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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들개미자리꽃 이야기- 다섯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4.05 12:35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1,3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건조한 도시생활에서는 꽃이름이든 나무이름이든 익숙한 것 외에는 더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작지만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 흙을 만지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제일 먼저 이름이 궁금해진 녀석은 눈길 끄는 화려한 꽃이나 잎이 매력적인 화분 속 식물이 아니었다. 조그만 땅에서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려는 ‘풀’이었다. 쉽게 말해 뽑아버려야 하는 잡초였던 거다.

손길 닿은 적 없던 마당을 뒤집어엎어 돌을 고르고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한쪽에는 손바닥  만한 텃밭을 만들고 흔들그네 자리에는 자갈을 얻어다 깔았으며 그 외에는 잔디를 심었다. 심은 첫해라 듬성듬성한 잔디 사이로 잔디보다 더 푸른색으로 땅을 차지하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심코 뽑아버리던 어느 날,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법 야무지고 날렵한 잎사귀에 눈 크게 뜨고 찾아야 될 정도로 작지만 또렷한 하얀 꽃(!)이 거기에 있는 거다. 분명 너도 이름이 있을 텐데... 검색도 막막했다. 식물에 관심 있는 분께 여쭈었더니 ‘개미자리’라 알려주었다. 내 꽃사랑은 그렇게 풀사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개미자리’는 큰개미자리, 갯개미자리, 유럽개미자리, 들개미자리가 있는데 갯개미자리는 ‘세발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밥상에 오르기도 한다. 들개미자리를 만났다. 지난 겨울에는 양지쪽 밭둑에서 서너 개체를 귀하게 만났으나 이번에는 넓은 논가를 하얗게 뒤덮고 있었다. 유럽이 고향인 귀화 식물이다. 개미자리보다 키도 꽃도 크고 축축한 습지를 좋아한다.

꽃으로 하얗게 뒤덮인 논두렁을 걷는 나들이꾼의 발걸음은 가볍기가 그지없다. 몸을 구부려 작은 꽃과 눈을 맞추는 시간은 한없이 즐거웠다. 오후가 되어 햇살이 겸손해지기 시작하자 작은 하얀 꽃도 덩달아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돌아서 나오는데 일행 중 한 분이 툭! 한마디 내뱉었다. 농부들은 이 녀석들이 얼마나 귀찮을까. 아~~ 내 마당에선 잡초, 울타리 밖에서는 들꽃인 것이다.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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