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란서생」과 세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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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란서생」과 세책점
  • 김다언
  • 승인 2019.04.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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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열 여섯번째 회에서는 영화 「음란서생」의 주된 배경인 세책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한석규 주연의 「음란서생」은 2006년 개봉한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의 소재가 신선하고 재미있어 세 번 넘게 봤다. 잘 들리지 않았던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반복해서 본 것을 포함하면 「음란서생」의 깊은 맛을 보려고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분이 이 영화를 보았거나 제목 정도는 알겠지만 혹시라도 글을 읽고 영화를 처음 볼 의향이 있는 잠재적 관객을 위해 줄거리는 생략하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책점을 중심으로 도움말을 쓰겠다.

조선시대 품격 있는 선비역의 한석규는 영화에서 통속소설, 소위 한문이 아니고 언문으로 쓰인 글을 가명으로 내놓고 여기에 삽화까지 그려 넣어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켜서 여염집 아낙들을 세책점(도서대여점) 문지방이 닳도록 오가게 만든다. 세책점은 조선시대에 어려운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쓰인 이야기책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영업으로 번성했으며, 부녀자들이 세책점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개탄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음란서생」의 배경은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삽화가’가 등장해서 책에 삽화를 그려 넣는 등의 이야기는 조금 과장됐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세책점에서 빌려간 책에 댓글을 단다거나 하는 내용 역시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EBS ‘역사채널e’를 참조하면 자세하게 나오니 ‘세책점’으로 검색해서 영화를 보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참고하면 좋겠다.

「조선서지학 서론」 (제공 = 김다언)

세책점에 대한 우리의 기록 말고도 서양인이 남긴 흥미로운 글이 있는데, 모리스 쿠랑이라는 프랑스인이 쓴 「조선서지학 서론」에 구한말의 세책점을 포함한 출판문화 등이 자세히 다뤄졌다.

주인은 이런 책들을 매우 헐값으로 빌려 주는데, 하루 한 권에 10분의 1, 2푼 정도이다. 흔히 그는 보증금이나 담보물을 요구하는데, 예컨대 현금으로 몇 냥이라거나, 현물로 화로나 냄비 같은 것들이다. 이런 종류의 장사가 옛날엔 서울에 꽤 널리 퍼져 있었으나, 이제 한결 귀해졌다고 몇몇 한국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 주었다.

라고 구체적인 운영방식도 언급했다. 세책점 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보면, 신선하고 흥미 있는 내용도 있으나  계속해서 다른 책을 살펴보면 같은 주제가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되어 문학성도 떨어지고 나중에는 싫증난다는 내용으로 평을 했다.

만약 조선시대 관료나 지식인들이 세책점 영업이 잘되는 것을 한탄하기보다 백성의 문화적 욕구를 이해하여 한글 사용의 폭을 넓히고 문맹률을 낮추는 관점에서 접근했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까?

가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신소설, 현대소설 등의 내용은 서양문학을 기준으로 한 분류인데 아마도 이 기준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세계의 학생들이 문학을 공부할 때 한국소설의 다양함과 방대한 작가군단에 감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출판계가 힘들다고들 말한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고 출판계가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과거의 형식과는 다른 영상이나 게임문화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변화하는 시대에 창조적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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