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견문록] 메디칼 투어리즘(Medical Tourism)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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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견문록] 메디칼 투어리즘(Medical Tourism)①
  • 이상윤
  • 승인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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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자 타임지 비즈니스 섹션에 ‘Outsourcing Your Heart’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아웃소싱이라는 말은 외주(外注)라고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좀 특별한 뉘앙스가 덧붙여진다.

우스갯 소리로 "미국에는 미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장난감부터 시작해 연구실의 전문인력까지 사실 미국에서는 미제, 즉 'made in USA'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물건을 집어 들었을 때 그것이 미제일 경우는 매우 적어서 그것이 미제인 것을 발견하면 잠시 신기해 할 정도이다.

심지어 어떤 전화회사는 소비자 상담용 전화를 인도에서 현지인들을 고용해 아웃소싱하고 있다.

소비자가 사용요금 청구서에 이의를 제기하려 하거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거나 또는 문의사항이 있어 회사에 800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돌리면 멀리 대서양 건너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 인도에서 전화를 받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땅이 워낙 넓어 직접 왔다갔다 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고객과 회사간에 전화나 우편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왠만한 회사는 대리점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고객서비스용 전화로 해결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 이용빈도가 한국보다 훨씬 높다.

회사에서는 물론 국제전화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원격지의 종업원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인도간 인건비의 차이로 인해 회사에서는 이득을 본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아웃소싱은 미국의 평범한 고졸 출신 노동자의 일거리를 빼앗는 것이다. 또 어떤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동료들과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요즘 미국에서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통째로 인도 등 그 쪽 방면에 믿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건비는 훨씬 싼 곳으로 아웃소싱 하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웃소싱은 기업주에게는 비용절감이나 혁신을 뜻하는 경영상의 전술일 뿐이지만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심각한 존재적 불안감을 의미할 수 있고 미국 경제 전체로 볼 때는 실패한 경쟁력을 떠올리게 한다.

타임지의 기사는 '메디칼 투어리즘'(Medical Tourism)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말해 의료보험이 없거나 의료보험 커버가 충분하지 못한 미국의 환자들이 너무 비싼 자국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인도, 태국, 말레이지아, 싱가폴 등으로 치료를 받으러 나간다는 것이다.

59세의 자영업자인 웨인 스타이너드는 스스로 미국 의료시스템의 균열에 빠져든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즉 그는 정부 웰페어를 받기에는 너무 부자이고 의료보험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난한 것이다. 당연히 그에게는 혈전으로 막혀가는 자신의 동맥을 청소하고 스텐트를 집어넣기 위해 필요한 6만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을 통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플래닛 하스피탈이라는 메디칼 투어리즘 회사를 접촉했고 자신에게 필요한 수술이 인도의 한 심장수술전문병원에서 그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지난 5월 중순 자신의 딸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 대륙을 지나 막상 인도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상황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했고 그는 스텐트 삽입뿐아니라 바이패스 수술까지 받아야 했는데 병원비는 6,500불이었다고 한다.

인도는 아직도 개발이 진행중인 나라여서 스타이너가 입원한 병원주변에서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인도의 상황은 환자들을 망설이게 하기도 하지만 스타이너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에서라도 치료를 받든지 아니면 의료 최선진국이라는 자신의 조국 미국에서 치명적인 심장마비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든지….

교통사고로 목을 다친 케빈 밀러는 45세의 자영업자(카이로프랙터)로서 무보험자이다. 그는 목 디스크 수술을 하는데 9만불이 든다는 ‘견적’을 받고 인터넷을 뒤져 태국방콕으로 가서 10,000불 미만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의사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태국까지 날아간 밀러에게는 이것이 첫번째 해외여행인데 또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오겠다고 한다.

이상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치주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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