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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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여행의 기술
  • 장현주
  • 승인 200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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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이레 출판사


이 책을 읽고나서 본문 말미에 붙인 옮긴이의 글을 읽고 픽 웃지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옮긴이는 책의 저자와 그닥 궁합이 맞는 인간이 아니었던 듯 하다.

"세상에는 비싼 돈 들여 아까운 시간을 쪼개 여행을 하면서 ' 왜 나는 여행을 하는가' 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며칠만 못봐도 조바심을 내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듯이. 그런 질문이 삶을 더 윤택하게 해 주는지 피곤하게 만드는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여행의기술'은 적어도 그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고백하자면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다.

'여행의기술'은 오랫동안 꿈꿔온 여행을 떠나는 아침, 문득 난 왜 떠나고 싶어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왜 보려고 할까?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 기대에 차서 찾아간 어떤 풍경, 어떤 그림, 어떤 유적앞에서 문득 진료실에서의 일상과 같은 권태를 느끼는 사람. 그리하여 자신이 몸은 떠났으되 몸보다 더 무거운 마음만은 함께 짊어지고 왔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사람.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떠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책의 대전제는, 여행을 충분히 즐기기위한 필요충분조건이란 여행자의 마음이지 여행지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책에는 무려 두세기를 뛰어넘어 방콕여행의 진수를 보여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수필가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침실 여행기까지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결론을 섣불리 짐작하지는 말기 바란다. 요컨대 문제는 마음이니 더운 여름 길바닥에서 고생할 생각말고, 에어콘 바람맞으며 마음수련이나 하라는게 이 책의 요지는 아니다. 나는 어디어디를 다녀왔고 무엇무엇을 보았다는 식의 콜렉터적 자부심으로 만족할 수 없는 욕심많은 여행자들을 위해, 이 책은 여행으로부터 우리가 흡수할 수 있는 모든것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요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이시간에 존재함]이라는 명상적 화두에 보태어, 알랭 드 보통은 당신이 떠난 그곳, 여행지의 [그 장소]에서 제대로 현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보통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에도 보들레르, 호퍼, 플로베르, 훔볼트, 워즈워스, 고흐 등등 많은 예술가들과 탐험가의 경험들이 하나의 포커스 "무엇을, 왜, 어떻게 제대로 볼것인가?"라는 주제에 맞추어 보통의 시선으로 재해석 되고 있다.

올 여름에는 행선지의 지도와 함께 이책 '여행의기술'을 짐보따리에 같이 넣어봄이 어떻까?

인생이라는 긴 여행이 그렇듯 모든 여행도, 그 폭 만큼이나 깊이가 주는 만족감이 종종 더 크고 오래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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