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진료실 위한 '임세원법‘ 잇단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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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진료실 위한 '임세원법‘ 잇단 발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1.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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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원, 보건의료 종사자 안전 위한 의료법 개정에 한목소리…복지부에 전향적 태도 변화 주문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시스템 강화를 위한 이른바 ‘임세원법’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진료 중인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故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목숨을 잃은 것이 발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국회 복지위)를 중심으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6건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 등 총 8건의 관련법안이 발의됐다.

아울러 오늘(9일)에는 국회 복지위에 임 교수 사망 사건에 대한 현안보고가 진행돼,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국회 복지위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진료환경 및 안전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윤종필‧김승희‧박인숙‧윤상현‧최도자 의원도 ▲병원 내 경찰관서 연계 긴급출동시스템 구축 ▲비상벨 등 보안장비, 비상문 등 대피 공간 설치 ▲보안요원 배치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또 의료인 폭행에 관한 징벌조치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승희 의원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형벌을 상향 조정토록 한 내용을, 윤종필 의원은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박인숙 의원은 의료인 폭행 시 징역형만을 선고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인 보호를 위한 사후대책에 대한 개정안 발의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손해배상 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기 위해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의료사고의 예방 및 사후 조치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키는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故임세원 교수와 그 유가족들의 뜻을 받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질환에 대한 지속적 치료와 지원을 골자로 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 2건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정신건강복지법은, 현행 제도에서 지역사회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지속키 위해 운영하고 있는 ‘외래치료명령제’와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강화 내용이 요지다.

보건의료 종사자 안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최도자 의원

한편, 보건복지분야의 폭력 피해 현황 조사와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동근 의원 측이 경찰청 경찰범죄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의료기관내 폭행‧협박 건수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건수는 2015년 896건에서 2017년 1,062건으로 약 1.2배 증가했으며, 협박건수는 2015년 79건에서 2017년 99건으로 약 1.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 보건복지 간사인 최도자 의원도 보건복지분야의 폭력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와 의료현장에 ‘안전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최 의원은 “미국 노동통계국의 2018년 11월 조사결과 보건복지 서비스 종사가가 입은 직장폭력 피해는 전체 피해의 69%에 달하는 등 여타 미국 근로자보다 폭력을 경험할 확률이 5배 더 높았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 분야 종사자의 폭력 피해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없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국 노동부 산하 산업보건안전청은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위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등에 대한 안전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료기관들이 예산이 있어도 추가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최 의원은 일명 ‘임세원법’으로 거론되는 기존 일련의 법안들이 보건복지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계류 중이라고 규탄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1월 의료기관 내 폭행 처벌강화, 의료기관 내 안전전담 인력 의무화 등 응급실을 넘어 전체 의료인의 안전 확보 방안에 대해 복지부가 단계적 확대를 주장하는 바람에 응급의료법과 의료법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면서 “‘징역형만 규정, 형량하한제, 심신미약자 형 감경 면제 등’은 불과 한 달 전 복지부의 만류로 불발됐으며, 복지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다시 논의한다 해도 ‘임세원법’의 통과는 어렵다”고 분노했다.

또한 최 의원은 정신보건분야에 대한 지출 확대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2017년 국가 정신건강현황 3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시설 및 지역사회 재활기관 등록률은 약 30.0%인 62,938명에 불과했다.

WHO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민 1인당 정신보건지출은 ▲영국 277.78 달러 ▲미국 272.80 달러 ▲스위스 296.31 달러 ▲일본 153.7 달러인 반면, 우리나라는 44.8 달러로, 영국과 미국의 6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한 것은 아니며, 정신질환 정도에 따라 환자의 동의 없이도 인적사항과 진단명 등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꾸준하게 관리, 치료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보건 예산 확충 또한 필요하며, 이번 기회에 의료기관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정춘숙 의원도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임 교수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고인의 뜻처럼 ‘정신질환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신질환에 대한 지속적 치료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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