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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듯이 함께한 20년”[평연 20기 이성오 진료단장 인터뷰] “인간 대 인간으로 평등한 관계로 주도성 부여...끈끈한 연대로 20년 활동 이끌어”
문혁 기자 | 승인 2019.04.01 15:50

사단법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사장 정제봉 이하 평연)의 활동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1999년, ‘베트남 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이 알려진 후, 우리나라 시민 사회에서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었다. 그중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동대표 김기현 홍수연 이하 건치)도 있었다. 건치는 베트남 현지 피해 지역을 찾아가 진료 활동을 펼치며, 사죄와 용서를 구하고 평화의 마음을 전했다.

2000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베트남평화의료연대로 단체명을 확정짓고 활동을 전개했으며, 2004년부터는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와 연대하는 등 진료 활동을 확대했다.

그렇게 20년을 계속했다. 평연 20기 이성오 진료단장은 인사말에서 “남이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정권이 바뀌건, 욕을 하든지 말든지, 어려우면 어려운 데로 베트남에 갔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베트남 통역단 학생이 40대를 넘어선’ 그 긴 세월동안 치과의사를 비롯한 치과 스텝과 한의사, 그리고 통역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하나의 뜻으로 평연 활동을 함께 했다.

특히, 이번 평연 20기 진료단은 퐁니‧퐁넛과 하미마을 학살 피해 생존자 두 명의 응우옌 티 탄(동명이인)이 진료단을 방문하고 진료를 봄으로써 더 나은 관계의 출발을 알리는 성과도 얻었다. 

평연이 20년 동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비단, 본래의 목적과 뜻의 소중함 때문만은 아닌듯하다. 평연은 구성원 간의 평등한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끈끈한 연대를 이어가며 ‘평연’을 계속 찾는 이들을 만들었다.
 
지난 2009년, 두 살배기 아들을 한국에 떨구고 첫 진료 활동에 참여한 김정희 치과위생사는 "평연에 푹 빠졌다"고 했다.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내가 이곳에만 오면 너무 밝아지고 좋아진다"는 그는 이번에도 무사히 10번째 평연 활동을 마쳤다.

마찬가지로 10번째 평연 활동을 맞은 레 옥 헌 통역단원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이쁘고 화려한 아이돌, 그리고 한국 문화와 음식만 알고 있는데, 나 역시 그랬다”면서 “평연을 통해 다른 이미지를 배웠다. 따뜻한 마음과 열심히 일하는 진료단. 이들과 함께하고 평연을 응원하고 싶어 계속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오 단장은 이를 두고 “평연의 활동은 자칫 누구에게는 미흡하게 보일 수도, 누구에게는 강요로 다가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인인 우리가 잘 할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구성원들 간의 평등한 관계와 주도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2001년 첫 평연 활동을 시작으로 16번째 평연 활동을 전개한 이성오 단장. 평연 20기 활동 기간 동안 ‘아픈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왔음을 강조한 그는. 베트남에서 되려 사람을 사랑하고,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다음은 이성오 진료단장과의 1문 1답이다.

-편집자 주-

 

이성오 진료단장


Q. 평연 20기 진료단장으로 활동하며 한결 같이 ‘옆에서 함께, 들어주는 것’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A. 평연의 활동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진다. 먼저, 우리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사죄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어떤 사람에게는 강요로 다가올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미흡한 활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평연 활동을 어떻게 접근 할 것인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이 이것을 두고 많이 고민한다. 누구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기도 하고, 누구는 피해자와 평연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를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가 의료인으로서 잘할 수 있는, 우리 수준에서 위로를 전해 주는 방법은 결국 옆에서 함께 목소리를 들어드리는 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겉으로 사죄와 사과를 하고, 그리고 그분들이 사과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단순히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가 안 아프다고 의사한테 말한다고 해서 진짜 안 아픈 게 아니듯. 피해자분들의 마음을,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결국 그분들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미마을학살 사건 생존자 응우옌 티 탄(좌측에서 세 번째)의 집을 찾은 평연 20기 진료 실무진들

Q. 퐁미마을과 하미마을 학살 생존자 두 명의 응우옌 티 탄 모두가 평연 진료단을 보며 밝게 웃어주며 환영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게 됐는지?

A. 평연은 매우 조용히 활동했다. 전임 단장들을 비롯한 그간의 진료단 구성원 모두 겸손하게 이 일에 접근했다. 조심스레 추측건대, 가랑비에 옷 젖듯이 20년간 활동했던 모습이 지금의 이런 관계를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한 번 울컥해서 앞에서 울어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옆에서 말없이 꾸준히 옆에 있긴 힘들다. 이를테면, 집안에서 누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그 앞에서 울고 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말없이 몇 년 동안 지키는 것이 더 힘들고 소중한 일이지 않은가? 평연은 그렇게 움직였다.

Q. 평연 20기 진료단은 진료 활동 처음으로 생존자분들을 진료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A. 원래 주이쑤옌현에 들어오면서 생존자 진료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했다. 그렇다고 이번에 하자! 이렇게 딱 계획을 하고 온 것은 아닌데 우연찮게도 생존자분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진료까지 하게 됐다. 이번의 진료는 즉흥적이었으나, 그동안 평연의 활동이 있었기에, 그리고 만든 시스템이 있었기에 진료도 할 수 있었고 결과도 좋았다,

Q. 생존자분들을 진료하셨는데, 소감은 어떠한가?

A. 일단 누우면 다 똑같은 환자다. 생존자라고 열심히, 주민이라고 대충 진료할 수 없지 않나? 똑같이 했다.

Q. 이 밖에도 평연 20기 진료단은 처음으로 유치원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했다. 진료단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이후에도 계속 활동을 진행할 예정인가?

A. 사실 나는 8박 9일 활동의 진료단장일 뿐, 구강보건교육의 지속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사실 구강보건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고 본다.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결정이 나니, 구성원 모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따른점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이 좋았다. 

사실 내 뜻과 다르니 안 할 거다. 이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평연 구성원들은 의견이 정해지면, 자기 의견을 잠시 접고 같이한다. 유치원 구강보건교육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진료단원들이 아이들이 이쁘고 귀여운 행동을 하니 좋아하고, 힐링이 됐다고 하더라. 일단 결과는 좋은 듯 보인다. 구강보건교육은 평연의 사업을 키워가는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Q. 진료단원은 치과의사를 비롯한 치과계 스텝, 그리고 한의사 등 다양한 직종이 모여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음에도 평연은 20년간 활동을 지속해 온 점이 인상깊다. 평연의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는가?

A. 평연과 같이 하면서, 특이한 것을 발견 못 하셨나? 치과 진료단 진료부장이 치과위생사분들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치과에서처럼 치과 의사가 주도하고 치과 스텝에게 일을 맡기는 상황이 아니라, 치과위생사가 진료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치과 의사와 스텝이 진료부장의 말을 믿고 따른다.

이것은 20기 진료단 진료부장인 강문성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개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맡은 것이 아니다. 평연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했기 때문이다. 평연은 위계 관계없는 평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그간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조직 문화를 만들고 따랐기 때문이다. 이 점이 크다.

평연 20기 통역단 레 티 꺼우(좌)와 이성오 단장(우)

Q. 통역단과의 끈끈한 유대감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이번에는 통역단원인 레 탄 동과 호 딱 꾸인 아인이 결혼을 한다. 이를 축하하는 진료단원과 직접 결혼식장에 찾아가는 사람들. 평연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유대의 끈을 이어가는 사람들 같다.

A. 이상한 것 못 느꼈나? 진료단원들이 통역단들에게 박항서에 대해 물어보는것을 들어 본 적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단 한 명도 그런 이야기를 안 했다. 진료단을 계속하면서 해야 될 질문과 하지 말아야 할 질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평등에 대해 고민했다. 통역단에게 하대하듯이 사소한 것들까지 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묻지 않는다. 예전에는 무엇만 시켜도 통역단을 시켰으나, 곧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함부로 남자 친구 있냐? 실례의 말을 하지 않는다. 치과 스탭과의 관계 설정과 똑같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평등한 관계, 같이 협력하는 관계로 접근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고, 백 프로 만족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하대하지 않고, 어떻게든 한국 진료단이 스스로 주문하고 행동하면서, 쇼핑가이드처럼 대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평연의 가치에 기본적으로 서로 동의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왔던 사람들이 계속 오는 것은 개인의 선택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만들어온 신뢰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평연 20기 진료단은 주이응이아싸에 새롭게 터를 잡았는데, 성공적이라고 보는가?

A.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면, 베트남 진료단은 학생들을 진료하는 것이 시작이 아니라 맨 처음 관을 만난다. 사실 기존에 만났던 관리를 만나면 편한데, 관리가 바뀌는 것이다. 평연은 그간 활동을 3~4년 간격으로 바꿨다. 편하게 활동하려 했으면 계속 한 지역에서 활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연 구성원들이 평연의 정체성과 목표를 잘 설정해줬기 때문에, 진료지를 바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실 관과 관리들과의 관계 설정은 힘든 부분이다. 관계만 잘 이뤄지면 일의 50~60%는 진행되는 것인데, 김정우 사무국장이 그간의 활동을 통해 잘 해결해줬다.  

Q. 평연 20기 진료단의 총평과 하고픈 말이 있다면?

A. 평연 진료단이 새로운 지역에서 3~4년을 활동할 때, 첫해가 가장 중요하다. 관리들과의 관계가 잘 해결됐고, 세관 문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도 사무국에서 노력으로 잘 해결됐다. 진료 부분도 계획한대로 잘 됐다. 생존자 분들을 대할때 평연에 대한 생각을 잘 정리해서 각 구성원들이 책임 의식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간 20년 동안 정말 잘 해왔다. 우리 서로를 토닥거리는 힐링하고 위로하는 20기 진료단이 되자고 했는데, 잘 이뤄진 것 같다. 같이 해서 정말 감사드린다.

끝으로, 건치에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평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기까지 건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치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무궁한 건승을 기원한다.

평연은 베트남 현지서 건치 30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혁 기자  mhljb1@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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