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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탄 배는 지금 어디쯤일까?[신년사]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김기현 공동대표
김기현 | 승인 2018.12.31 17:59

예전, 그러니까 약 20여 년 전에 신안군의 장산도라고 하는 섬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중보건의 1년 차 발령지였는데 당시 목포 연안여객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제2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철선을 타고 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었습니다.

보통 섬사람들은(나처럼 타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근무하는 사람들 포함해서) 배에 오르게 되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기 위해 갑판 위로 나가기보단 지루한 항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곧장 선실로 달려가 잠을 청하곤 합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선실 구석에 누워 잠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데 저쪽 승객들이 웅성대기 시작한 겁니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잔뜩 긴장해서 얼른 일어나 근처로 가서 귀를 기울여보니 사고는 사고인 겁니다.

한 할머니가 하의도 가는 배를 타야 하는데 장산도를 거쳐 진도 조도 가는 배를 타버린 겁니다. 내 가슴이 다 막막하더군요. ‘어떻게 하나? 저 할머니... 1시간 30분 후에 장산도에서 내려서 다시 목포 가는 배를 3~4시간 기다렸다 또 1시간 30분을 달려 목포에 도착한 후 또다시 몇 시간을 기다려 하의도를 들어가야 하는데...’ 꼬박 하루를 허비해야 하는 할머니가, 그 자책과 원망과 불안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아마 나만 그런게 아니라 거기 승객들 대부분이 그랬을 겁니다.

그때 바다가 얼마나 두렵고 거대한 장소인지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물론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몇 해 전엔 우리 국민 모두가 다 알게 되었지만 말이죠.

아무리 다급하고 위급해도 중간에 바로 내려서 걸을 수 없는, 그래서 출발했으면 돌이킴 없이 일단 끝까지 가야 하는, 상설의 공간이나 엄살의 여지도 없는 그런 곳이 바로 바다라는 겁니다. 물론 바다 위에서 살거나 바다 밑 잠수함에서 사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곤 바다가 일상적인 거주의 공간이 될 수는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바다는 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탁 트이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절대 절명의 무서운, 돌이킬 수 없는 막다른 곳이라는 이미지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막다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뭔가를 더는 미적거리고 외면하지 말고 결정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생겼을 때 바다를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몰아내고 촛불 정권을 세울 때만 해도 금세 우리가 탄 배는 따뜻한 햇살과 적절한 바람으로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것이라고 품었던 기대가, 지금은 여기저기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있어서는 안 될 가슴 아픈 일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또다시 저 바다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우리가 탄 배는 이미 망망대해에 떠있고 이제 조만간 어딘가에 도착할 것입니다. 물론 그곳이 우리가 원했던 목적지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기에서 또 다시 우리의 목적지를 탐색하고 항해해 가면 될 일니까요. 그러나 너무 멀리 떠나가지 않게, 저 할머니처럼 하루를 꼬박 허비하는 안타까움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게, 막다름으로서의 바다의 의미를 새겨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지금껏 우리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맞이하는 2019년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입니다.

“난, 아니 우리가 탄 배는 지금 어디쯤일까?”

김기현  rop21@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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