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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정책 구현의 핵심, 시민사회”건강과대안, ‘DTC 유전자 검사 관련 사회‧윤리적 쟁점’ 토론회…시민사회 의사결정 주체돼야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3.20 17:56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주최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확대와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사회윤리적 쟁점들' 토론회

소비자 직접의뢰 (Direct to  Consumer 이하 DTC)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는 정치적 결정이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시민사회의 힘밖에 없다는 정론이 다시금 확인 됐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은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 3층 강의실에서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 확대와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사회‧윤리적 쟁점들’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성공회대 열림교양대학 김병수 교수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실장의 발제, 가천의대 생명과학과 남명진 교수와 한양대 예방의학교실 신영전 교수의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DTC 유전자 검사 자체가 근거가 낮은 ‘확률의 영역’을 점치는 것에 불과함에도 이를 이용해 근거 기반의 국가 의료서비스를 흔들어 사기업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DTC 검사, 과학 이용한 의료영리화 추진일 뿐
시민‧과학자 등 연대 진용 재정비 필요성 제기

신영전 교수

한양대학교 신영전 교수는 DTC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를 오랫동안 진행된 의료영리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규정했다. 그는 의료를 영리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생명 윤리 및 안전을 심의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를 당위성 확보를 위한 기구로 전락시키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줌으로써 이 작업을 완성시켰다고 봤다.

이어 신 교수는 유전체 검사와 이를 활용한 사업이, 의료 영리화의 일부일 뿐 아니라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 나아가 ‘인종주의와 차별’의 잘못된 과학적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는 문제를 들었다.

신 교수는 “저성장, 에너지 고갈 미 패권의 약화와 중국패권의 강화 등 국제정치의 혼란으로 신파시즘이 고개를 드는 이때에 최근 일어난 인종주의자의 뉴질랜드 테러 사건과 DTC 유전자 검사 허용은 이와 매우 친화성 있는 사건으로 연결된다”며 “DTC 유전자 검사의 핵심은 배아줄기에 특정실험을 허용하는 것으로, 그 검사의 결과는 특정질환 유전자 보인자에 대한 낙인, 차별, 낙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결정이 앞으로 50년의 한국사회의 라이프 스타일, 인류의 존재 양식을 결정해버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DTC 유전자 검사와 같은 문제를 놓고 시민이 논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시민들이 이른바 과학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6가지 모순된 장애물을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그 내용으로는 ▲세네카 패러독스 ▲과학만능주의 ▲과학기술의 거대화와 거대자본과의 밀착 강화 그리고 갈수록 왜소해지는 시민 ▲합법성의 완고함 증가와 변화의 필요성 간의 비대칭 ▲시간감각의 패러독스 ▲시대의 비동시성 극복 등이다.

신 교수는 “세네카가 말한 것처럼 모두가 불로장생을 꿈꾸지만 노인을 무시하고, 의학‧과학은 지금까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미세먼지 문제만 하더라도 과학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과학의 승리이자 전리품이라 생각한 자동차, 에어컨, 플라스틱이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 것처럼 유전체 검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국은 특히 모든 문제를 과학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는, 낙관론이 너무 강하다. 게다가 과학기술은 자본과 밀착돼 있고, 전문영역이란 특성을 이용해 정부는 과학을 배경으로 삼아 합법적 절차를 거쳐 위험한 정책을 추진한다”며 “반면 시민단체는 영리병원과 같은 지리한, 그만둘 수도 없는 싸움을 하느라 지쳤다. 거기에 과학논쟁이라고  회원 설득이 어렵다는 이유로 끼지도 못하니 변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기술을 ‘시민을 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현실 과제가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내용으로 신 교수는 ▲과학 시민운동의 전열 재정비 ▲생태계와 공존‧정치경제 목표까지 포괄하는 대안담론 생산 ▲국생위 독립 등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과학기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결합, 나아가 국제 연대를 통해 대안 담론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적어도 국생위가 국가인권위 수준의 전문‧독립기관으로 발전해야 하며, 특히 이번 DTC 유전자 검사와 같은 문제를 시민이 이해 가능한 언어로 풀어내고, 시민이 논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내는 게 현실적 과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주최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확대와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사회윤리적 쟁점들' 토론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연구원도 “시민은 과학기술의 수혜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야함에도 전문영역이란 이유로 논의 자체에 참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과학적 논의에 참여 가능한 전문지식인과 시민이 연대해 구심점을 만들고 세력을 형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과학 논쟁에 시민이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호구지책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민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결합할 때, 국생위 등도 올바른 정책방향을 가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정확하게 답변해 줄 전문가가 있어야 하며, 이는 과학자와 의료인이 해야만 한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진실을 말할 때 집단의 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확률 점치는 DTC 검사 과잉진단만 부추길 것
시민·의료인, 특정 유전질환에 대한 재정립 필요…

정형준 정책실장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실장은 산자부가 (주)마크로젠 등에 규제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DTC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를 선정하고, 관련 실증특례를 내어준 데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산자부는 지난 2월 11일 (주)마크로젠 등이 신청한, 비의료기관에게 기존 12개 항목이었던 DTC유전자 검사를 고혈압과 뇌졸중, 위암, 대장암, 파킨스 병 등 13개 질병유전자 검사로까지 확대 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및 식단 관리 등 건강증진 서비스도 포함시키는 내용을 규제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선정했다.

또 (주)마크로젠은 제품 및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를 받게 됐다. 이들은 실증특례가 허용된 13개 질환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2년 간 연구 목적의 실증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정형준 정책실장은 “이번 유전자 검사 항목과 연결된 서비스 내용은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받지 못했고, IRB는 연구방법만 검토한다는 황당한 규제완화”라며 “이는 연구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며, 연구윤리를 위반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인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제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IRB는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연구의 디자인을 심사하는 곳인데, 2천 케이스로는 택도 없다”며 “알면서도 이를 철회하지 않는 건 돈을 빨리 벌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실장은 “유럽은 DTC 유전자 상업 검사가 불법이고, 불허상태이며, 미국의 경우도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문제가 발생하자 2009년 모든 검사를 불허하는 등, 세계 유례없는 의료상업화 정책”이라며 “DTC 규제완화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계하고, 노령인구 대부분을 포괄하는 범위의 중대 질병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건강관리 전체를 영리화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는 지난 2월 14일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도입을 발표하고, 오는 5월부터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실시한단 방침이다. 여기에 57개 검사항목을 ‘유전자 제외 없이’ 추가했으며, 연중 상설 항목검토소위원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검사항목의 추가‧제외를 검토키로 했다.

기존 보건복지부 허용고시에서는 대상 유전자를 한정했던 것과 달리 시범사업에서는 허용항목만 한정하고 대상 유전자는 검사기관이 자율로 선정, 인증 받고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실장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우회하지도 않고, 의견을 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며, 말이 시범사업이지 중단 기준도 없고 중단할 수도 없다. 이른바 정책분야에서 말하는 ‘한발 슬쩍 들여놓기’ 전략”이라며 “단순 영리 유전자 검사항목 허용에 그치지 않고 환자 유전자 정보, 환자 질병정보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국생위와 같은 최소한의 거버넌스기구 마저 무력화 시켰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 실장은 DTC 유전자 검사가 확대될 경우 ‘검사를 위한 검사’만 부추기는, 진료실 내 의료상업화를 증가시키는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조상 찾기 같은 것은 궁합보기와 같이 재미요소가 강한 반면, 각종 암에 걸릴 위험성을 나타내는 유전체 검사는 과도한 의료이용을 부추기고, 환자를 불안감에 놓이게 한다”며 “대표적인 유전질환인 유방암의 경우도 그 인자를 가졌다 하더라고 먹거리, 사회‧환경적 요소에 따라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확률의 문제로 정확도도 낮고 유효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실장은 “검사 후 유전자 검사 기업들이 맞춤의료, 정밀의학이란 이름으로 건강식품, 자체 교육프로그램 등을 판매하는 게 핵심”이라며 “진료실에서는 지금도 의존도가 높은 영상검사, 화학검사의 의존도를 더욱 높일 뿐이다. 갑상선암 사례에서 보듯 진단은 실제 발병율, 유병율을 낮추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DTC 유전자 검사가 유전자로 사람을 평가하는 ‘유전가 결정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특정 유전자 질환을 재정립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유전자 결정론과 관련된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DTC 유전자 검사 외에도 최근 염색체 검사도 선별급여로 들어온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검사의 정확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특정 질환 유전자 보인자를 찾아 취직, 결혼, 보험가입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로, 각 사안에 대한 대응보다는 특정 유전 질환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권리 무시된 유전체 검사…실익 있나?

성공회대 김병수 교수는 DTC 유전자 검사에서 유전체를 제공하는 환자, 소비자의 권리는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거 유전자 검사 동의서에서는 검체 제공자(소비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으나, 이제는 검사 결과의 무조건 보관, 인체 유래물 영구보존 등 연구자에 상당히 유리한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환자는 확률만 검사하는 유전자 검사를 돈 내고 받고 내 몸에서 나온 인체 유래물도 연구자가 가져가는데 무슨 이익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과거엔 획기적 신약과 검사법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정확도와 효용성 보다는 검사자체와 인체유래물질 자체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됐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도 단순 데이터 제공이라는 소극적 참여에서, 정책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개인 유전자 정보 제공에 대한 알권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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