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그레이 빙하를 보며 트래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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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그레이 빙하를 보며 트래킹을…
  • 조남억
  • 승인 2018.08.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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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29]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아홉 번째 회에서는 트래킹에 맞춤형이 돼 가는 몸과 반대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읽는 사람이 다 배가 아픈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

12월 6일

어제 10시 즈음 일찍 잠에 들어서 6시까지 모두 잘 잔 것 같다. Norte산장에서 새벽에 좀 추웠기에, 손난로 한 장을 뜯어서 들고 잤더니, 이불 속이 따뜻하고 중간 중간에 손을 덥힐 수가 있어서 좋았다. 6시에 기상해서 보니, 다행히도 어제보다 바람도 약하고 구름도 없다. 정말로 천우신조다. 날씨 운이 좋아서 너무나 다행이다.

7시에 줄서서 조식을 먹었는데, 산장에서 먹을 만 하게 준비해 주었다. 이 산장은 한번 예약하면 취소 환불을 안 해주는 곳이어서, 내 아내가 처음에 계약을 했다가 못 오게 되어서, 식권이 한 장 더 여유가 있었다. 한국인 배낭여행객 중에 밖의 텐트에서 밤새 춥게 잠을 잔 사람이 있어서 한 장 주었더니, 감사히 받아서 조식을 먹었다.

8시에 출발하였다. 처음부터 땀이 나고 열이 날 것을 대비하여, 방풍 옷을 벗고 시작하려 했는데, 초반 계곡부터 바람이 너무 거세어서 , 방풍 자켓을 안 입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작은 호수가 나타나서 그것을 지나고나니, 그레이 호수가 나타나면서 전망대가 나타났다. 3.5km지점이었다. 9시 40분에 그레이 빙하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발 50m 에서 출발하여 200m정도 오르는 것이었기에 그리 힘들지 않고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완만한 경사 계곡길을 올라가니 처음 나타나는 작은 호수, Patos호수 (ⓒ 조남억)
해발 50m에서 200m 로 올라오면 파토스 호수이고, 50m정도 되는 작은 언덕을 넘으면 그레이 호수가 나타난다. (ⓒ 조남억)
파토스 호수 앞에서. (ⓒ 조남억)
파토스 호수를 지나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커다란 그레이 호수 전망대가 나온다. 호수의 왼쪽 끝쪽에서 출발하여 오른쪽 끝의 빙하까지 다니는 유람선이 다닌다. (ⓒ 조남억)
빙하의 잔해가 떠있는 호수가 보이지만, 아직 빙하는 보이지 않는다. (ⓒ 조남억)
호수 오른쪽으로는 파이네 국립공원 산군의 모습이 펼쳐진다. (ⓒ 조남억)

보통의 팀이었다면 여기서 반 정도가 되돌아갔다고 했는데, 우리 팀은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시간도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레이 산장을 향해서 더 갔다. 지금까지 많이 불던 바람이 전망대를 지나 하산 길에 들면서 숲이 나오니, 바람도 줄었다. 여기서 모두 외투를 벗었다.

전망대에서 보면 가운데 섬이 있어서 빙하를 막고 빙하를 양쪽으로 나누고 있었다. 그 멀리서부터 밀려오는 빙하의 모습이 거세게 밀려오는 계곡물처럼 보였다. 그것도 일어서서 내려오는 성난 계곡물 같았다.

7.5km를 부지런히 걸었는데, 거의 평지길이어서 수월했지만, 숲속의 길과 왼쪽의 호수, 오른쪽의 가파른 산의 모습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12시 10분 즈음 드디어 그레이 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도시락을 먼저 먹기로 했다. 매점에서 최 과장이 사발면을 사주어서, 그것과 같이 샌드위치를 먹으니 먹기 좋았다. 샌드위치 반개에 사발면은 국물까지 다 마시게 되니, 속이 오랜만에 든든한 느낌이었다.

(ⓒ 조남억)
(ⓒ 조남억)
작은 언덕을 넘으니, 멀리로 그레이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 조남억)
(ⓒ 조남억)
그레이 빙하로 가는 오른쪽 길과, 그레이 빙하 첫번째 전망대 (ⓒ 조남억)

보통은 여기까지가 코스인데, 우리는 800m 더 가서, 빙하 전망대까지 가기로 했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짐은 산장에 놓고 몸만 가기로 했다. 1시 출발하여 전망대에 금방 도착하였는데, 앞선 전망대보다는 더 빙하에 가깝게 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4km이상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었고, 섬에 가려져서 왼쪽은 보이지 않고 오른쪽만 보여서, 전망으로만 보자면 앞의 전망대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 훨씬 가깝게 다가간 것이긴 한데, 그렇다고 빙하가 더 커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와보았다는 성취감에 모두가 행복해 했다.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그레이 산장으로 왔다.

최 과장은 산장에서 우리의 짐을 맡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여우가 다가와서, 사진을 찍었다고 보여주었다. 막상 보면 개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꼬리가 다르긴 하였다.

다시 배낭을 메고, 2시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걸었다. 오늘은 왼쪽 등산화 바깥쪽이 자꾸만 복숭아 뼈에 걸려서 걸을 때마다 아팠다. 등산화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3시 즈음 잠깐 쉬고, 계곡의 방하 물을 수통에 채우고, 4시 즈음 쉬면서 바람골을 대비하여 방풍 자켓을 입고 초콜릿을 하나씩 먹었다. 앞선 전망대로 오르는 등산길 이후 계속된 완만한 하산 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때에는 되돌아오는 길이 더 지루하고 힘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지루하고 힘들지 않게 하산할 수 있었다.

5시 50분에 마침내 Refugio Paine Grande 산장에 도착했다. 왕복거리 25.6km로 거리로는 제일 길었던 구간이었지만, 표고 고도차가 심하지 않아서 피츠로이 때보다 시간은 덜 걸린 것 같다.

며칠 동안 20km 이상 트레킹을 계속 하다 보니, 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이젠 트레킹에 맞는 몸이 된 것 같다. 평지뿐만 아니라 언덕길도 오히려 쉽게 느껴지고, 하산 길도 괜찮았다. 다들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에 쉽사리 등산화 끈을 풀지 못했다. 산장 앞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잘 마침에 감사하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6시에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새 속옷으로 갈아입으니 개운했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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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도 가까운 빙하 호수 옆에서 여름이라고 꽃이 피었다. (ⓒ 조남억)
호수 옆길따라 가서 제일 앞쪽에 볼록 튀어나온 곳이 오늘의 목표, 그레이 빙하 제 2 전망대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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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가까워 지면서 왼쪽 빙하는 섬에 가려지고, 오른쪽 빙하만 보인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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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네 그란데 산군의 봉우리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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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산장,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10.5km 거리에 있다. (ⓒ 조남억)
바람 없는 곳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사발면과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 조남억)
우리들은 제2 전망대로 더 향하고, 최과장이 산장에 남아서 짐을 지키고 있는 동안 나타나서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는 여우.(직접 못 본것이 아쉬웠지만) (ⓒ 조남억)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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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산장에서 800m만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고 하여, 짐을 산장에 맡겨놓고서 가볍게 다녀오기로 하였다. (ⓒ 조남억)
(ⓒ 조남억)
먼저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호수가에 가 본 후에, 왼쪽의 바위언덕 위로 올라갔다. (ⓒ 조남억)
바위 언덕 위에 올라 바라본 그레이 빙하. 섬에 가려져서 오른쪽만 보이기에, 제 1전망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작아보였다. 7km이상 가까이 왔는데도, 별로 커보이지가 않았다. 여기서부터 또다시 4km이상 걸어가면, 빙하 바로 옆으로 가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시간도 없었고, 모레노 빙하 트레킹을 했으니, 여기서 되돌아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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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전망대 오른쪽의 파이네 그란데 산군 봉우리들 (ⓒ 조남억)
(ⓒ 조남억)
그레이 빙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 그림설명. (ⓒ 조남억)
1986년에도 제 2 전망대까지 빙하가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 (ⓒ 조남억)
되돌아 감을 아쉬워 하면서 찍은 단체 사진. (ⓒ 조남억)
(ⓒ 조남억)
되돌아 오면서 뒤돌아 보게 되었다.  (ⓒ 조남억)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 도착하여, 토레스 델 파이네 3일 트레킹을 무사히 잘 마침을 축하 하면서 단체 사진을 더 찍었다. (ⓒ 조남억)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내일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으려면 점심때 받은 사과를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7시 저녁 시간까지 기다리기에 배가 너무 고파서 작은 사과 하나를 통째로 다 먹었다. 20분 즈음 후부터 손바닥이 가려웠다. 저녁 먹으러 줄을 섰는데, 가려움증이 점점 심해져서 잠시 후엔 발바닥, 사타구니, 목과 등까지 가려웠다. 구토도 할 뻔했다. 최 과장에서 이야기를 했더니, 알레르기 상비약이 있다고 하여 받아먹고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으로는 밥과 닭다리 구이여서 맛이 좋았었다. 컨디션만 좋았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칠레 돈으로 와인도 사고, 닭다리도 하나 더 받아먹었을 것 같은데,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얼른 식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분들에게도 나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죄송했다.

억지로 구토를 할 수도 없고 하여, 손난로 하나 뜯어서 2층 침대로 올라가서 배에 난로를 올리고 누웠다. 피곤했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난로를 품고 있어서 인지, 밤새 어렵지 않게 잠을 잤다. 앞으로는 사과에 주의를 더 기울이면서 살아야 하나보다. 어릴 때에는 괜찮더니, 10여 년 전에 복숭아를 먹고 알레르기가 생기더니, 이젠 사과에도 생겼나보다. 이런 게 나이 드는 것일까? 몸에 가려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진다. 

산장 저녁 식사. 맛도 좋고, 메뉴도 좋았었는데, 사과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서 더 못 먹은 것이 아쉽다.  (ⓒ 조남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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