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만 하면 정말 다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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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만 하면 정말 다 되는 건가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9.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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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과위생사 업무범위만 유지된 의기법 개정안 사태를 보며…

소란스러웠던 지난 2주간이 지났다. 핑퐁치기하듯 성명서를 써내는 일도 당분간 없을 듯 하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2009년 치과위생사가 임시부착물을 제거하다 문제가 발생, 고소를 당해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부터다.

판결 이후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이하 의기법)’내 치과위생사 업무영역 명시, 또한 그로 인해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간 업무영역 갈등이 불거졌다.

이어 지난 2011년 11월 8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치과위생사 업무 8가지가 명시된 의기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6개월 뒤인 2013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현실적 문제로 2015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두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2013년 5월 보건복지부는 치과진료 종사 인력 당사자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 등 4자 TF를 꾸려 11차례에 걸쳐 업무범위를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에도 문제가 된 부분은 ‘보조’행위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의기법 때문에 치과위생사의 임플란트 수술보조가 ‘위법’이었다가, 몇 달새 유권해석으로 ‘합법’으로 바뀌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뭐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회원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키도 했다.

치위협은 “의료행위보다 위험성이 경미한 의료 ‘보조’행위를 특정 범위 의료행위를 영위할 수 있는 치과위생사가 못하는 건 넌센스”라는 입장이었고, 간무협은 “주사, 투약, 측정, 수술‧진료 보조 등은 간호인력인 간호조무사의 영역이며, 의료기사인 치과위생사가 우리를 지도‧감독할 권한은 없다”고 못 박았다. 치협은 ‘구인난’을 이유로 치과위생사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 당시에도 치협‧치위협‧간무협 3자 모두 '합의'한 유일한 내용은 ▲치과의료의 발달로 세분화 전문화된 현실을 법령과 제도가 뒷받침 하지 못한 것 ▲복지부의 무능한 중재로 모든 치과의료기관과 치과진료 종사 인력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든 것 등이다.

즉,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수급정책의 수립 및 조정을 담당하는 복지부의 무능‧무책임‧무관심 때문이란 것.

이번에도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와 의료자원정책과는 지난 10일 치위협 법제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치과위생사의 진료보조 업무에 대한 관련법 개정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치협과 협의해 수용된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면담이 성사된 것도 분열된 치위협을 대신해, 일반 임상 치과위생사들과 일부 교수들이 치과진료보조 업무의 법적 보장과 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방조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지난 세월 시달린 ‘피로감’ 때문인지. 당사자인 치협과 간무협은 의외로 조용했다.

입법예고 마감기한인 지난 18일, 구강생활건강과에 향후 일정을 질의하자 “치협이 제안한 협의체 이름은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 ”이라며 “개정관련 해서는 우리과 소관이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료자원정책과는 “치위협이 지난 10일 제안한 개정안은 검토를 거쳐 타당하면 반영할 생각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으며, 구강생활건강과가 직역간 협의를 한다고 하는데, 협의만 해오면 반영 되냐는 물음에는 “구강생활건강과와 합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치위생정책연구소 배수명 공동대표는 “협회 간 의견 수렴을 말하는데, 정말로 치협과 치위협이 합의해 오면 개정안을 바꿔줄지 의문”이라며 “치협과 합의해야한다는 것 때문에 개정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 이건 복지부가 규탄받아야 할 내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배 대표는 “입법예고 기한 연장이 부담인 건 사실이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 40일이 대수인가”라며 “복지부는 입장도 없고 문제를 잘 못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관련 담당자에 대한 파면 운동도 진행할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10여 년 째 끝이 안나는 문제에 이제는 복지부가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올 때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의료자원정책과의 업무 (출처 = 홈페이지 캡쳐)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구강생활건강과의 업무 (출처 =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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