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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쿠바 여행기 『왜 체 게바라인가?』3. 영화 대부로 본미제국주의 속성과 쿠바 혁명 이전의 쿠바 실상
송필경 | 승인 2018.10.08 18:00

대부(The Godfather)

내가 쿠바에 대해서 본 첫 영상은 1978년 개봉한 영화 <대부2>다. 대학 서클에서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실에서 가장 진보적인 학자 빈센트 나바로 교수의 쿠바 사회주의 의료체계에 대해 몰래 공부할 때다. 유신시대에 박정희는 사회주의 '사'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숨어서 '사'자를 봐야 했다. <대부1>에 이어 <대부2> 역시 개봉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은 화제의 영화였고, 쿠바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해서 당연히 보았다.

이번 쿠바 여행을 결정하고 대부 시리즈를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꼼꼼히 다시 보았다. 40여 년 전에 보았던 영화인데도 대체적인 줄거리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신기했다. 감명 깊게 본 영화라서 그런가 싶다.

영화 평론가들은 연속작 <대부1>과 <대부2>를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명작이라 꼽는다. 전문가들이 극찬하는 영화의 작품성과 영화 제작의 탁월한 여러 기법에 대해서는 세세히 모르지만, 이번에 다시 보면서 내 관심사인 주제 의식이 뚜렷한 점에서는 영화 <아마데우스> 이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나는 받았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주특기인 액션 활극이 난무하는 흥미위주 갱 영화가 아니다. 마피아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미국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원초적 폭력의 한 단면을 묵직하게 드러냈다.

<대부1>에서 범죄 조직 마피아를 통해 ‘힘 쎈 자’(제국주의)의 일반적 속성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점이 영화가 내게 준 최고의 미덕이었다. 마피아(Mafia)의 원래 뜻은 '기업형 범죄 조직'이라고 한다. 아주 ‘힘 쎈 자’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주체 세력 역시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이 아니겠는가.

<대부2>에서는 미국이 쿠바를 어떻게 다루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마피아의 마약, 매춘, 도박 사업이 미국 내에서 견제를 받아 활동이 한계에 다다르자 사업 무대를 쿠바로 옮겼다. 마피아는 미국 다국적 기업과 함께 부패한 쿠바 독재자 바티스타를 앞세워 돈 놀음 했다. 쉽게 망하지 않고 버틸 줄 알았던 바티스타 정권이 혁명 세력에게 순식간에 몰락하자, 미국 마피아와 기업가들이 쿠바에서 허겁지급 도망치는 장면을 영화는 압축해서 묘사했다.

<대부1>의 첫 장면이다. 보나세라는 성실히 살아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다. 뉴욕 마피아에게 상납금을 내고 그 힘에 의지하는 일반 이탈리아계 이민자와 달리, 미국 법과 질서를 신뢰하며 마피아와 담을 쌓고 살았다. 어느 날 보나세라의 딸이 남자 2명과 드라이브하다가 성폭행 위기에 몰렸다. 딸은 완고하게 저항하여 명예를 지켰으나 많이 얻어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보나세라는 애지중지한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했다. 그런 딸이 코뼈가 내려앉고 턱뼈가 으스러져 철사로 연결했을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

1940년대 이전에는 미국에서도 유전무죄가 널리 퍼져있었다. 폭행한 두 남자는 집행유예 3년을 받고 법정에서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왔다. 부자 티 나는 그들의 부모는 야릇한 승리감을 눈빛에 나타내며 보나세라를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보나세라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법정 복도에서 울부짖는 고함뿐이었다.

2018년인 현재, 우리 법원은 80년 전 미국 법원이 했던 '유전무죄'로 판결하는 몹쓸 짓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심지어 권력 실세인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사법농단의 혐의까지 받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가장 비웃는 집단이 법원이라는 게 지금 확연히 드러났다. 세상은 죄를 합당하게 묻고자 하고. 합법적인 것을 원하고, 똑똑해 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식 엘리트이자 양심을 가장 깨끗이 지켜야 할 우리 판사들이 저질 불법에 더 오염한 작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가?

법과 질서를 존중하리라 믿었던 법원을 개판이라 생각한 보나세라는 돈 다발을 들고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마피아 두목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래,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 같은 사람은 결국 정의를 위해서 돈 코를레오네에게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

코를레오네는 대부가 태어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한 마을 이름이다. 대부는 어려서 이민을 올 때 이 마을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이 이민국에 등록되었다. 돈(Don)은 두목을 뜻하는 존칭이다. 대부는 돈 코를레오네를 친근하게 부르는 별명이다. 우리나라 조폭 세계에서 '큰 형님'이란 호칭과 같은 뜻일 것이다.

보나세라가 대부에게 딸을 폭행한 남자들의 응징을 청탁하자 대부는 보나세라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우정’으로 요청해왔다면, 그 놈들은 이미 비참해졌을 거야. 당신의 적은 곧 나의 적일 테니까.”

보나세라는 이 말에 비로소 돈 콜레오네에게 깍듯이 허리를 굽히고 손등에 입을 맞추고 나서 ‘대부님’이라고 예의를 갖춘다. 보나세라가 충성을 맹세하자 대부는 흡족해 하며 우정의 표시로 어깨를 두드려 준다. 다음에 자신이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대부는 보나세라를 보내고 부하에게 폭행범 2명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하도록 지시한다.

대부는 자기에게 청탁하러온 보나세라에게 먼저 우정을 요구하자, 보나세라는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 (제공 = 송필경)

영화는 첫 장면에서 마피아 정체성 모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먼저 당신한테 은혜를 베푼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정의와 우정으로 베풀겠다. 대신 내가 필요할 때 당신도 나를 도와야 한다.”

마치 블랙홀에 가까이만 가면 그대로 쭉 빨려들 듯, 누구든 대부와 접촉하는 순간 악마의 거래가 성립하고 대부의 지배와 조종 아래 들어온다. 이게 대부의 지배 방식이다.

대부는 평소 권력 사회의 부패 구조를 교묘히 이용하여 정치인, 판사, 경찰 같은 권력층에 접근한다. 일단 접촉하기만 하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권력자들을 허점을 파고들어 타락하게 한 뒤 그 약점을 이용하여 거래를 튼다. 거래가 성립하면 대부는 권력층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든다.

<대부1>이 보여 준 이런 마피아 모습에서  ‘힘 쎈 자’의 일반적인 속성을 엿볼 수 있다. 대부는 자기 질서를 따르고 충성하며 고분하게 상납하는 인물이 곤란에 처해 도움을 구하면 어떠한 수단으로든, 심지어 가공할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요구를 들어준다. 대신 자신이 정한 질서에 저항하거나 청탁을 거절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차 없이 보복한다.

하는 일마다 불법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불법으로 처리한 사건을 뒷말 없이 마무리 짓기 위해 꼭두각시로 만든 정치가와 판사와 경찰의 권력을 보호막으로 동원한다. 대부는 곧 뉴욕 역사의 주요한 주인공임을, 밤의 세계에서 권력이었음을 그리고 폭력의 거대한 뿌리임을 증명한 영화가 <대부> 시리즈다.

“우리 아버지가 그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했지.”라는 대사는 영화 <대부>에서 가장 유명하다. 이 말은 마피아 세계의 불법과 잔혹함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어투다.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란 대부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상대방에게 던지는 공갈과 협박을 말한다.

얘기가 옆길로 새면, 대부의 수법을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주 ‘힘 쎈’ 재벌 삼성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면 평소 삼성에 은혜를 입은 또는 앞으로 은혜를 입을 권력층(정치인, 판검사, 고위공직자) 가운데 이 제안을 떨쳐낼 수 있는 올곧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 즉 마피아의 이런 조직 확장 수법은 미국 제국주의 확장 과정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유럽의 산업 기술력을 이어 받았고 여기에 신대륙의 무한한 자원을 바탕으로 19세기 후반부터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산업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20세기에 들자 미국은 필리핀에서 라틴 아메리카까지 태평양 연안의 스페인 식민지를 무력으로 빼앗고 지배력을 넓혔다. 미국은 과거 제국주의와 달리 군사력으로만 식민지를 정복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탈을 쓴 정권을 먼저 세운 다음 식민지 땅과 기간산업을 싼값에 합법으로 사들여서 한 나라의 경제를 통째로 삼킨다. 거대한 자본으로 경제력을 장악한 다음 식민지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쥐어짜고 지하자원을 강탈하여 투자한 자본을 기하급수적으로 부풀린다. 무지막지하게 긁은 이익금 일부를 말 잘 듣는 괴뢰정권에게 조금 떼어준다.

착취에는 반란 또한 당연하다.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정부는 기업을 대신해 괴뢰정권에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다.

미국의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란 미국 기업과 군산복합체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군사 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면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보복하겠다는 엄포다.

괴뢰정권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정하는 정부 행동 대원이 바로 미국 정보기관 즉 CIA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분란에 CIA가 95%이상 개입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1961년 쿠바 혁명정부를 뒤엎기 위해 쿠바 피그만에 군사 습격한 세력의 배후가 CIA였다. 이에 실패한 이후에도 피델 카스트로를 무려 수 백 번에 걸쳐 암살을 시도한 세력도 CIA였다.

1964년 베트남 통킹만 침공을 조작한 세력도 CIA였다.

꼭두각시를 조정하는 손 그림은 대부를 상징하는 포스터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전 세계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려 하고 있다.
꼭두각시를 조정하는 저 손은 누구의 것일까?
미국 정부 권력자와 CIA? 군산복합체를 포함한 미국의 기업? (제공 = 송필경)

1973년에 칠레에서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라틴 아메리카 최초로 선거로 세운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대통령 아옌데를 살해한 주체도 CIA였다.

이런 점에서 인류 역사상 최대  제국주의 미국의 속성은 일개 범죄 집단 마피아의 속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자신의 지배력이 미치는 국가에게 미국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 독재를 하던 부패를 하던 상관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 기업의 지배력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려 하면 잔혹한 수법을 동원해 보복을 한다.
이 제안에 딴죽 부리다가 파멸한 나라와 인물의 대표적인 예가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다.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했다가 파멸을 맞은 이가 위에서 언급한 칠레의 아옌데다.

베트남은 이 제안에 맞서다가 30년 동안 미국과 혹독한 전쟁을 치렀고, 전쟁 끝난 뒤 20동안 경제 봉쇄를 당하여, 베트남 민족은 위대한 민족 통일을 달성했지만 경제적인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북한 역시 미국과 전쟁을 치렀고, 미국의 경제 봉쇄와 체제 흔들기에 맞서 핵무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적대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종전 협상과 그에 상응하는 핵폐기를 위한 북미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결론에 도달하기에는 그렇게 쉽지만 않을 것 같다.

미국에 맹목적 충성을 맹세했다면, 다시 말해 ‘거절하지 못할 제안’에 전혀 이의를 달지 않고 순종한다면 미국의 토닥거림 속에 경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이 대표적이다.

대부는 사업 확장에 조직 이익에만 매몰해 배신에는 잔혹한 수법으로 복수하고, 허점 있거나 필요한 정치인을 자신의 범죄로 끌어들여 정치모리배로 만든다. 하지만 냉혹하기 짝이 없는 대부도 자식이나 조직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에게는 그윽하기 짝이 없는 사랑을 쏟는 모습이 <대부1>, <대부2> 모두에 잘 나타나 있다.

대부도 굳이 인간적으로 보자면 평생을 가족끼리  끈끈한 유대를 위해서 매우 헌신했다. 아내에게 마초였지만 바람을 피우지 않고 가정을 충실히 지켰다. 자식에게도 더 없이 따듯하고 자상했다. 장남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또래 아이와 친해져 집으로 데려오자 대부는 아들의 친한 친구를 아들처럼 대해줬다. 그 아들의 친구를 양아들로 받아들여 키워 변호사로 만들어 마피아 세계에만 걸 맞는 유능한 법률가로 성장케 했다.

대부는 자신의 가족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이다. (제공 = 송필경)

5.18의 원흉 전두환도 자신의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주위 친인척에게 특혜를 배푸는 데 극진했고, 장세동을 비롯한 충성스런 부하에게는 한 없이 따뜻한 보스였다. 자신의 모교 대구공고에 가면 지금도 영웅으로 대접 받는다.

쿠바는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미국의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전광석화처럼 묵살했다.
<대부2> 마지막 장면에 쿠바 혁명의 성공 장면이 나온다. 마피아 일원과 미국 자본가들이 쿠바 독재자 바티스타와 1958년 12월 31일에 1월 1일을 맞는 신년 행사를 떠들썩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 사업가들은 연말연시 파티를 카지노 호텔에서 퇴폐 쇼를 보며 즐긴다. (제공 = 송필경)

1월 1일을 알리는 그 순간 바티스타는 혁명군이 아바나에 들어왔다고 발표하고 행사장을 황급히 빠져 나가 황금 궤짝을 실은 비행기로 외국으로 도망간다. 파티는 아수라장이 되고 마피아들과 미국 자본가들도 미국행 비행기를 구하느라 꼭두새벽에 우왕좌왕한다. 미국은 바티스타 괴뢰 정권의 급작스런 붕괴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혁명군의 아바나 입성을 독재자 바티스타가 알리고 도망치자 마피아와 미국 기업가들은 쿠바 탈출을 위해 부산을 떤다. (제공 = 송필경)

<대부2>의 대부는 1세가 사망하고 세째 아들 마이클이 승계한 대부2세다. 1950년대에 들어 미국 내에서 마피아의 불법을 견제하기 시작하자 대부 2세 돈 마이클 코를레오네는 도박 매춘 같은 뒷골목 사업을 합법적인 호텔 카지노 같은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벌이기 힘든 마약 사업을 기존 사업에 덧붙이려고 쿠바로 눈을 돌렸다.

쿠바 섬은 미국 마이애미와 뱃길로 15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마이애미에서 아바나까지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다. 20세기 초부터 미국 자본은 쿠바의 농촌의 노른자 땅을 거의 다 사들였으며, 전기·전화 같은 국가 기반 산업도 손아귀에 넣었다.

마피아는 쿠바 수도 아바나를 미국인이 환락을 즐기기에 최적의 위치와 조건을 갖춘 곳으로 점찍었다. 미국인들이 미국에서는 즐기지 못할 쾌락을 마피아가 아바나에서 책임지면서, 아바나 자체를 마약, 매춘, 도박이 자유로운 ‘카리브의 환락가’로 둔갑하게 했다. 마피아는 쿠바를 미국인들이 자국에서 하기 꺼려하는 짓거리들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안마당으로 만들었다. 마피아는 막대한 수입의 일부를 부패한 대통령 바티스타에게 떼어주었다.

미국 전신전화 기업가는 바티스타에게 순금 전화기를 선물한다. 어마한 순금덩어리를 다른 기업가들과 마피아가 함께 만져보며 구경하고 있다. (제공 = 송필경)

이런 쿠바에서 젊은이들과 의식 있는 민중들이 반미 반독재 혁명을 꿈꾸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게 아닐까?

대부2세 마이클이 사업투자를 위해 아바나에 처음 갔을 때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군인들에게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저항하는 모습을 본다. 이 사태에서 마이클은 쿠바 혁명이 성공하리라 직감한다. 그러면서 쿠바 사업 투자를 주저한다.

마이클이 아바나 시내로 들어올 때 차량이 통제 되었다. 정부군이 시민들을 벽에 세우고 검문 검색했다. 벽에 있던 한 사나이가 카스트로 만세를 부르며 지휘 장교에게 달려와 차 안으로 밀어 넣고 같이 자폭한다. 이 모습을 본 마이클은 혁명 성공을 짐작했다.
 (제공 = 송필경)

마이클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당시 아바나에서 마피아 조직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두목 하이먼 로스를 찾아 사업 투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늙고 쇠약한 유대인 로스는 사업 이야기하기 전에 마이클에게 하소연을 건넨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야.
성공보다도, 돈보다도, 권력보다도."
그러면서 질병의 고통을 하소연 한다.
“통증 없이 소변만 볼 수 있다면 4백만 달러라도 내겠네.”

1958년에 돈 4백만 달러면 요새 돈으로는 치면 백배 또는 천배가 되는 수 천만 혹은 수 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건강은 가장 큰 재산이요, 만족은 가장 값비싼 보석이요, 신뢰는 가장 위대한 친구다.”

2,500여 년 전 붓다가 하신 말씀인데 ‘법구경’이 기록해 있다.
건강이 성현이나 흉악한 범죄자에게나 인생에 가장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제공 = 송필경)
아바나의 마피아 두목 하이먼 로스는 쿠바에서 사업은 땅 집고 헤엄치기라고 마이클에게 말한다. 단 건강이 나쁜 걸 한탄한다. (제공 = 송필경)

이 영화의 감독은 사회 비판의식이 아주 강한 프란시스 코플라다. <대부 1,2> 연작을 만든 뒤, 베트남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룬 대작 <지옥의 묵시록>을 만든 감독이다.

코플라 감독은 이런 영화를 통해 '인간의 폭력, 권력의 속성 그리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를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의식 있는 자세로 대작 영화들을 만들려면 상당히 치밀한 기획과 그에 따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늙은 마피아가 병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건강을 돈 주고라도 샀으면 하는 염원을 영화에 삽입한 것을 보면 아마 쿠바 의료 제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감독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의사 출신 쿠바 혁명 영웅 체 게바라는 말했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건강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1993년쯤인가 94년쯤인지, KBS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지만 쿠바에 가서 만든 특집 다큐를 3시간가량 방영한 것을 보았다.

1991년에 소련은 해체했다. 모든 경제를 소련에 의지하던 쿠바는 수출이 1/5로 감소하고, GDP는 2/3로 줄었다. 대재앙이 닥쳤다. 휘발유 부족으로 거의 모든 차는 움직일 수 없었다. 전기는 수시로 끊겼다. 밤이면 캄캄했다. 미국은 쿠바의 멸망을 확신하며 그 시기만을 기다렸다.

쿠바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수단은 유럽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이었다. 이 다큐에서 가장 참혹했던 장면은 여자가 유럽 여행객을 유혹하여 자기 집안에 끌어들여 윤락행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쥐꼬리만한 휘발유는 오직 관광객에게만 공급했다.

전기불도 없는 캄캄한 밤에 길가에서 서성거리다가 차 불빛이 보이면 여자는 치마를 걷는다. 관광객은 차를 세우고 여자와 흥정을 한다. 흥정을 마치면 여자는 관광객과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남편인 듯한 남자가 집안에서 아이 손을 잡고 집밖으로 나와 주는 장면을 TV는 여과 없이 방영했다. 온 식구가 아내이자 엄마의 매춘에 의지하여 산 셈이었다.

이번 쿠바 방문에서 사실인지 과장인지 모르지만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시 쿠바 섬에서는 고양이와 쥐가 동시에 사라졌다고 했다. 굶주린 사람들이 쥐는 물론 고양이 까지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쿠바 민중은 고통스럽게 굶주렸다.

나라가 이쯤 되면 뒤집혀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장면에서 방송 기자가 나이 많은 쿠바인과 인터뷰하며 미국에 고부고분해서 경제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마음속을 떠봤다. 그러자 쿠바인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지금 우리는 무지 고통스럽다. 그러나 미국 체제에 편입은 절대 하지 않겠다. 우리는 미국 체제에서 살아 봤다.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 체제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성과를 이룩했다. 지금 우리 쿠바에서는 교육과 의료가 완전 무상이다."

이에 방송 기자의 마지막 언급은 이랬다.

“쿠바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더라도 카스트로 정권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카스트로의 사회주의를 지금까지 지탱한 쿠바 의료제도는 젊은 의사가 이렇게 말하게 키웠다.

“돈이 인간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면 유감이다. 나는 병이 아니라 인간을 진찰하고 있다.”

우리 의사 협회가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수입이 줄어 들까봐 적극 반대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쿠바의 평범한 의사는 얼마나 성숙한가.

나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훨씬 못 살지만 의료 제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쿠바 의료에 대해 앞으로 내 지식과 경험을 통해 논의를 해 보겠다.

우선 쿠바의 의료 모델은 ‘문재인 케어’의 좋은 참고 모델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 전반적인 남북 교류가 활성화하면 한반도 전체 의료 모델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
다음은 '총을 든 성자' 호세 마르티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호세 마르티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물론 쿠바와 라틴아메리카에서 혁명을 꿈꾸는 모든 민중들에게 혁명의 샘물이었다.

호세 마르티란 샘은 1백50여 년이 지났지만 물이 마를 날이 없었으며, 혁명에 목마른 사람은 반드시 호세 마르티 샘에 와서 혁명의 물을 마신다.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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