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사람을 사람이 사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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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사람을 사람이 사회를 만든다
  • 신보미
  • 승인 2019.01.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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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릉원주대학교 치위생학과 신보미 부교수…민의련 초청강연의 소소한 후기
건치·건치신문이 주최한 민의련 초청강연 모습

2016년 8월, 일본의 한 치과병원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다(관련 기사 링크 하단).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 포함 약 40여 명 정도 규모의 병원에 대한 운영 사례, 직원 인터뷰 정도의 이야기인가 보다 하며 글을 읽는데, 읽어 내려갈수록 예사롭지가 않다. 그렇게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기자가 전하는 민의련 의료진의 이야기에는 개인보다는 단단한 조직이 있었고, 그 조직을 지지하는 깊은 뿌리가 있었다. ‘이거 실화임?’과 같은 의심도 없진 않았지만, 기자의 글로 전해진 그들의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었고, 글 너머로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2019년 1월, 건치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그들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나는 정말 궁금했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며, 진료실 안에서 마주하는 불평등의 문제들을 밖으로 꺼내어 이슈화하기 위해 『치과 혹서』를 발간하고, ‘보험으로 더 나은 진료를’이라는 슬로건으로 20만 명의 국민적 서명운동을 추진하여 보장성 강화와 수가 인상, 법 개정을 이루어내었으며(실제로 펜과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가 서명운동을 했다고 한다), 16km 반경의 재택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시간을 피해 점심시간과 야간을 이용하여 진료를 다니면서까지, 끊임없이 그들만의 운동으로 사회와 투쟁하며 지켜내려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강연 내내, 그리고 강연 이후 교류의 시간에서조차도 끊이지 않고 이야기가 오고 갔던 것은 민의련 강령에 관한 것이었다(심지어 마지막 순서로 건치에 전한 감사의 선물은 민의련 강령이 담긴 액자였다).

모든 이들에게 평등한 의료, 인권을 지키는 치과 의료를 실현하는 것. 지난 60여 년 동안 민의련이 지향해 온 평등과 인권의 가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건강보험의 치과의료 보장성 강화를, 나아가 팀 의료에 기반한 방문치과진료로 제도화되어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일본 사회를 움직이고 있었다. 민의련 치과부 1500여 명의 작은 날개 짓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를 보며, 그들을 움직이는 민의련의 정신이 얼마나 강력하고 단단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누구에게나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직역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진료의 역할분담과 업무 영역을 조정해왔으며, 그것이 팀 기반의 진료체계 구축 뿐 아니라 함께 발전하는 성장 동력이 되었다. 민의련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실제 치과위생사의 행위 수가도 개선되었고, 방문치과진료제도에 있어 치과위생사의 수행 항목이 시간과 난이도를 고려하여 수가로 책정‧개선되어 왔다. 치과의사의 치료 서비스와 함께 치과위생사의 적극적인 구강케어와 섭식기능개선 케어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었다.

결국 팀 의료의 실현 역시 민의련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없이 완벽한 제도와 조직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들 역시도 아직은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의련이 이뤄온 과정과 성과는 눈에 드러나는 것 이상의 가치와 의미로 느껴졌다.
 
역사와 경험을 안고 지향해온 가치를 담아 표정과 목소리로 전해진 생생함은 ‘이거 실화임?’을 증명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지나온 길과 가야 할 방향을 돌아보게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치과촉탁의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구강위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행정 체계는 갖추어 졌으나 실제적인 기능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를 실현해갈 구체적 내용도, 사람도 없는 무늬만 남은 제도였다.

얼마 전 아동청소년치과주치의 사업 확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는 구강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중심으로 제안되어 치과의사 및 치과위생사로 구성된 주치의팀에 의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되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팀을 이루어 ‘함께’가 되었고, 구체적인 내용을 실천해왔다.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가치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로 실현될 수 있기를, 그렇게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보미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치위생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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