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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관련 법 용어, 성평등한가?[건강과대안 칼럼] 박건 상임연구위원
건강과대안 | 승인 2019.03.15 16:10

본지는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과 보건의료 이슈에 관한 정기연재 협약을 체결하고, 작년 7월 11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다.

작년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여성 재생산권'에 관한 칼럼을 시작으로, 10여년을 끌어온 제주 영리병원 논쟁에 대해 다뤘다.

앞으로 건강과대안 칼럼에서는 치열한 보건의료 이슈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법제도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언어와 관점에서 제도화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도의 구성과정과 실행과정은 물론이고 법언어 자체는 사회처럼 구조화되어 있으며, 사회를 반영한다. 법언어를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성불평등의 관점에서 의료관련 법령 용어를 분석하는 것은 용어상에서의 성불평등한 요소가 있는지, 다양한 가족구성원을 포괄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또한 이는 차별적인 법언어의 단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한국 사회의 의료나 건강과 관련한 많은 법령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번 연재에서는 의료 및 건강관련 기본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법」, 「보건의료기본법」, 「국민건강증진법」만을 대상으로 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에서는 진단서 및 처방전 발부대상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본인 이외에 환자 대신에 발부받을 수 있는 사람을 직계존속, 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혹은 형제자매만을 공식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가족관계 혹은 파트너 관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동거관계에 있거나 동성 파트너 혹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 즉 다양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 의료기록의 열람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21조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정이 있어 다양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17조(진단서 등) ①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하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로서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하지 못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 1항은 건강권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에서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명시한다. 이는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의 건강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법률상 규정된 가족관계 이외의 다양한 가족관계 등에 대한 건강권을 국가에 대해 주장할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조항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제10조 2항에서는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의 조건을 명확히 명시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성적 소수자의 건강에 관한 권리가 제한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제10조(건강권 등)
①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4조(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의무) 1항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라는 항목은 건강증진에 필요한 비용을 가족 내에서 상호 연대부담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현재 보건의료관련 법령이 기존의 협소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고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제14조(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의무)

①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건강증진법」의 경우 제9조의4(담배에 관한 광고의 금지 또는 제한)에서는 ‘여성 또는 청소년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서 여성이 지나치게 보호대상으로 규정되어 있고, 따라서 ‘여성과 청소년’이 삭제되어야 성차별 조항을 없애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은 담배회사의 새로운 고객창출을 위한 신규 마케팅 대상이 여성과 청소년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보호조치이자 담배기업에 대한 규제의 한 형태이다. 따라서 성평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광고를 허용할 것’을 주장하는 식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즉 건강권 차원에서 해당 법령은 여성이나 청소년을 막론하고 모든 대상을 상대로 하는 담배기업의 후원 행사나 광고는 금지되어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 구체적 인물의 모습을 형상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담배광고 금지라는 입법취지에 타당할 뿐 아니라 발암물질인 담배에 모든 국민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이것이 진정으로 성불평등을 개선하는 방식이며, 전 국민의 건강권 증진 차원에서도 적합할 것이다. 또한 한국도 가입되어 있는 WHO의 담배규제에 관한 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FCTC)의 제13조 즉, “모든 담배광고·판촉 및 후원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조치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기본 조항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한국의 담배기업에서 일부 허용되어 있는 행사후원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모두 금지되는 것이 성불평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경우 성불평등성은 여성이나 청소년을 포함한 성인 남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성평등을 증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건강과대안  healthcommu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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