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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Fuck! Ideology’영화 역사에 말을 걸다- 3번째 이야기
박준영 | 승인 2019.01.10 17:33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2주차 금요일에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출처 네이버영화)

거제 포로수용소는 어떤 곳인가?

‘스윙키즈’는 춤추는 아이들이란 뜻이다. 발음이 경쾌하며 도시적이다. 그런데 영화 『스윙키즈』 의 배경이 되는 곳은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이다. 어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강형철 감독은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영화 『과속 스캔들』 과 『써니』 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강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대체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을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거제 포로수용소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일 듯하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일순간에 대한민국은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인천상륙작전 한 방으로 전세를 일거에 역전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냅다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간다.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압록강에 엎드려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칠 물을 수통에 담는다. 이제 통일인가 싶었으나 중공군의 참전으로 다시 이듬해 1951년 1월 4일 이른바 일사후퇴를 하게 됐고 38선에서 전투는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다.

자, 전쟁이 일어나면 포로가 생긴다. 한국전쟁 이전만 해도 포로는 즉결 처분으로 처형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1949년 맺어진 제네바 협약으로 이제는 함부로 포로를 처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한국전쟁 포로들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치열한 이데올로기 전쟁이 이곳에서 벌어진다.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 한 명의 포로라도 전향케 하는 것이 수용소의 미션이다. 유엔사는 포로를 수용할 수 있는 장소로 거제도를 낙점하고 이곳에 대규모 포로수용소를 만들게 된다.

(출처 네이버영화)

이곳에는 인민군 포로만 무려 17만 3천명이 수용됐고 여기엔 친공과 반공포로가 뒤섞이게 된다. 친공(親共)포로는 당연하지만 반공(反共)포로라니? 북한 인민군 포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북에서 강제징집 돼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양민들과 남쪽 땅을 북한이 일시 점령할 당시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잡혀온 젊은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한마디로 공산주의에 대해서 일도 모르는 사람들을 그냥 인민군복 입혀 전투에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다. 이들 대다수는 친공일 리가 없었고 이들이 포로수용소의 반공포로가 된 것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거제도였을까? 일단 섬이라 도주의 위험이 적었고, 평지가 넓어 수용시설을 설치하기에도 용이했다. 무엇보다 부산하고 가까운 것이 이점이었다. 원래 조그만 섬 거제도에는 약 10만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부산에서 밀려온 피난민 10만에 포로 17만 명이 들어오면서 졸지에 큰 도시 하나가 생긴 셈이다. 전쟁이 터지고 1년이 지나서야 어느 정도 수용소 모양새가 나왔는데 360만평의 땅에 막사를 짓고 4중 철망을 둘렀다. 그리곤 어울리지 않게 수용소 입구에는 “동양의 진주, 거제도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라고 크게 써 붙였다. 어허, 동양의 진주라니…

포로에 관한 근대적 협정인 제네바 협약은 인류 역사상 적국끼리 처음으로 포로에 관해 명문화한 약속이었다. 영화에서 외신 기자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포로협약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는 북쪽 포로수용소도 마찬가지였다. 유엔군은 거제도 포로들에게 고도의 심리전을 펴면서 친공 포로들을 투항케 해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심는데 주력했다. 혹자는 이곳이 제3의 전장이었다고도 한다.

38선의 교전이 장기화되면서 이곳 포로수용소는 친공과 반공의 대립이 점점 극렬해졌다. 이곳에선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일들이 밤마다 벌어졌다.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고 이후 포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전쟁은 1951년 봄부터 교착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전선의 전쟁은 치열했다. 영화 『고지전』 에서 잘 묘사 됐지만 하룻밤 사이에 고지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고 땅 한 뼘을 더 차지하기 위해 남북의 젊은이들의 소중한 목숨이 숱하게 사라졌다. 지루한 전쟁은 쌍방 간 협상에 들어간다. 그러나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은 휴전에 반대한다. 북진통일을 하고 싶었던 거다. 결국 대한민국을 제외한 소련 북한 유엔군간의 휴전회담이 시작됐고 본격적으로 포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거제 포로수용소는 거대한 하나의 독립 왕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미제 보급품도 지급됐는데 질 좋고 인기가 높아서 포로수용소에서 먹어 볼 수 없는 음식들하고 교환되기도 했다. 거제 시장의 통돼지가 삶아서 들어가기도 했다고 하니 웬만한 물건들은 수용소 내부로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거꾸로 미제 보급품 물건들이 외부로 유출돼 부산 국제시장까지 팔려 나갈 정도로 물건이 좋긴 좋았나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용소의 부식이 좋아 차라리 전장보다 포로수용소를 택한 군인들도 있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또 이곳에선 체육대회가 열리곤 했는데 딴에는 올림픽 흉내도 내며 나름 열기가 대단했고 종목도 권투, 달리기, 기마 싸움에다 트럼펫 응원까지 등장했다. 당연히 경기에서 친공, 반공 포로간의 경쟁이 마치 전투처럼 펼쳐졌다. 이건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었다. 분단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이 축구시합을 해 북한이 우리에게 지면 북한선수 전원이 아오지 탄광행이라는 소문이 한 때 회자되기도 했는데 이 곳 포로들은 경기에 지면 그날 밤 바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소리 소문 없이 시체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휴전회담은 난항을 거듭한다. 포로협상이 휴전의 최대 난제로 등장했는데 역시나 제네바 협정이 걸림돌이 된다. 제네바 협정은 포로의 국적으로 무조건 송환하는 거였으나 실제 대부분의 반공포로들은 남한에 남길 희망했고 친공 중에서도 상당수는 은근히 남한에 잔류하길 기대했다. 1952년 1월부터 1953년 6월까지 무려 1년 반 동안 이 문제로 유엔군과 북측은 실랑이를 벌인다.

송환을 거부하는 포로들에게 친공 측의 협박과 탄압이 극에 달했고 본보기 삼아 시체를 십자가에 매달아 놓고 전시를 해 공포심을 주는가 하면 내장을 철조망에 걸어 놓을 정도로 무자비 한 모습을 보였다. 철저히 내부 단속을 한 것이다. 영화에서도 드럼통에 토막 난 시체를 싣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조금 궁금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포로수용소는 감옥처럼 철저히 통제되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친공 포로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첫째 전시 중이었기 때문에 많은 포로를 경비할 인원이 부족했고, 둘째 포로를 자의적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제네바 협약의 영향이 있었다. 결국 느슨한 경계의 틈을 타 친공 포로들의 폭동이 일어나 수용소 소장(미국 장군)이 역으로 포로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어쩔 수 없이 친공과 반공 포로들을 나눠서 수용했고 영화를 보면 막 끌려온 포로들이 수용소에 들어올 때 서로 자기 쪽으로 오도록 소리치는 장면은 이런 연유에 기인한 것이다.

휴전협정은 한 치의 진전도 없다가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이 갑자기 죽자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승만은 반공포로를 북쪽으로 송환하는 것을 극력 반대하다가 1953년 전쟁 막바지에 미국의 승인 없이 전격적으로 반공포로를 석방해 버린다. 드디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맺어진다. 이 협정이 지금까지 쭉 내려왔다. 휴전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자는 게 지금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이다.

자 이제 영화 ‘스윙키즈’의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로 가 보자.

영화 ‘스윙키즈’ 무엇이 맞고 무엇이 다른가?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에 새로 부임해 온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 이미지 홍보와 자신의 진급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구성된 댄스 단을 만들 계획을 한다.

(출처 네이버영화)

“여기서 댄스 단 하나 만들어 보는 거 어때? 포로들로!”

물론 이런 발상과 이야기는 허구다. 포로수용소의 스윙댄서 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는 한 장의 사진이 모티브가 돼 영화화 된다. 포로수용소 장기자랑 시간에 가면을 쓰고 댄싱을 하는 사진이 한 장 발견 됐는데 감독은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오합지졸 댄스 팀이 급조된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그는 인민영웅 형 덕분에 영웅으로 대접 받고 있다.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한 통역사 댄서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실력 갖춘 영양실조 춤꾼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우여곡절 끝에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의 이름은 ‘스윙키즈!’이다.

로기수가 우연히 미군 잭슨의 탭댄스를 훔쳐본다. 마치 이 장면은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하는 장면을 몰래 엿 보는 모습을 오마쥬 한 듯하다. 북한에서도 춤 실력하면 알아주는 로기수였기에 미 ‘제국주의 검둥이’가 제안하는 춤 배틀을 거절하지 못한다. 지기 싫었던 거다. 그러나 내기에서 진 로기수는 스윙키즈에 들어간다.

(출처 네이버영화)

잭슨 역은 실제 유명한 브로드웨이의 자레드 그라임스라는 유명 춤꾼이 맡았다. 역시 남다른 춤 실력을 보여준다. 잭슨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연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소장의 달달한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댄스 팀을 맡게 된 것이다.

영화 주인공역을 처음 맡은 로기수 역의 도경수는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인데 영화 『신과 함께』 에서 관심병사로 얼굴을 알리더니 이번에는 주연을 꿰 찼다. 양판래 역의 박혜수는 새로운 유망주의 발견인데 연기도 신선했고 춤 실력도 대단했다. 배우들 모두 6개월간 피나는 훈련 끝에 만든 결과라고 한다.

영화는 탭댄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지 춤만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 챘을 거다. 한국전쟁이 담고 있는 가족사의 비극과 동족상잔의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왜 감독이 굳이 댄스영화를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의문이 풀렸다. “가장 비극적인 시대에 가장 신나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는 감독의 진심과 “퍽큐 이데올로기”라며 내뱉는 대사를 보며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드러났다.

다소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반부가 잘 흘러가다가 북에서 온 친구 광국과 형 로기진이 등장하는 스토리가 나오면서 영 엉기지 않고 삐그덕거리는 느낌이랄까, 모든 것을 다 담고자 하는 감독의 강박이 강하게 흘러나온 부분이다.

미군들과 춤 배틀을 하는 장면은 영화 『써니』 의 기시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게다. 전작 보다 발전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형철 감독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연출과 화면구성은 분명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부분들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영화는 뮤지컬 ‘로기수’를 영화로 각색했다. 그래서 음악이 좋은데(춤 영화중에서 흥행한 한국영화는 거의 없다) 비틀즈의 『Free as a bird』 ,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까지 눈과 귀 호사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반미 반공영화로 너무 나가지는 말아주시라는 말씀.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출처 네이버영화)

박준영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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