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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법 사태…다른 차원의 갈등·토론 필요[특별기고]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전양호 회장
전양호 | 승인 2018.10.01 18:08

보건복지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만든 불필요한 갈등

- 우리는 좀 더 다른 차원의 갈등과 토론이 필요하다.

여기 꽤 큰 판돈을 걸고 게임을 하고 있는 3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중 1인은 유리한 패를 쥐고 게임을 이끌고 있고, 1인은 게임을 반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패가 너무 빈약해 여의치가 않다. 그리고 나머지 1인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둘 사이에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게임을 관망하고 있다.

문제는 심판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1인의 빈약한 패를 인정해주는 듯 한 태도를 보이면서 판은 크게 요동친다. 블러핑이 현실이 되고 한 쪽은 애가 타서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지만 게임의 룰은 자신이 아니라 게임의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라며 슬그머니 발을 뺀다. 심판이 외려 싸움을 부추기고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최근 의료기사법 등에 관한 법률(의기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치과진료보조’ 업무다. 2015년 치위생사의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포함한 의기법이 시행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낀 간호조무사 측은 거세게 반발했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카드가 진료보조 업무다. 의료법 상에서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 업무가 명시되어 있는 반면에 의기법 상에는 없으니 임플란트 수술, 발치 등의 진료보조 업무는 자신들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률은 현실세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와주고 강제하는 사회적 제도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률은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일상의 모든 것을 일일이 법률로 정하기도 힘들다. 성문화되어 있지 않는 것들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식이나 통념 등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

치위생사들은 1965년 우리나라에 치과위생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치과진료보조 업무에 종사해왔다. 오직 치과의료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3‧4년간의 학부 교육을 거쳐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이들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치과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진료보조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갈등일 뿐이다.

이러한 불필요한 갈등의 일차적인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적인 치과진료보조업무는 치위생사의 업무영역임을 못 박아두었으면 될 일이다. 정말로 치과진료보조업무가 치위생사의 업무로써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어물쩡 어물쩡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스스로 키운 갈등의 골이 깊다. 사회적 갈등의 중재와 해결 역시 정부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다. 열 받아서 항의하러 달려 온 사람에게 다른 사람 허락 받아오라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다.

현재 치과진료보조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치위생사가 1년에 5천 명 씩 배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이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면허 치위생사의 45%만이 활동 중이다. 약 30%의 치과에서 간호조무사 인력만을 채용하고 있지만, 업무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토론은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일상적일 수밖에 없고, 그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한 원인이 무엇인지, 치과위생사의 직업만족도를 높여 취업률을 높이려면 어찌해야하는지, 현재 치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는 타당한지, 타당하지 않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우리에게는 좀 더 다른 차원의 갈등과 토론이 필요하다.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전양호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회장)

 

전양호  yangho19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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