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 중 제일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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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 중 제일 젊은 날"
  • 조남억
  • 승인 2018.11.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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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41]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마흔 한번째 회에는 남미여행 일기를 마무리한 조남억 원장의 소회가 담겨있습니다.

-편집자

남미 여행 일기를 마치며

남미 여행일기를 마치며

2017년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41일간 진행되었던 남미여행. 그때 썼던 일기장을 공개하기로 하고, 1월 12일부터 매주 하루씩의 일기장을 공개하였던 것이 드디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건치 안은선 기자님의 권유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이미 일기장에 다 써놓은 글을 옮겨 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기장에 흘려 쓴 글을 다시 쓰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들었던 기억대로 써 놓은 단어들, 지명이나 인물명들이 혹시 틀린 것은 아닐까 싶고, 가이드들에게서 들은 역사적, 지리적 설명들이 혹시 틀린 것은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네이버에 물어보고, 다른 글들을 찾아 읽어보면서 표준어로 고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다보니, 글을 쓰다말고 옆길로 새서 시간이 오래 걸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사실들에 대해 다시 찾아보고, 공부 하다 보니, 남미를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보다 더 남미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스스로 하는 공부의 재미에 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의 첫날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날까지 다 쓰고 나니, 남미 여행을 한 번 더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진만 넘겨봐도 그때의 일들과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데, 지난 일기장을 읽는 것은 사진만 보는 것 이상의 감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문제는 글이 아니라, 사진 정리였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광각 렌즈로 찍은 사진들과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기본으로 사진 정리를 했는데, 내가 시간 순서대로 찍은 사진들이기에 정리하고, 사진을 고르는 일이 그나마 순조롭게 잘 진행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행 중에 혹은 여행 후에 다른 분들에게서 받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앞에서 다 순서에 맞춰서 정렬을 해 놨는데, 뒤에 더 좋은 다른 사진들이 나타나면, 앞에 정리했던 사진들의 번호를 전부 뒤로 수정했어야 했기에, 사진들의 순서를 정하고 그 중에서 좋은 사진을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앞의 사진 번호를 1,2,3 번으로 쓰다가, 나중에는 10,20,30번으로 정리를 하여서, 새로운 사진이 나오면 15,25번처럼 그 사이 번호에 넣을 수 있게 정리를 했더니, 사진 정리가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목요일 밤에 원고를 보내기로 했기에, 매주 화, 수, 목요일엔 치과에서 퇴근한 후 집으로 곧장 가서 글 쓰고 사진 정리하고, 보내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중엔 이런 일을 하느라, 정작 읽고 싶었던 책도 훨씬 적게 본 것 같고, 사람들과의 모임약속도 줄이고, 모임이 있어도 뒷풀이를 빠져야 하는 한 해가 되었지만, 그만큼 금요일의 맥주 한잔은 맛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 가있는 동안 치과 매출도 많이 떨어졌고, 환자분들의 원성도 많이 들었어야 했기에, 그것을 벌충하느라, 지난 10달 동안은 주 6일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하루씩 글을 써왔기에, 이 연재가 끝나는 순간이 저에게는 주 6일 근무가 끝남과 동시에 주 5일제를 되찾는 순간입니다. 

한 주에 하루씩 쉬면서 5일제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 6일제 근무에 토요일도 오후 5시까지 근무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어떻게 일했을까 싶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반응도 나와 같았고, 그땐 그런 줄 알고 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여행 직후 10개월간 주 6일 근무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힘든 한 해가 되겠구나 싶었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매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하나하나 해 나가면서 내 스스로에게도 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목돈이라는 단어에 대응하여 만든, 목시간이라는 말입니다. 예과 다닐 때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고 살다가, 본과 1학년이 되니, 그 전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릅니다. 본2가 되어, 수업을 4번 이상 빠지면, 진급에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두 번은 빠져도 되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3월과 9월에 아무리 술을 마시고, 힘들어도 무조건 출석을 했습니다. 쓰러져 잠을 자서 혼나더라도 교실에 앉아있었습니다. 4월과 10월에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면, 드디어 꽃피고 단풍드는 5,10월이 되었습니다. 그때 자체적으로 1주일을 비우고 지리산으로 설악산으로 다녔습니다. 그 1주일 시간을 내기 위해서 그 전 두 달 동안 열심히 시간 저축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만든 목시간으로 1주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주 6일 근무를 하면서, 다시금 목시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대출해서 당겨서 쓰고 나서 나중에 갚는 형식이었지만, 그것을 하루하루 갚아나가는 즐거움이 또한 있었습니다. 주 5일제가 되었기에 6일 근무를 하면서 시간을 저축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남미 여행 중에 함께 동행 했던 훌륭하신 여러 선생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크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제일 크게 기억 남는 이야기는 “내가 정년퇴직 하고나서 이렇게 늦게 남미 여행을 온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내 남은 인생에서는 제일 젊은 날에 남미여행에 온 것이니 다행이기도 해.”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 중에서 제일 젊은 날이다.’ 
늦었다, 나중에 하자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한 번 더 곱씹어서 생각해볼 만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타고 이동하고 먹고 마시고 보고 잔 이야기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재미있게 읽어봐 주신 분들게 감사하고, 어투나 어순이 이상한 제 글을 수정, 보완 해주느라 고생하신 안은선 기자님, 지면을 허락해 준 건치 신문에 감사드리면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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