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다시 들꽃이야기를 이어가며
상태바
[들꽃이야기] 다시 들꽃이야기를 이어가며
  • 이채택
  • 승인 2006.08.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솔나리 찾아가는 길

 

▲ 잎이 솔잎처럼 가늘어 솔나리라고 한다. 꽃이 여러개 달린 대주는 만나지 못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는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은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다.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1240m 정상근처에 자라는 솔나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2년을 기다려온 산행이었는데, 토요일 같이 가기로 한 선배가 집안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연락이 왔다.

 


그로 인해 나 홀로 산행이 갑자기 다가왔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했다. 그 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 길로 다리 힘을 망가뜨리는 험난한 길이다. 1차 고비를 넘기고 조금 올라가니 이른 새벽인데도 홀로 등산하는 사람이 한명 보인다. 등산을 좋아해 혼자서 자주 다닌다고 한다. 이름난 산은 등산객이 항상 있으니 혹시 무슨 사고를 당해도 위험하지 않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은 낮은 산이라도 인적이 드물어 위험하다고 한다.

 


▲ 고산에서만 볼수있는 식물로 2급 멸종위기식물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주변에 꽃들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높은 산에 가야만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다시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하니 드디어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들을 벗 삼아 한참을 혼자서 놀고 있으니 등산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중턱에 도착한 정도로 아직 정상까지는 험난한 길이 많이 남았다.


 

등산화를 여미며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꽃이 아니면 절대로 올라올 일이 없는 높은 산이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경사 길을 조금 올라가니 솔나리가 보인다. 솔나리는 백합과 나리속 식물 중에서 고산지대에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을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다.

 


▲ 희귀종으로 흰솔나리를 본 꽃님들은 별로 없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폭염에 이미 옷은 땀에 젖어 비 맞은 꼴이랑 다를 바가 없다.
정상주변을 둘러보니 높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종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린다. 이미 시간은 정오를 훌쩍 넘어 버렸다. 먹을거리를(먹거리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지난번 산행에서는 보지 못했던 간이매점이 보인다.

 


3000원짜리 라면과 2000원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하산을 시작했다.등산로 옆을 기웃거리는데 흰색 꽃이 보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희귀종 중에서도 희귀한 흰솔나리다. 흰색꽃이 피는 솔나리를 산신령이 점지해 주셨나 보다. 주차한 곳까지 내려오니 8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다음날은 휴가라 쉬는 날이다. 지친 몸을 재충전하느라 12시간 넘게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 기본색이 흰색이 아닌 종들도 대부분 흰색 꽃이 피는 개체가 있다.

솔나리는 높은 산에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속에 둥근 달걀형의 비늘줄기가 있다. 줄기는 70cm정도이고 솔잎처럼 가느다란 잎이 줄기에 촘촘히 어긋나며 위로 올라갈수록 짧아진다. 7월말 경에 꽃이 피고 꽃잎은 뒤로 말리며 안쪽에 자주색반점이 있고 아래를 향해 핀다.

 


환경부 지정 2급 멸종위기식물이다. 식물의 종명에 무지한 이들이 나리꽃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백합과 나리속 식물이다. 국내에 분포하는 종은 10종이 넘고 잎과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구분한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면 하늘나리 종류이고  옆을 보고 피면 말나리, 아래를 보고 피면 땅나리등으로 불린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종은 개울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참나리로 꽃이 아래를 향해 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