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에메랄드 빛 빼오에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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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에메랄드 빛 빼오에 호수
  • 조남억
  • 승인 2018.07.27 17:51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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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8]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여덟 번째 회에서는 에메랄드 색의 아름다운 빼오에 호수를 따라간 트레킹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

토레스 델 파이네 노르테 산장의 식당에서 바라본 풍경. 토레스 3봉중에 2봉이 잘 보인다.(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가 어제 본 토레스 3봉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나는 맞다에 한표.)  (ⓒ 조남억)

12월 5일

어제 저녁 숙소인 Norte 산장은 8명이 자기엔 괜찮지만, 짐까지 들여놓기엔 매우 좁았다. 짐정리를 하려면 큰 가방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야만 복도에서 가방을 펼 수 있었고, 작은 가방만 통로에 놓아도 비좁은 느낌이었다. 다만 침구가 깨끗하고 푹신한 것은 좋았다.

7시 반에 산장 central 건물 식당으로 갔다. 우리의 현지 가이드가 미리 계산하고 자리까지 잡아놓았다. 경치가 좋은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기다렸는데, 야채와 빵은 계속 가져다주어서 좋았고, 메인으로 나온 돼지고기 덮밥도 꽤 괜찮았다. 야채에 발사믹 소스,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남은 양념 모두를 빵으로 닦아 먹으니 그릇마저 깨끗했다.

쿠키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먹고, 맥주도 한 잔씩만 마시고, 거실 쪽으로 와서 엘깔라파테에서 부터 가져온 와인을 따서 한두 잔씩 나눠 마시고 잘 준비를 했다.

짐을 열고 옷 정리를 해야 했다. 내일부터 묵을 그레이 빙하 쪽 산장에서 2박 할 용도로 작은 가방에 따로 싸야 했는데, 이게 꽤 번거로운 일이라, 아침에 샤워하면서 바로 입을 옷, 빨래거리로 보관할 옷, 2박 3일 동안 챙겨 넣을 옷 등을 나누기로 하고, 나는 세수와 발만 씻었다.

다른 분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어 나는 오랜만에 ‘철학대철학’을 들고 거실에서 읽었다. 오랜만에 읽었어도 챕터별로 되어 있어서 잘 읽혀졌다.

11시가 되어도 하늘이 파랗고, 해가 진 곳은 아직도 여명이 밝아서 별보기가 안 좋았다. 별자리 앱을 켜서 이곳저곳 별자리를 확인해보다가 거실에서 졸고 있는 최 과장을 깨워서 같이 자러 들어갔다.

차가운 벽에 살이 닿으면 자꾸 잠에서 깨어서, 깊은 잠을 자진 못한 것 같다. 6시 반에 누군가 일어나면서 동시에 모두가 같이 일어났다. 나도 얼른 샤워장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오늘 이동시 입을 옷으로 갈아입고 내일 트레킹 옷을 챙겨 골랐다.

7시에 조식하러 가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아침 조식도 서빙을 해주었다. 커피만 자신이 받아오고 빵, 잼, 에그 스크램블 등은 가져다주었다. 배 시간에 맞춰야 해서 7시 40분에 짐을 들고 나와서 버스에 올랐다. 오늘도 역시나 조식 후 큰일을 치르느라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이번 장기간 여행 중에,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일을 잘 치르게 되어 하루 종일 난처한 일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 조남억)
(ⓒ 조남억)
산장에서 나오면서, 버스에 놔둘 큰짐과 산장에서 사용할 작은 짐, 트레킹에 이용할 가방짐을 분리해서 모였다. (ⓒ 조남억)

버스로 조금 달려서 보트 선착장에 도착했다.(Puerto) 빼오에 호수를 지나면서 토레스 산군의 모습이 멋지고, 파란 하늘이 멋졌다. 큰 짐은 버스에 그냥 놔두고 작은 짐만 들고 9시 배를 타고, 30분 이동 후 그란데 산장에 내렸다.

작은 짐을 산장에 맡기고 우리는 빼오에 호수를 따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호수의 에메랄드  색깔이 멋지고, 뒤의 토레스들의 병풍 같은 풍경이 너무 좋았다. 사진 찍고 천천히 여유 있게 가다가, 12시 즈음 양지 바른 곳, 바람이 없는 곳에서 샌드위치 점심을 먹었다. 3km 정도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왔고, 천천히 걷다보니 오른쪽 무릎이 아프던 것이 오히려 괜찮아졌다.

버스로 뻬오에 호수 선착장에 가는 도중에 전망대에서 버스가 멈춰주어서, 언덕위로 올라갔더니, 사방으로 보이는 파노라믹 뷰가 환상적이었다. (ⓒ 조남억)
오른쪽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구간에서 왼쪽의 그레이 빙하 구간 사이의 구간을 가로 지르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이 유명한 W자 코스인데, 우리는 가로구간을 버스와 배로 건너뛰게 되었다. 산불로 인하여 풍경이 많이 회손되었기에, 코스를 변경했다고 하였다. 우리는 11자 코스 트레킹을 하였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버스에서 내려서 선착장까지 몇 백미터 걸어가서 배에 올라탔다. (ⓒ 조남억)
처음엔 배의 실내에 앉아있었는데, 창밖의 풍경을 보고서,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왼쪽이 paine grande, 오른쪽 코뿔소 모양이 cuernos del paine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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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위에 남아있는 어두운 점판암의 모양이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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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네 그란데 봉우리 왼쪽 아래에 파이네 그란데 산장이 보인다. (ⓒ 조남억)
산장 체크인 시간 이전에 도착하여, 작은 짐은 산장에 맡기고, 준비 운동후 산장의 남쪽 방향으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뻬오에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어서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의 에메랄드 빛깔을 만끽 할 수있었다. (ⓒ 조남억)

2시에 다시 산장에 도착해서 다른 분들은 쉰다고 할 때 조 선생님과 나는 더 걸어보기로 했다. 철학책을 가져왔다면 산장 거실에 앉아서 책을 봤을 수도 있는데, 책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되어, 산장에 있는 것보다, 밖을 걷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방 배정 받자마자 2시 10분에 조 선생님과 둘이서 다시 트레킹을 시작했다. 내일 가는 코스 말고 이탈리아노 산장 쪽으로 갔는데, 2011년 이스라엘 여행객의 화재사고로 하얗게 타버린 나무들이 많은 구간이었다.

한 번의 실수라고하기에 그 피해가 너무나 엄청나다. 동인천 우리 부모님 집 화재 사건도 그렇지만, 화재에 대비를 잘 해야 한다.

2011년 이스라엘 여행객이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불이 나서 많은 나무들이 탔는데, 여기까지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바람이 워낙 센 곳이어서, 산불을 끄기가 불가능했을 것 같다. (ⓒ 조남억)

이탈리아노 산장으로 가는 길에 skottberg 호수를 만나서 그 옆을 따라 걷는데 바람이 너무 거셌다. 그동안 파이네 국립공원에 바람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오늘 오후에 제대로 맞은 것 같다. 조금 더 가보기로 하고 언덕을 넘으니 두 번째로 다른 호수가 나타났다. 이 부근에 하얗게 타죽은 나무들이 제일 많았고, 바람 소리도 가장 기괴했다. 이미 5.4km를 걸었고,( 7.5km 거리의 이탈리아노 산장은 아직 멀었고), 4시가 되어서, 여기서 더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뒤로 돌아왔다. 바람이 처음보다 더 세져서, 사실 제대로 우리 산장에 도착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되돌아왔다.

중간에 크래커 하나씩 먹고, 바람에 휘청휘청 거리면서 6시에 그란데 산장에 잘 도착했다. 곧장 더운물 샤워까지 했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7시에 맞춰서 식당에 줄서서 쟁반위에 배식을 받았는데, 오렌지 주스, 야채스프, 야채 샐러드(여러 가지 소스는 셀프로 이용했다.), 감자튀김, 소고기 스튜, 딸기 케이크를 차례로 올려놓으니 푸짐한 한상이 되었고, 모든 메뉴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서 배부르게 먹었다. 맥주라도 할까 했으나, 내일 마지막 트레킹이 남아있어서 오늘은 참기로 했다. 내일 하산 후 축하를 해도 늦지 않는다.

오늘은 6인용 방이어서 내가 조 선생님 위 2층으로 올라가서 자야할 것 같은데,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싫을 것 같다. 오늘은 낮잠을 안 잤으니, 일찍 자고 푹 잘 것 같다.

산장 음식이 안 좋으면 라면을 먹을까 했었는데, 다들 만족해하는 느낌이다. 내일 날씨만 좋기를 마지막으로 기도한다. 오늘도 17km 이상을 걸었더니 오른발 물집이 다시 생겼다.

호수의 물 빛을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사진기술이 부족하여, 찍지 못하였다.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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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억)
바람이 센 곳이어서 그런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흰 구름도, 파이네 산군과, 호수와 더불어 함께 아름다웠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어느 서양 여자 한명이 오랜시간 여유있게 앉아서 풍경을 만끽하는데, 부럽고 멋있었다. (ⓒ 조남억)
(ⓒ 조남억)
3km정도 갔더니, 앞에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곳이 나와서, 여기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기로 하고, 잠깐 쉰 후 되돌아 왔다. (ⓒ 조남억)
(ⓒ 조남억)
갈때는 호수를 만끽하며 걸었다면, 올때는 파이네 산군을 만끽하면서 걸어왔다.(ⓒ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바람이 너무 세서, 모자의 챙이 눈앞을 가려서 걷기 불편하였다.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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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억)
산장에 도착 한 후, 쉴사람은 쉬고, 조 선생님과 나는 W자 트레킹 코스의 일부나마 맛보고자 이탈리아노 캠핑장으로 가는 코스로 더 걷기로 했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처음에 skottberg 호수가 나와서 호수 따라서 걸어갔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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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억)
이 부근에는 화재에 의한 피해가 엄청났던 것 같다. 죽은 고목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 조남억)
(ⓒ 조남억)
(ⓒ 조남억)
고개를 넘으니 두번째 호수가 나왔다. 이탈리아노 캠핑장까지 가 볼까 했으나, 해가 지고 있고,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어서, 5.4km정도 간 구간에서 되돌아왔다. (ⓒ 조남억)
산장안의 6인용 도미토리.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오니, 장기간 남미 여행중인 한국인 배낭여행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산장 예약을 못해서 산장밖의 텐트를 빌려서 잔다고 했는데, 밤에 많이 추워서 힘들어했다. 산장 안의 우리도 핫팩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자야 괜찮았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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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 2019-03-27 11:47:38
요즈음 제 글을 다시 읽어보러 들어와 봤더니, 선생님의 댓글이 많이 달려있던 걸 알았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면, 인사라도 나눌 수 있으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울타리 시러 2018-08-01 14:39:14
암튼,
내일부터 조남억님의 글을 처음부터 읽어야겠다.

확실한 울타리 2018-08-01 14:34:03
보험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메르츠 치아보험이 한 달에 71,060원씩 나간다.
지금 10개월째 나갔다.
임프란트는 2년 후 100% 보상이란다. 2개에 한정해서.
내가 왜 이 보험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임프란트 2개에 200만원 치면 내 돈으로 치료하는 셈 아닌가?
보험사에 전화 해본다 하면서도 귀찮니즘이 작열하는 통에 이렇게 궁시렁 거리고 있다.
근데 이 보험의 정체가 도대체 뭐야? 무슨 이런 보험이 있냐구...
난 또 왜 들었어?수화기 넘어 쟁쟁거리던 보험아줌마 목소리가 아직도 울리고...있구.
팔랑귀...

역시 울타리 2018-08-01 14:22:01
엇그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김성준의 '그림의 눈 철학의 말'을 사서 읽어야지
생각하고 교보를 클릭해서 찾아 봤더니 없네?
알고 봤더니 다음의 브런치 연재 글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인지력이 엄청 떨어진 거 같아.치매?아냐,
치매증상이 있는 즉시 내 모든 장기를 다 기증해야겠어.
생물학적으로 쌩쌩할 때 기증하면 훨 좋을 거야.
열 개가 넘는 암보험 중에 치매보험도 분명 들었을 터,
근데 보험이 무슨 소용이야??

r그러니까울타리 2018-08-01 1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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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렀더니 아 글쎄 여행일기가 올 1월부터 시작했지 뭐야!!!
에휴 머리야...첫 장부터 여행지도가 떠억 올라와 있고.
나이 먹으니 독해력이 유난히 딸린다고 핑게쳐도 통할지 모르겠어...
핑게-에서 이 '게'가 맞는 거야, 이 개'가 맞는거야?
이젠 헷갈려서 댓글도 못 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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