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대기업’ 간 뇌물거래의 핵심 청부법안인 ‘규제프리존법’이 이름표를 바꿔달고 국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지난 20일 법사위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3당 간사합의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규제특구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 재석의원 194명 중 찬성 151명으로 압도적으로 통과시켜버렸다.
이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와 생명안전보호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오늘(21일) 성명을 내고 규제특구법을 전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규제특구법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프리존을 한글로 바꾼 ‘규제자유특구법’으로 결정됐다. 뭐가 켕기는 지 남북정상회담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안철수 후보의 규제프리존법 찬성입장에 대해‘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냈다’며 반대하고선, 정권을 잡은 후 ‘혁신성장’이란 이름으로 이 법을 부활시켰다”고 규탄했다.
특히 이들은 규제특구법에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장치들’이 제거됐는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했다.
‘우선허용-사후규제’. 국민생명 위협!
규제특구법은 기업이 요구하는 ‘지역전략산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이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가 되거나 환경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에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공동행동은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호를 위한 엄격한 사전예방 원칙을 적용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제한할 수 있다’는 문구가 안전장치며, 의료영리화 금지 규정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것이 구체적 제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며, ‘생명‧안전 위협이란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질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을 통해 ‘임시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를 “탐욕스러운 기업의 고삐를 풀고 국가의 안전규제 의무를 무력화 하는 법”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기업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고 우선 국민들이 사용하게 한 후 사후 규정을 만들겠다는 가장 심각한 조항”이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기업 돈벌이를 위해 국민을 유해물질에 노출시키는 법률을 제정한 것인데, 이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라돈침대 사건, 독성 생리대 사건 등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재앙을 일으킬 법안”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규정은 전혀 삭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민주당이 생색내며 제시한 ‘안전장치’도 누더기로 만들었는데, ‘임시허가 제도’로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하면 사실상 기한이 무한대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실증을 위한 특례’ 모두 고의‧과실이 없어도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한다던 ‘무과실 책임 원칙’을 없앴다”며 “근본적으로 이러한 안전장치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해 기간 제한도 전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해 왔지만, 민주당은 자한당과 손잡고 이 법을 통과시켰다”고 개탄했다.
‘지역전략사업’이면 의료도 무한대 규제완화 가능
지역특구법에는 ‘민간기업은 시도지사에게 규제자유특구를 제안할 수 있고, 시도지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민간 기업이 원하면 특정지역에서 특정 산업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제품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공동행동은 “법안의 부칙 3조에 따르면 ‘2015년 12월에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해 놨다”며 “박근혜 정권이 기업에게 뇌물을 받고 추진하려 한 ‘규제프리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적폐가 계승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일부 언론이 말하듯 ‘보건의료가 규제완화에서 배제됐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역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 관련 사업이 지정되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규제가 동시에 무력화 될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 당시 지정된대로 강원도에서는 스마트헬스케어(원격의료) 규제가 완화되고, 충북과 대전은 줄기세포‧유전자치료 같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하는 의약품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울산은 3D 프린터로 의료기기를 만들어 규제를 피하겠다고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만든 의료기기‧의약품은 전국 환자에게 적용된다”며 “우리가 처음부터 지적한대로 보건의료를 상업화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할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이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규제특구법은 개별특례조항의 개인정보규제완화와 관련있는 ‘규제프리존법’을 거의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지만 사실상 폐기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 한 것”이라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상황에서 예외조항을 먼저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신기술 역시 예외없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시민사회단체는 “민주당은 ‘우선허용-사후규제’원칙을 새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안이며, 의료영리화 우려를 해소했다고 언론을 호도하고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명칭만 다른 ‘혁신성장’이란이름의 사회공공부문 민영화와 규제완화 정책 일반을 중단하고, 규제특구법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무상의료운동본부와 공동행동이 낸 성명서 전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악법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 통과 규탄한다. 어제(20일) 국회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규제자유특구법)을 본회의에서 가결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대기업 간 뇌물거래의 상징인 핵심 청부법안 ‘규제프리존법’이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됐다. 법안 명칭도 ‘규제프리존’을 한글로 바꾼 ‘규제자유특구’법으로 결정됐다. 뭐가 캥기는지 남북정상회담으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첫째, ‘우선허용·사후규제’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둘째,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는 탐욕스런 기업의 고삐를 풀고 국가의 안전규제 의무를 무력화한다. 셋째, 규제자유특구에서 지역전략산업에 대한 무한대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 일부 문제 조항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이는 이 법안의 핵심이 아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위에서 제시한 이 법의 원칙 조항이 문제라고 오래 전부터 분명히 주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언론을 호도하며 생명·안전을 지키는 법안이며 의료 영리화 우려를 해소했다고 왜곡하고 있다. 게다가 개별 특례조항도 개인정보 규제완화 관련해서는 규제프리존법안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되었고 사실상 폐기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 것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외 조항을 먼저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법제를 무력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기술 역시 예외 없이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한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추진했고,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은 그 핵심 법안이었다. 이제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적폐법안’이라고 했던 법을 자신들의 손으로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묻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기업 돈벌이를 시키는 것이 혁신성장인가? 2018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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