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덕쑥덕] 경력은 숫자에 불과하다
상태바
[쑥덕쑥덕] 경력은 숫자에 불과하다
  • 편집국
  • 승인 2003.10.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달 전쯤 병원생활을 통해 알게 된 치위생사들의 모임이 오랜만에 있었다. 한참 서로의 안부를 묻고난 후 우리의 화제는 재취업을 원하는 아줌마 치과위생사들의 하소연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

한때 잘 나가던 치과위생사가 결혼 후 다시 일을 하고 싶어 몇 군데 면접을 봤지만, “경력이 너무 많다”, “결혼하신 분은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재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몇일 전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치과 사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왜 이렇게 치과위생사들은 이직률도 높고, 구하기도 힘드냐”고, “그 많이 배출된 치과위생사들은 어디서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몇 분간의 하소연 끝에 좋은 후배가 있으면 소개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연차는 어릴수록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도 한 직장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행복한 경력 치과위생사들도 적지 않지만, 병원 경영 입장에서는 그에 따르는 높은 인건비와 '가정으로 인해 병원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기존 직원들의 내부 서열상, 병원장님과의 연배 차이 등 여러 이유로 높은 경력자를 선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능력 있는 아줌마 치과위생사들은 그들만의 편안한 미소와 넉넉한 마음으로 환자와 병원분위기를 이끌고 병원 전체를 한눈에 꿰뚫는 노하우로 병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오랜 경력자들이 재취업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서로 상이한 임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높은 경력의 치과위생사들은 무조건 경력에 따른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치과위생사들의 업무능력을 확인하지 못한 채 높은 임금을 약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어느 광고의 문구처럼 '경력은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구처럼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 치과위생사들은 무조건 높은 경력에 맞는 대우를 내세우기보다는 본인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지…. 또한 병원 원장님들도 높은 경력자들을 인건비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보기보다는 병원을 함께 이끌어나가는 동반자로서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지….

풀기 어려운 노사관계라고 묻어두기 보다는 한걸음 뒤로 물러선 자세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능력 있는 경력자가 인정받고 그만큼 병원도 잘 운영되는 직장문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이지숙(장美치과, 치과위생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