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는 희망’…빈곤노인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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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희망’…빈곤노인 기초연금
  • 빈곤사회연대
  • 승인 2018.1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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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칼럼] 21대 국회 40만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예산 4102억원 국회 본회의 통과 불발

빈곤사회연대는 반신자유주의 반빈곤 연대운동을 지향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생활소득 ▲노동권 ▲공적 사회서비스 확보 등 ‘민중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본지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의 이야기로 이 시대, ‘가난한 이들이 외치는 권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이 하루빨리 확정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제출한 ‘줬다 뺏는 기초연금’ 부분 개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정이 미뤄지고 미뤄지던 예산 확정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배정한 4102억원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게 21대 국회는 40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줬다 뺏어갔다. 

'빈곤노인 두 번 울리는 기초연금 개혁하자' 문구 (제공=빈곤사회연대)

기초연금, 무엇이 문제일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매월 기초연금을 빼앗기고 있다. 매월 25일 기초연금을 받으면 이를 소득으로 산정하여 그 다음달 20일에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기초연금 액수만큼 차감 당한다. 기초연금이 처음 지급된 다음 달 생계급여 지급일부터 한동안 우리 사무실 전화기는 불이 났다. 생계급여가 갑작스레 줄어 당황스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임대아파트 단지 거리 상담에서 만났던 한 할머니는 동주민센터에 문의하러 갔다가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한 걸 어쩌라구요!”라며 쏘아 붙이는 공무원에게 더 묻지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매우 불친절한 답변이었지만 틀린말은 아니다. 맞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기준은 소득이 아닌 ‘소득인정액’이다. 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실제 발생하는 소득에 재산 항목별로 규정된 소득환산율을 적용한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후 가구 특성에 따라 필요한 금액을 감하여 산정한 금액이다.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범위·기준은 대통령령(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 이하 ‘시행령’)으로 정한다.

사실 ‘줬다 뺏는 기초연금’문제는 시행령의 소득산정 시 제외 항목에 기초연금을 추가하면 쉽게 해결 될 문제이다.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연금, 아동수당, 보훈급여 등은 소득산정에서 제외된다. 10만원을 받아도, 20만원을 받아도 수급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초연금 또한 장애인연금, 아동수당과 같이 가구 특성에 따라 필요한 금액으로 인정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보충성의 원리’를 내세우며 빈곤 노인들의 요구를 묵살해왔다. 이미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면 비수급 빈곤층과 소득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이다. 

기초연금이 올라도 제자리에 머무는 삶

기초생활수급 노인 당사자들의 목소리(제공=빈곤사회연대)
"수급자는 기초연금도 줬다가 가져갑니다. 말도 안됩니다. 아들이 일을 시작했는데 내가 기초연금 받으면 수급이 아예 떨어져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내가 아들이랑 둘이 사는데 노령연금이랑 수급비로 산다. 내가 기초연금 오르면 수급비가 깎인다니까 아들 돈을 뺏는 기분이다. 차리리 주질 말라. 수급자만 뺏지마라"
"저는 82세(34년생) 노인입니다. 노령연금빼고 36만원 받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관리비 공과금 병원비를 내기 때문에 저에게 남는 돈은 하나도 없습니다. 선처해주세요.“

내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이 현행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되어 지급된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인상된 기초연금 5만원이 또 생계급여에서 깎일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간주부양비가 소득으로 산정되어 있거나, 여타 소득이 조금이라도 잡히는 경우 기초연금을 포기해야 수급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문에 기초연금이 도입되어도, 기초연금액이 인상되어도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가처분소득은 제자리에 머무르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다. 차상위 이상 일반 노인들은 기초연금만큼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만 우리사회 가장 가난한 노인들은 여기서 배제되는 역진적 격차가 벌어진다. 

줬다 뺏는 희망은 이제 그만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의 집회 모습(제공=빈곤사회연대)

2016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식 공약으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 완전 해결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스스로 했던 약속조차 파기하고, 국회 예산안에서 노인들의 희망을 좌절시켰다.

노인들이 거리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해달라고 외친지 5년째다. 노인들은 5년만큼 더 늙었고, 힘든 삶에 더 지쳐가고 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온 만큼 실질적인 처방이 시급하다. 노인빈곤, 빈곤층 소득지표 악화와 같은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하던 땜질처방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고 당장 해야 하는 처방을 시행하길 바란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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