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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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광대나물
  • 유은경
  • 승인 2019.02.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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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세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4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겨우 살아낸다’고 하는 겨울이니 별로 춥지는 않았지만 계절 값은 치렀다. 어떤 모양이든 견디어 냈으니까… 남녘 나들이가 좋은 것은 계절을 앞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봄이 되어야 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광대나물! 햇볕이 따스한 곳이면 한겨울에도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는 이 조그맣고 당찬 아이가 계절을 마중 나가 제일 먼저 만난 선물이다.

들녘에 무더기로 피어난다. 말 그대로 ‘풀’인 것이다. 흔하디흔해 눈길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운 들꽃이다. 꽃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우리 야생화를 이야기할 때 참 좋은 모델이 되어주곤 한다. 한줄기 꺾어 눈앞에 들이대면 예상치 못한 꽃모양에 모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늘 내려다보는 인간의 눈높이를 고집하는 동안은 이러한 생김새를 어림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까.

줄기를 감싸고 있는 주름지고 둥그런 잎은 납작하게 추위를 견디며 겨울을 난다. 두해살이풀이 겪어야하는 마땅한 고난이다. 꽃잎은 위아래로 갈라졌다. 윗입술은 털이 부숭거리고 세 갈래로 갈라진 아랫입술에는 얼룩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바로 벌들의 착륙장소이다. 줄기가 둥글지 않고 네모지니 꿀풀과인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꽃이 피기 전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는데 지방마다 차이가 있는지 충청도 산골에서 자랐으나 그 경험은 없다.

진분홍빛 꽃은 영락없는 광대다. 한껏 치장한 채 허리 펴고 숨 고르는 저 모습! 춤판으로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려 잔뜩 긴장한 저 얼굴이 보이는지… 두 손 모으고 하늘을 향해 마지막 심호흡하는 광대에게 네모 프레임을 들이댄 나는 그저 한낱 관객이다. 광대나물! 봄 들판에서 한바탕 뛰어놀아야 마땅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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