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구강보건과 존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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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구강보건과 존폐 논란
  • 편집국
  • 승인 200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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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구강보건행정조직으로 발전 필요


동네북, 복지부 구강보건과

복지부 구강보건과는 동네북인가?
지난 1975년 전격 폐지된 이후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난 1998년 겨우 부활한 구강보건과가 해마다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부혁신위원회와 복지부가 구강보건과를 같은 건강증진국 내의 암관리과와 통합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전 치과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바가 있다.

다행히 치협을 비롯한 전 치과계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이를 무효화시켜 내기는 했지만,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해마다 되풀이해 벌어지는 것인지 정말로 ‘그것이 알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구강보건과의 창설멤버로 오랫동안 구강보건과 서기관으로 근무해온 단국 치대 서현석 교수는 이러한 이유가 “현재 양의사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 우리나라 보건의료행정체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구강보건의료행정체계가 대등하고 독립적인 대우를 받아 마땅함에도 우리나라 보건의료행정이 양의사 중심의 일방주의, 편의주의, 독선주의로 흐르면서, 타 분야를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타 분야의 독립적인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 교수는 구강보건과의 존폐문제와 관련 “현재 복지부내에 존재하고 있는 ‘의료일원화운동’과 관련한 움직임에 예의주시해야만 한다”고 진단내린다. 서 교수에 따르면 타 분야의 독립성을 전혀 인정치 않고 양의사의 관점에서 치과영역과 한방영역 등을 의료의 한 부문 내지는 종속부문으로 사고하고 있는 이들의 의료일원화 움직임(양방 중심의 통일적 의료정책 수립)이 정부 조직 내에 구강보건의료행정이 독립부서로 존재하는 것을 상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의 의료인 규정은 대표적 악법

그러면서 서 교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악법의 하나로 의료법의 ‘의료인 관련 조항’을 들고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이 법의 규정을 받는 의료인으로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5개 직종을 들고 있는데, 이는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불평등 조항의 대표적 악법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만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치과진료 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의료 영역으로 사고하기 보다는 일반 메디칼 분야의 한 부분으로만 사고하면서 일방적으로 폄하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는 정부 조직 내 행정관료들 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등 정치인, 심지어는 일반 국민들조차 이러한 사고에 젖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 교수는 복지부 내에 구강보건의료관련 행정조직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향된 사고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치과진료는 일반 메디칼 분야와는 상당히 독립된 영역이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서구에서 의료의 발생 초기부터 치과의료는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의과대학과는 달리 치과대학의 존재 속에서 독자적인 교육체계와 진료형태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구강보건학회 신승철 회장은 “일반 메디칼의 경우는 대부분 급성질환과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질병에 대응하는 것인데 반해 치과진료의 경우는 만성질환과 누진질환이 대부분으로 병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면서, “이를 예방하고 진료하기 위한 구강보건의료정책과 구강보건의료행정체계는 일반의료정책과 일반의료행정체계와는 질적으로 상이한 체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과진료는 병 접근방식부터 달라

또한 신 회장은 “치과진료의 경우 특성상 기술적인 치료를 요하는 부문이 많아 일반 메디칼에 비해 진료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도 진료수가체제가 일반 메디칼분야에 종속되어 있다”면서 “내과나 소아과처럼 하루 1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하루 20-30명 정도를 진료하는 치과 영역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그는 “국민의 구강보건향상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일반 메디칼과는 상대적으로 독립된 별도의 구강보건의료정책과 별도의 행정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정재규, 이하 치협)가 복지부 내의 구강보건과 폐지 움직임에 맞서 구강보건과의 구강보건정책국으로의 승격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며 그동안 홀대를 받아온 정부 내 구강보건행정체계를 온전히 정착시키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가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치협의 이병준 치무이사는 “그동안 정부 내 구강보건관련부서는 건강증진국 내 구강보건과로 사업 중심의 역할만 담당해 왔으나 최근 치과전문의제나 치대 정원 감축 등 치협에서 추진하는 구강보건관련 정책입안 활동 시 정부 내 관련부서가 흩어져 있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이러한 절름발이 행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복지부내 구강보건관련 부서를 정책기능과 사업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구강보건정책국으로 승격해 명실상부한 독립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강보건정책국으로의 승격 필요

치협은 현재 구강보건과가 ▲구강보건정책 개발기능이 부재하고 ▲조직인력 및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미래에 대비한 구강보건정책을 수립하기에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민구강건강의 향상을 위한 국가의 미래지향적 장기정책의 부재를 해소하고 ▶최근 급격히 악화된 국민구강건강의 향상과 치과치료비의 경제성을 제고하며 ▶사업위주의 소극적 구강보건사업을 정책개발과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관리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치료위주에서 예방위주로의 사업으로 전환하며 ▶현재 복지부, 교육부, 노동부 등 정부조직에 산재해 있는 구강보건업무를 통합해 일원적이며 체계적인 국민국강보건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복지부내 구강보건정책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구체적 업무분장은 표1 참조).

그러나 문제는 앞에서도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여건으로는 구강보건과를 구강보건정책국으로 확대 개편하는 문제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치협에서는 우선 현 건강증진국 소속 구강보건과의 예산과 인력을 보강해 보건정책국 소속 구강보건정책과로 개편한 이후 국으로 확대 개편하는 2단계 추진 안을 복지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강정책목표 달성 방안도 마련해야

이에 대해 서현석 교수는 “치협의 안 중 현실적으로 우선 구강보건정책과로 개편된다면 그동안 단순한 구강보건사업만 수행해 왔던 구강보건의료행정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애초 사업위주의 구강보건과로 부활한 것은 복지부내의 역관계를 고려해 이후 부서의 통폐합 움직임에 ‘독자적인 사업이다’는 적극적인 대응논리를 펴기 위함이었음”을 지적했다. 즉, 구강보건의료정책과로 개편했을 경우 현재의 여건상 오히려 보건의료정책과와의 통합 움직임이 더욱 거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구강보건행정조직이 일단 정책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정책수립 과정 시 정부 내 타조직과 대등한 입장에서의 업무협의가 가능한 만큼 언제가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이후의 업무 개발과 전 치과계의 지속적인 협조와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난 1999년 당시 구강보건과에서 정부가 ‘2010년까지 달성할 구강정책목표’를 구체적인 예산과 사업방식으로 제안했음에도 치협 등 치과계에서조차 관심이 두지 않아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면서 “구강보건정책과로의 개편 이후 인력과 예산, 구체적 추진사업의 내용과 방법 등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구강보건정책과의 당연 사업인 “공공구강의료기관(보건소)에 진출하게 되는 치과의사를 배출할 수 있는 치협 등 치과계 내의 정책적 배려와 합의,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강보건학회 신승철 회장은 “치협의 제안서가 현재 국민의 구강건강상태가 이러한 만큼 이러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져 있고 ‘Dental Hub in Asia 프로젝트의 적극 추진, 지원 등 치과의사 중심으로 작성된 감이 없지 않다”면서 “복지부 자체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인 만큼 그들을 설득해내기 위해서는 구강보건정책국이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서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지적들은 현재 치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구강보건정책국의 신설’ 문제가 구강보건의료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인 만큼 적극 추진해야할 일이지만, 현재의 여건 상 복지부 내에서 이를 관철해 내기 위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대국민 홍보, 그리고 치과의사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구강보건정책국의 신설이라는 치과계 내의 합의와 전폭적이며 지속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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