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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소송 속에서 사회적 가치 건졌다본지-유디 간 8건의 민사소송 종료 ②…본지 폭로 기사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판례 이끌어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3.04 17:03

2468일, 장장 7년을 끌어온 본지와 ㈜유디그룹네트워크(이하 유디) 김종훈 전 대표와의 지난한 소송이 이제야 일단락됐다.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유디는 본지 기사에 대해 형사 2건, 민사 9건 등 총 11건의 소송을 걸어왔으며, 원고(김종훈)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만 4억 원에 달했다. 그중 형사 2건은 취하, 민사 1건은 중재로 끝났다. 나머지 명예훼손에 관한 민사 8건은 1심과 2심 모두에서 '청구할 이유 없음'으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원고 패소판결에 따라 항소비용 등 일체를 지급해야하지만, 당사자인 김종훈 전 대표가 해외체류로 인한 ‘소재지 불명’으로 처리돼, 본지 등 피고에 대한 채무를 최근까지도 회피해 왔다. 소문처럼 국내에 있는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고 완전히 종적을 감췄는지, 2015년 5월부터 원고패소로 인한 소송비용확정서가 발송됐음에도 '수취인불명'로 반송처리 됐다.

본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 전 대표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방법을 강구하던 중, 영리병원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그의 소재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소식을 듣게됐다.

그 내용인 즉슨 미국에서 유디가 운영하는 치과에 근무하던 한인 치과의사 4명이 '무면허 치과진료의 지원 및 교사'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치과면허국으로부터 고발 당한 사건이다.

2015년 10월 8일자 치과신문 기사에 따르면 "유디치과가 지난 2007년 8월 29일 미국 워싱턴 D.C.에 법인을 설립한 것과 캘리포니아 주에 주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대표가 김종훈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본지는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키도 했으나, 공무원 조직은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김종훈 전 대표 명의의 오피스텔이 발견됐고, 본지는 이에 대한 강제경매집행을 법원에 신청, 1월 30일 집행에 들어갔다. 매번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오던 소송비용확정서와 달리, 자신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집행서는 수취할 사람이 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참 얄팍했다.

2월 초 강제경매가 시작되니 흔적도 보이지 않던 김종훈 전 대표의, 직원이라는 사람이 황당하다며 부랴부랴 연락을 해 왔다. 결국 소송판결확정으로부터 1,411일만인 지난 18일, 김종훈 전 대표 측 강제경매취하를 조건으로 소송비용을 정산키로 했다. 결국 본지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지난 22일 법정 지연이자 5%까지 덧붙여 5천4백여만 원을 받아냈다. 길고 지루한 싸움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첫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민을 위한 치과’, ‘치과계 내부고발자’로 자신들 스스로를 홍보해 온 유디와 그것을 대표했다는 김종훈 전 대표와의 소송을 정리, 2편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소송 당사자들은 유디와의 소송이 “길고 피로한 일”이라고 회상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중에 얻은 게 더 많다”는 평을 냈다.

특히 치과계뿐만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판결로 손꼽힌 것은, 본지 2012년 6월 20일자 『치과계의 홍길동, 그들을 아십니까?』 ,『유디, 직원들 피 빨아 ‘서민치과 행세’』 등 두 가지 기사다.

두 기사는 각각 유디 직영 치과기공소인 드림치과기공소와 덴몰에서 발생한 치과기공사에 대한 특수고용 및 노동형태의 운영방식을 폭로하고,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참고로 당시 『유디, 직원들 피 빨아 ‘서민치과 행세’』 기사에 따르면, 유디 직영 치과기공소는 드림기공소, 독산기공소, 작전기공소 등 총 3곳이며, 120여 명의 치과기공사가 재직 중이었다.  김종훈 전 대표의 부인인 김연주 씨가 유디기공업체 ‘덴몰’의 대표로, 해당 3개 기공소의 실질적 소유자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대표의 누나로 알려진 김현임씨가 덴몰 감사팀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번호 : 서울중앙지방법원 12가단184988, 13나38830
기사 링크 :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85

치과계 약자 착취한 대표적 사례

판결문에 따르면, 드림치과기공소의 경우 (다른 기공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음),
▲2007년 3월 기공사 고용해 인센티브 급여제도(일명  piece work 시스템)를 유지해 오다 ▲같은 해 6월 고용형태를 도급제로 변경했으나 그 후에도 기공사의 업무처리 형태나 업무환경 변화가 없었다.

▲고용제 기간 동안 인센티브 급여제도로 인해 기공물 작업수량에 따라 급여가 늘기는 했으나 생산시스템자체가 분업화돼 있어 다른 기공사들과의 협력 업무로 사실상 근무시간 외 연장근무 불가피했고 ▲이는 도급제 변경 후에도 별반 변화가 없었다.

▲기공사들의 작업장소 및 락커 등지에는 재료용 금붙이 도난 방지 명목 하에 여러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여자탈의실은 별도로 없었다 ▲기공사들의 급여 또는 수익 산정은 기공물 작업수량에 일정 단가를 적용한 방식을 산정됐고 ▲도급제 전환 전후로 변화가 없다가 2011년 7월 기공사들에게 비용절감 등을 내세워 단가를 40~50%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를 반대한 60여 명의 기공사 파업을 선언했고 ▲드림치과기공소는 이들에 대한 도급계약 중도해지했고 ▲이후 그 중 40명이 변경 조건 수용해 다시 도급계약 체결했다.

나머지 20명은 고용노동부에 ▲실제는 고용제임에도 일방적 도급계약 해지로 사실상 해고됐을 뿐 아니라 외부 업체 취업까지 방해받았고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기공소 측의 태도로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의 탄원서 제출했다.

파업 후 도급계약 해지로 업무에 복귀 못 한 11명의 기공사들은 지난 2011년 11월 1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김종훈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노동청은 검사 지휘 하에 서울남부지청에 원고(김종훈)의 미국 체류로 인한 ‘기소중지’로 기소의견을 송치한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유디 측은 위의 사실들에 대해 “허위사실이며, 공공의 이익이 아닌 비방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유디치과를 폄하함으로써 환자들을 자신들의 치과병원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명예훼손을 이유로 본지와 본지 기자를 고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전체적으로 볼 때 고용관계에 있었던 기공사들에 대해 도급계약이라는 우회적 수단을 채택 했을 분, 변경 전후 노동환경 조건에 별반 변화가 없었음에도 근로자들에 대한 보험, 퇴직금 등의 부담에서 벗어난 드림치과기공소의 특수고용, 노동 형태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고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투쟁하는 기공사를 지지하는 게 주 내용”이라며 “사실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기사 및 논설을 통해 의도한 주요 목적이나 동기가 근로자들의 노동자권리, 정당한 대우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사건번호 : 서울남부지방법원 12가단50401, 13나12162
기사 링크 :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36

특수고용노동자의 승리의 기록이되기까지…

이후 이 기사들은 2012년 9월 14일 드림치과기공소와 덴몰에서 해고된 치과기공사들이 유디와의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밀린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게다가 이 판례는 230만의 ‘특수고용노동자’의 승리로 기록될 만큼, 혁신적 전환점 됐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화물기사, 보험설계사, 중장비기사, 각종 건설노동자 등 다양한 직군제 존재하며, 실제로는 고용제하에 일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계약돼 회사가 응당 져야 하는 4대보험, 퇴직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말한다.

당시 이 문제를 취재했던 본지 윤은미 기자는 “엄연히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3권이 존중되지 않는 모순의 판결들이 원칙처럼 축적되는 와중에 치과계에서 이를 뒤엎는 전례를 남긴 것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업적이기도 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참고로 유디는 해고 기공사들에 대한 퇴직금 역시, 김종훈 전 대표의 해외 체류로 인한 소재지 불명으로 인해 ‘기소중지’된 상태로, 판결 이후에도 3년을 더 끌다, 법원이 퇴직금의 60%만 지불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하자 법원이 정한 시일인 지난 2015년 10월 30일에 딱 맞춰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링크 : http://www.gunch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08

소송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 ‘이윤보다 가치’

한편, 유디와의 소송 당사자였던 본지 전양호 전 편집국장과 윤은미 기자 모두 정당한 소송비용을 받아낸 것을 축하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전 전 국장은 “줄 소송 당시 물심양면으로 신문사를 100% 신뢰하며 도와준 건치 회원분들과, 함께 조사 받으며 고생한 당시 기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소송 그 자체가 힘들긴 했지만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건치 회원분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취재 및 기사작성에 있어서 반성할 부분과 언론사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지 알게됐다고 밝혔다. 전 전 국장은 “언론은 공정해야하고 무엇보다 팩트 체크를 기초로 한 책임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면서 “최소한 자기 검증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윤은미 기자도 언론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소송 전후로 기자 작성이 많이 달라진 걸 느꼈는데, 처음엔 단순히 소송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방어적 방식이었다”면서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무리 나쁜 상대라도 언론 앞에서는 나약한 개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것이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기자는 “유디와의 소송전을 통해 지겹게 말하는 의료계가 추구하는 원론적 가치가 맞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했다”면서 “불법과 편법행위가 얼마나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일깨워 줘, 치과계의 자정과 성찰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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