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의 역할 고민은 해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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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의 역할 고민은 해보았나?”
  • 이인문 기자
  • 승인 2018.11.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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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김용진 대표 인터뷰... “성남시의료원은 지역거점 2차병원 역할 맡아야”

성남시의료원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를 통해 설립이 확정된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민들의 오랜 노력 속에 2013년 11월 이재명 전임 시장 시절 기공식을 시작으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후 시공업체의 부도로 인한 공사 중단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16년 5월 초대원장으로 조승연 전 인천의료원장을 선임하는 등 2019년 개원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그러나 올 6월 지방선거 이후 은수미 시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조승연 초대원장이 갑자기 사임하는 등 성남시의료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03년 6월부터 성남시립병원 조례제정운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해 앞장서온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공동대표 김용진 신옥희 최석곤 이하 시민행동)’은 지난 20일 기자회견 이후 21일부터 ‘성남시의료원 공공성 후퇴, 수익성 강조 의료정책 철회’를 위한 1인 시위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이에 건치신문은 시민행동 김용진 공동대표를 만나,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를 통한 공공병원 설립으로 주목받아온 성남시의료원을 둘러싼 갈등의 내용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 지난 21일 성남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사진은 시민행동 김기명 운영위원

성남시의료원은 2차 지역병원이 제격

-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한마디로 은수미 시장이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 시장은 50만 성남시 원도심 주민이 자부심을 갖는 병원, 위례나 송파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경쟁력 있는 병원을 주창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인 대학병원급 3차 병원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현실적인 규모나 역할은 지역공공병원이어야 하는데 은 시장은 대학병원급 광역병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남시의료원은 그 성격이나 규모로 볼 때 3차 병원이 아니라 2차 병원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지역 공공병원으로서 1차 병의원에서 환자를 의뢰받아 치료하고,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3차 병원에 의뢰 했다 회송 받는… 그것이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모두가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무지에서 온 것이다.

- 하지만 은수미 시장은 적자를 줄이려면 병원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학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든다고 적자가 그냥 해소되는가? 이미 주변에는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경쟁력 있는 3차 병원들이 많이 있다. 성남시의료원을 3차 병원으로 만들어서 이들 병원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공공병원으로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니 그들 병원과 경쟁해서 살아남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의료진의 구성과 진료의 내용 등 모두 그에 걸맞는 규모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 흑자를 내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적자만 늘어날 것이다. 509병상 규모의 성남시의료원이 1000 병상 이상의 대학병원 급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인 것이다.

대학병원과 경쟁? 오히려 적자만 늘어

- 은 시장의 주장은 갑상선암 정도는 성남시의료원에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전체 암 질병 중 갑상선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성남시에서 높게 나타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이를 근거로 기존 대형병원의 틈새시장을 노려 1-2개의 특정 암 질환에 대해 특화된 전문병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그러나 갑상선암의 경우 과잉 진단, 치료의 대표적 사례임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환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분당서울대병원 등 더 큰 병원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더 많다. 성남시의료원은 이들 병원들과 연계된 ‘수술 후 호스피스병동’의 역할을 맡는 게 더 효율적이며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에도 적절한 것이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갑상선암 특화 전문병원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차기 원장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아주대병원 전 원장 출신인 A 교수를 위한 맞춤형 진료활성화 계획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 조승연 초대 원장의 사임과 후임 원장의 내정 등이 연계돼 있다는 말인가?

= 정확한 내막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소문은 현재 무성한 상태이다. 시민행동에서도 조 원장의 사임을 야기한 감사 자료에 대한 공개를 시에 요구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최근 작성된 성남시의료원 진료활성화 계획을 보면 민간대학병원과 모자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한다고 되어 있는데, 소문대로 A 교수가 후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그가 소속됐던 아주대병원이 협력병원으로 선정된다면 성남시의료원의 공공성은 크게 훼손되고 말 것이다. A 교수는 조 원장과 달리 공공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 그래도 은 시장은 1년 100억 원의 적자는 시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김용진 공동대표

= 성남시의료원은 그 입지여건과 현대화된 건물과 장비로 동급의 다른 공공의료원보다 경쟁력이 있고 이에 따라 예상보다 적자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물론 적자는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질타를 받는 비효율성과 경영태만은 극복해야 하고 환자와 시민만족도를 높여서 신뢰를 받아 병원운영이 잘 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적자 발생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공의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을 차기 원장으로 내정하고 또 대학병원과 모자병원 협약을 체결해 일부 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성남시의료원이 전국 최초 주민발의를 통한 공공병원의 설립이라는 기본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이다.

사실 전임 이재명 시장의 경우 초기 100억 원의 적자는 시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시장이 바뀌면서 뒤집어진 것이다. 공공병원을 운영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적자나 발생한다면 그런 ‘착한’ 적자의 경우 시에서 일정 부문 감당해주는 것이 올바른 일 아닌가? 적자폭을 줄여야만 한다고 해도 이런 식은 아닌 것이다.

공공병원 역할, 고민은 해봤나?

- 공공병원에서는 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가?

= 공공병원의 역할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진료와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했던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수익성만 강조하는 일반대형병원들보다 적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개원 초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로 인한 적자는 당연히 공공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성남시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중앙정부도. 또한 사회적기부도 받아야 한다. 지역의 기업의 후원이나 시민의 모금을 통해 취약계층에 의료지원을 하는데 사용할 펀드도 조성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적정진료를 하는 병원들이 적자를 보게 만드는 건강보험수가구조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충분하고 안정된 인력으로 적정진료를 하는 공공병원이 생존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수가도 개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러한 사정에 대한 이해도 없이, 개선방향에 대한 노력도 없이 ‘적자’ 때문에 무조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오라고 공공병원에 요구하고 있는 은 시장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 공공병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는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 지역 거점의 2차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과연 은 시장이 단 1시간만이라도 고민해보았는지 의심스럽다.

- 긴 시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은 시장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 솔직히 당혹스럽다. 은 시장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우리 시민행동과 협약을 맺어 성남시의료원의 시민 참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랬던 은 시장이 당선 후 180도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은 시장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성남시의료원을 만들어온 성남시민들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라는 것이다.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은 시장의 과거 경력을 아끼고 신뢰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은 시장이 성남시의료원을 전국에서 모범이 되고, 모델이 되는 공공병원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완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대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은시장의 생각과 정책을 지속한다면,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성남시민들이 직접 만들어온 성남시의료원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싸우고 활동할 것이다. 난관과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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