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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 ‘평화‧인권’ 갖고 아시아 너머로…LT서 새로운 보건의료운동방향 논의…“정책 집단 역할 유효‧보편적 가치로서의 의료 실천의 장 모색 필요”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10.29 17:03
'건치, 새로운 치과의사운동의 제안' 토론회 모습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기현 홍수연 이하 건치)가 ‘보건의료’, ‘정책’이란 틀을 넘어 ‘의료’라는 사회적 언어를 갖고 국경을 넘어 평화, 인권, 평등을 위한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가야할 때라는 지적이 나왔다.

건치는 지난 27일과 28일 양일간 부산 해운대 토요코인 호텔에서 2018년도 임원수련회(LT)를 개최했다. 첫째 날인 27일에는 ‘건치, 새로운 치과의사운동의 제안’을 주제로 건치가 지금까지 해 온 보건의료운동을 평가하고, 향후 발전 방향성에 대해 토론했다.

이번 임원수련회에는 건치 서울‧경기지부, 부산‧경남지부(이하 부경건치), 울산지부, 인천지부, 대경지부, 전북지부, 광주‧전남지부 임원 및 회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건치, ‘보건의료운동 틀’ 버릴 때

이번 토론회는 사전에 배포된 김인섭 원장의 발제문을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부경건치 박인순 사무국장, 건치 김기현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와 발표를 이어갔다.

김인섭 원장

김인섭 원장은 발제문에서 1987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설립된 건치 등 사회단체를 87체제로 규정하고, 이들이 거대담론 중심으로 민주, 계급, 반미, 민족주의 등 시대과제를 설정하고 수구‧보수 세력과 투쟁하며 존재해 왔다고 짚었다.

건치 등 전문가 보건의료단체는 ‘민중 건강권 쟁취’를 목표로 투쟁해 왔으나, 역설적으로 제도가 정착될수록 운동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봤다. 아울러 현재 이들 87체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사회 다층‧다각에 분포한 ‘불평등’의 문제 앞에서 적당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우리나라 보건의료운동도 사회보장이 확대될수록 입지가 좁아졌고, 건치는 회원 실천 활동 영역 없이 정책 중심이 되면서 보건의료운동은 그 모태가 됐던 대중조직에서 유리됐다”며 “유럽처럼 의료인의 본질(진료)로 돌아가 인권, 평화, 민주, 협력적 공동체의 형성, 민족주의를 넘어선 인류애, 소수자를 위한 행동 등 보편적 가치 실현의 장에서 의료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열린 민족주의로, 우리와 같이 식민 상태를 겪고 독립했지만 독재에 신음했던 아시아 민중들을 위한 일에 의료를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과 같은 불평등과 폭력에 대응하면서 아시아의 평화를 말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고, 아시아에서 연대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원장은 “외국인 노동자 진료와 같이 운동이 전과는 다른 것이지만, 이렇게 시시콜콜하지만 지속적으로 진력하는 일 자체가 건치 고유의 일이 돼야 한다”면서 “옛날과 달라졌다고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사업을 독려하고 안부를 묻는 네크워크를, 변화된 세상에 적응된 조직운영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세기 기획국장

문세기 기획국장은 건치 30주년을 특정하는 키워드가 ▲의료 ▲인권 ▲평화라고 짚으면서 “세계인권선언문 22조를 보면 인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국가에서 국제간의 협력으로 점차 커진다”라며 “그동안 건치의 운동이 국내 인권 향상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인류에게 의술을 통해 인권 존중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치가 한국에서 건강한 사회,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와 인류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차례”라며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인권과 평화를 기념식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공동대표

김기현 공동대표는 건치의 항상성이 건치 창립 정신에 있다고 보고, 이 초심을 지키며 사업 행태, 조직‧실천 활동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치는 지금까지 자신들의 전문성과 역할을 찾고, 치과의사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감의 지평을 넓혀왔다”며 “우리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세우고 이를 사회와 치과의사 대중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운동을 비판하고 극대화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운동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치, 의료의 의미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부경건치 정효경 회원은 건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치과의사로서 마음이 움직이는’ 참여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부경건치의 캄보디아 진료봉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10년 전 LT에서도 구체적인 내용만 달랐지 이런 고민을 했었다. 다만, 아직 내가 느끼기에는 건치가 위기라고 해도 건강하다”며 “회원들이 건치에 나오지 않는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이미 자유주의에 투항했기 때문이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생업을) 유지할 수 없고, 집회에 나오는 회원은 그것이 부담되지 않는 이슈이기 때문이고, 행동으로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거기까지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 회원은 “그래도 최소한 돈이 없어서 진료 받지 못하는 사람은 도와줄 능력은 솔직히 된다. 그래서 부경건치에서 시작한 게 캄보디아 진료다”라며 “이게 직접적으로 건치 역량강화엔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의료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활동이면 충분하다. 이를 각 지부에 맞게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역랑이 건치에겐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정 회원은 “건치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라는 것보다는, 후배들이 보건의료운동을 모를지라도 그들에게 의료사각지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됐다”며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마음이 움직이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치, 정책집단으로서 역할 계속될 것

김철신 편집국장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과 부경건치 박인순 사무국장은 보건의료운동이 ‘정책’으로 치우쳤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운동해 나갈 여지와 의미가 있다고 봤다.

김철신 편집국장은 “대부분의 건치 회원들은, 정책을 대정부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리 사업을 받으면 당황 한다”면서 “지금까지 건치에서 추진한 사업, 보고서 낸 것들이 명목상으로는 거의 다 이뤄졌지만, 가령 수불사업만해도 시행, 확대되다 이제는 없어지는 추세로 무엇 하나 시원하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끝까지 할 일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WHO에서는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한 과제로 교육, 주거, 노동, 환경등 생활조건의 개선, 권력과 돈의 형평성있는 분배, 건강불평등의 측정‧감시를 제시하는 등 보건의료 영역 외의 곳에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점을 찍었다”며 “이제 의료보장 확대만이 건강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학자는 없고, 권력 감시, 주거복지, 노동 등과 사회경제적 조건의 향상을 위해 싸우는 게 새로운 보건의료운동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인순 사무국장

박인순 사무국장도 “건치가 열심히 해서 구강보건 사업이 잘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부산지역만 보더라도 과거 건치가 주장하고 추진해 온 아동치과주치의제도나 무료틀니 사업 등이 부산시의 사업이 됐지만, 여전히 건치가 사업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어 박 국장은 “우리가 해 온 사업이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해서 완전히 우리 손을 떠나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치과의사 후배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활동과 의제를 찾는 게 과제라고 봤다. 그는 “이주 노동자 진료소 등을 운영하면서, 5년 째 매주 치과의사 후배들을 만나지만 건치를 권하거나 하진 못했다”면서 “다만 치과의사 삶 이외의 것을 얘기해 줄 때 후배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봤는데, 그건 내가 본과 때 건치 선배를 보며 느낀 것과 비슷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이 교수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복지국가가 우리의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사)복지국가소사어티 공동대표이자,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상이 교수가 나와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공민권 ▲참정권 ▲사회권이 모두가 확립돼야만 온전한 ‘시민권’이 보장되고, 그것에 의해서만 ‘인권’이 보장된다고 주장한 영국의 사회학자 토마스 험프리 마샬의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를 넘어, 적극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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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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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2 11:53:12

    인권 평화는 정말 역사가 오래된 가치이고 국내외 의료 봉사활동 역시 87년 체제 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더 부각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인 불평등 문제를 이런 가치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새로운 방향이라고 부르기는 좀 민망한 것 아닌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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