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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해법 단순한데…민‧관, 엇박자시민사회 녹지국제병원 공공병원으로 전환 주장…복지부 ‘정책일관성’‧민주당 ‘상황 지켜봐야’ 주장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2.21 17:11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의원실 주최로 열린 '제주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토론회'

소송전까지 온 제주영리병원 문제의 해법으로, 시민사회는 국가가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제주도 사정에 맞는 공공병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단첸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제주지역 보건의료 상황과 제주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주제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제주 영리병원 허용의 문제점과 공공적 전환의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특히 이날 발제자들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주장한 반면, 보건복지부는 ‘행정신뢰도’ 문제를 언급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측은 “서두르면 안된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아울러 이날 영리병원 사태의 주요 당사자인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끝내 토론회에 참석지 않았다.

준비된 사무장병원들…막을 방법은 근거법 삭제뿐

우석균 정책위원장

먼저 발제에 나선 우석균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과 2006년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 도입을 골자로 각각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자구역법)」,  「제주특별자치도법」 자체에 영리병원 관련 내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에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고, 법이 있는 한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해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가 된 법과 조례는 참여정부 때 만들었고, 이 근거를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영리병원의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것을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개정해야 한다고 하니, 국회는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국내 의료기관 및 의료인의 우회투자가 불러올 심각한 결과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녹지그룹은 부동산 투자 기업으로 당연히 내국인 의료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BK성형외과 홍성범 전 원장의 해외 네트워크로 의심되는 중국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와 일본 이데아(IDEA)와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그들이 녹지국제병원의 의료진 채용 및 의료계획 등을 전담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 위원장은 “사실상 국내 의료병원의 40%를 차지하는 개인병원들의 제주 및 경자구역의 우회진출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보건사업진흥원에 따르면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경우 연 1조5천억 원의 의료비 증가 및 지방병원 50개의 폐쇄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헌재 판결에 걸려있는 이른바 1인1개소법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네트워크병‧의원과 MSO까지 갖춘 네트워크병원협의회 소속 병원들은 법만 갖춰지면 우회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이미 이들은 인천, 대구, 부산 등 3대 광역시가 모두 들어간 8개 경자구역과 제주도에 네트워크 병원을 가동할 준비가 돼 있어 보통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우 위원은 “미국 영리병원 네트워크는 일개 의사 소유의 작은 네트워크로 시작해 20년 만에 지금과 같이 HCA 등 자본소유의 거대 체인으로 재편됐다. HCA 최대 주주는 공화당 미트 롬니로, 정치권력까지 모두 쥐고 있다”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삼성 등 대재벌이 영리병원 체인을 만드는 건 시간문제이며, 미국보다 더 급속하게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녹지그룹의 법률 대리인은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들은 메르스 사태의 책임이 있는 삼성의료원 사건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제주영리병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제주도는 공공의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응급의료기반도 취약해, 지난해 11월 작성된 ‘제7기 제주도 지역보건의료계획(안)’에서도 서귀포 지역 공공병원 신설을 제안했다”며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병원 건물을 사서 개조해 비영리 공공병원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 위원장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철회하면 소송을 통해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측에 수천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우려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과정은 합법이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불허하는 것도 당연히 합법”이라며 “제주도는 소송의 대상이 아니며, 소송을 하더라도 제주도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지키는 데 800억…싸다”

이어 발제에 나선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녹지국제병원의 토지와 재산이 가압류된 상태인데다, 녹지그룹 측이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받기 전 사업포기 의사를 밝혔음에도 원희룡 지사가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다고 지적했다.

나영명 기획실장

나 실장은 “녹지그룹은 이미 사업포기 의사를 제주도와 JDC에 몇 차례 밝히며 인수를 요청했으나 전부 묵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따라 채용된 134명 중 의사 9명은 전원 사직하고 절반 이상의 직원이 사직한 것은 녹지그룹 측이 사업포기 의사를 밝혔거나 정상적 운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사업주인 녹지그룹이 영리병원 개설‧운영의지가 없음에도 원 지사가 이제라도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감추고 싶은 흑막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나 실장 역시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며, ▲노인질환전문치료센터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보훈병원 등의 설립을 제안했다.

나 실장은 “녹지국제병원 인수하는 데 800억 원에 해결할 수 있다”며 “800억 아끼려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묻지마 승인을 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의 전면 재검토해, 승인 철회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의료를 지키고 영리병원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협력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국인 진료금지 개정안 통과 ‘시급’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경자구역법을 그대로 모방한, 내‧외국인 진료를 같이 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녹지그룹이 승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제주특별자치도법 및 조례와 관계없이 녹지국제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내용을 보면,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피부미용과 성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스스로 명시했다”며 “아마 성형 관광 붐이 일던 시기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며, 제주도도 이런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허가를 내 준 것이지 조례를 통해 조건을 부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다만 우려되는 것은 녹지국제병원이 사업계획 변경 신청을 하는 것인데, 그러기 전에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도록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해야한다”며 “그들이 욕심낼 수 없는 제도적 틀을 만든 뒤 공공병원으로 가는 퇴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관료주의적 태도 ‘눈쌀’

오성일 서기관

보건복지부는 정책 일관성을 거론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성일 서기관은 “국민의료비 상승, 건강보험체계 파괴, 의료서비스 양극화 등 영리병원이 확대됐을 시의 문제 때문에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복지부 입장에서는 기존 행정 지도에 대한 신뢰도, 정책 일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응급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위법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박능후 장관이 국회 현안 질의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특수한 상황이며,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영리병원 확대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서기관은 “김광수 의원이 내국인 진료금지를 골자로한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개정안 논의 시 복지부도 관계부처와 합의해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우석균 정책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제주도에 보낸 공문의 진위여부에 대해 재차 질의했다. 공문 내용은 ▲2018년 1월 외국인만 진료해도 진료거부라는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가? ▲2017년 12월 외국의료기관이므로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등이다.

이에 오성일 서기관은 “2017년 당시 제주도의 질의에 대해, 개설허가권이 제주도에 있으므로 제주도의 기존 입장을 그대로 참고하면 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 정진엽 전 장관이 ‘보지도 못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오 서기관은 “직무유기인지 여부는 법원에서 판가름 날거라 생각한다”며 “사업계획서 전체가 아닌 요약본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 정 전 장관은 전체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 것”이라고 전했다.

더민주 “영리병원 논란 정부 개입 신중해야”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800억 원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 원 도지사와 녹지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

그는 “원 지사와 녹지그룹이 한통속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양 측 모두 행정소송을 유도하거나 방관해 이익을 얻으려는 것 같다”며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 허가를 통해 제주도 투자활성화와 자본유치를 위해 노력했다는 정치적 입지를 다졌고, 소송 과정, 중국과의 갈등, 신임도 하락 등을 우려해 정부나 여당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해 해결될 것이고, 그러면 본인은 얻을 것은 얻고 뒷정리는 떠넘기는 그런 계산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한 투자자들도 소송을 탈출구로 생각할 수 있다. 내국인 진료를 허하라는 게 소송의 핵심인데, 이는 향후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 때 필요한 조건”이라며 “지금 녹지그룹은 사실상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없음에도 이런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소송 자체가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내국인 진료가 막혔기 때문에, 병원 개원을 못했다는 법률적 귀책사유를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이처럼 합리적 의심이 드는 만큼 정부나 국회는 영리병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서두를 게 아니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너무 조급하게 논의에 뛰어든다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긍정적 결과와 달리, 정부의 개입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원 지사에겐 본인이 얻을 정치적 실리를 얻고 복잡한 것은 남에게 넘길 수 있다는 정치적 출구를, 투기자본에게는 빠져나가기 쉬운 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위원은 녹지국제병원 허용과 관련해 여당과 보건복지부 모두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영리병원 추진 의사가 없음을 강조키도 했다.

이에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문재인 정부에 영리병원 허가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앞날을 일개 판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데 대한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자신들의 책임은 슬그머니 원 지사에게 미루고 정치적 고려와 시점을 앞세운 것은 매우 안이한 태도”라고 맹비난하며 “정책 지속성, 안정성을 보건복지부가 말하는 데, 촛불정부와 무관하게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계승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끝으로 그는 “제주 숙의형 공론조사 당시 정부는 녹지그룹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복지부는 이제라도 잘못된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철회를 할 수 있는, 법에 명시된 권한을 사용해 스스로한 승인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영리병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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