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겨울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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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겨울딸기
  • 유은경
  • 승인 2018.12.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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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첫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4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겨울 숲은 심심하다.
재잘거리던 새들마저 입을 다물었는지 들리는 건 발길에 채이는 마른 낙엽 부서지는 소리다.
흐르던 물소리도 멈추었다.
내놓고 헐벗은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어 계절을 견디고 있다.

한참을 걸어들었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구멍 숭숭 뜷인 검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 그 숲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걸음이 빨라진다.

보이는 대로 한줌 가득 딸기를 땄다. 카메라는 뒷전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나 우선은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따스한 곳이라지만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의외의 흐뭇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이 한겨울에 딸기라니...
병든 부모님을 위해 눈 속을 헤매는 효성 지극한 자식이야기가 동화나 전설 속에서 우리 곁으로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하얀 눈 속에 있는 딸기를 만났다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어쩌다 한번 바다를 건너 제주를 찾는 꽃 나그네가 품을만한 욕심은 아니다.

지금 열매를 맺었으니 꽃도 마냥 늦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산딸기들이 한창 열매를 맺고 있고 또 맺기 시작하는 8월에서 9월쯤,
여느 산딸기들과 비슷하게 하얀색으로 핀다.
단지 겨울에 볼 수 있어 ‘겨울딸기’라 불렀을까. 흰 딸기, 땅줄딸기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가시가 보이지 않는 줄기는 매끈하다. 깔끔하다.

한해 끝, 또 한해의 시작이다.
새싹이 돋아 생명의 시작이 눈에 보이는 봄이 아니라 이 차가운 겨울 한가운데서 말이다.
모두 웅크리고 있는 이 계절,
느긋하게 다음 세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저 겨울딸기만큼
붉고 탐스러운 태양이 눈앞에 다가온 새해를 환하게 밝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디 행복한 마무리, 더 행복한 시작되시길...!!

겨울딸기

제주를 비롯 남해의 따듯한 섬에서 자란다.
꽃은 7~8월 더위가 한창일 때 피고 열매는 12~1월에 맺힌다.
겨울의 제주 곶자왈지대 숲속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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