 해야 했다. 내일부터 묵을 그레이 빙하 쪽 산장에서 2박 할 용도로 작은 가방에 따로 싸야 했는데, 이게 꽤 번거로운 일이라, 아침에 샤워하면서 바로 입을 옷, 빨래거리로 보관할 옷, 2박 3일 동안 챙겨 넣을 옷 등을 나누기로 하고, 나는 세수와 발만 씻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어 나는 오랜만에 ‘철학대철학’을 들고 거실에서 읽었다. 오랜만에 읽었어도 챕터별로 되어 있어서 잘 읽혀졌다.
11시가 되어도 하늘이 파랗고, 해가 진 곳은 아직도 여명이 밝아서 별보기가 안 좋았다. 별자리 앱을 켜서 이곳저곳 별자리를 확인해보다가 거실에서 졸고 있는 최 과장을 깨워서 같이 자러 들어갔다.
차가운 벽에 살이 닿으면 자꾸 잠에서 깨어서, 깊은 잠을 자진 못한 것 같다. 6시 반에 누군가 일어나면서 동시에 모두가 같이 일어났다. 나도 얼른 샤워장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오늘 이동시 입을 옷으로 갈아입고 내일 트레킹 옷을 챙겨 골랐다.
7시에 조식하러 가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아침 조식도 서빙을 해주었다. 커피만 자신이 받아오고 빵, 잼, 에그 스크램블 등은 가져다주었다. 배 시간에 맞춰야 해서 7시 40분에 짐을 들고 나와서 버스에 올랐다. 오늘도 역시나 조식 후 큰일을 치르느라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이번 장기간 여행 중에,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일을 잘 치르게 되어 하루 종일 난처한 일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버스로 조금 달려서 보트 선착장에 도착했다.(Puerto) 빼오에 호수를 지나면서 토레스 산군의 모습이 멋지고, 파란 하늘이 멋졌다. 큰 짐은 버스에 그냥 놔두고 작은 짐만 들고 9시 배를 타고, 30분 이동 후 그란데 산장에 내렸다.
작은 짐을 산장에 맡기고 우리는 빼오에 호수를 따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호수의 에메랄드 색깔이 멋지고, 뒤의 토레스들의 병풍 같은 풍경이 너무 좋았다. 사진 찍고 천천히 여유 있게 가다가, 12시 즈음 양지 바른 곳, 바람이 없는 곳에서 샌드위치 점심을 먹었다. 3km 정도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왔고, 천천히 걷다보니 오른쪽 무릎이 아프던 것이 오히려 괜찮아졌다.
2시에 다시 산장에 도착해서 다른 분들은 쉰다고 할 때 조 선생님과 나는 더 걸어보기로 했다. 철학책을 가져왔다면 산장 거실에 앉아서 책을 봤을 수도 있는데, 책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되어, 산장에 있는 것보다, 밖을 걷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방 배정 받자마자 2시 10분에 조 선생님과 둘이서 다시 트레킹을 시작했다. 내일 가는 코스 말고 이탈리아노 산장 쪽으로 갔는데, 2011년 이스라엘 여행객의 화재사고로 하얗게 타버린 나무들이 많은 구간이었다.
한 번의 실수라고하기에 그 피해가 너무나 엄청나다. 동인천 우리 부모님 집 화재 사건도 그렇지만, 화재에 대비를 잘 해야 한다.
이탈리아노 산장으로 가는 길에 skottberg 호수를 만나서 그 옆을 따라 걷는데 바람이 너무 거셌다. 그동안 파이네 국립공원에 바람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오늘 오후에 제대로 맞은 것 같다.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언덕을 넘으니 두 번째로 다른 호수가 나타났다. 이 부근에 하얗게 타죽은 나무들이 제일 많았고, 바람 소리도 가장 기괴했다. 이미 5.4km를 걸었고,( 7.5km 거리의 이탈리아노 산장은 아직 멀었고), 4시가 되어서, 여기서 더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뒤로 돌아왔다. 바람이 처음보다 더 세져서, 사실 제대로 우리 산장에 도착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되돌아왔다.
중간에 크래커 하나씩 먹고, 바람에 휘청휘청 거리면서 6시에 그란데 산장에 잘 도착했다. 곧장 더운물 샤워까지 했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7시에 맞춰서 식당에 줄서서 쟁반위에 배식을 받았는데, 오렌지 주스, 야채스프, 야채 샐러드(여러 가지 소스는 셀프로 이용했다.), 감자튀김, 소고기 스튜, 딸기 케이크를 차례로 올려놓으니 푸짐한 한상이 되었고, 모든 메뉴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서 배부르게 먹었다. 맥주라도 할까 했으나, 내일 마지막 트레킹이 남아있어서 오늘은 참기로 했다. 내일 하산 후 축하를 해도 늦지 않는다.
오늘은 6인용 방이어서 내가 조 선생님 위 2층으로 올라가서 자야할 것 같은데,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싫을 것 같다. 오늘은 낮잠을 안 잤으니, 일찍 자고 푹 잘 것 같다.
산장 음식이 안 좋으면 라면을 먹을까 했었는데, 다들 만족해하는 느낌이다. 내일 날씨만 좋기를 마지막으로 기도한다. 오늘도 17km 이상을 걸었더니 오른발 물집이 다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