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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허가 취소“정당한 사유 없어…법률 문제 적극대처”…청문주재자 “내국인 진료제한 개원 미룰 중대 사유 아냐”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4.17 17:15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를 발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맨 왼쪽) (제공 = 제주특별자치도)

마침내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 이하 제주도)는 오늘(17일) 외국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조건부 허가 후 지금까지 병원개설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취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는 “지난 12월 조건부 허가 직후, 제주도는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해 나가자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녹지측은 협의 요청을 모두 거부해 왔다”면서 “지금 와서야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앞뒤 모순된 행위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주도 측은 “법규에 따라 취소 처분을 하고 이후 소송 등 법률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면서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헬스케어타운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사업자인 JDC, 투자자 녹지, 승인권자인 보건복지부와 제주도 4자간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인 지난 3월 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지난 3월 26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했고, 청문주재자는 이에 따른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결과인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지난 12일 제주도에 제출했다.

참고로 현행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동법 제84조는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청문’절차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있으며 ▲의료인(전문의) 이탈 사유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측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당초 녹지 측은 병원개설 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녹지국제병원

논란 많던 녹지병원, 처음부터 불허됐어야…

한편 중국 녹지그룹이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2015년 6월 보건복지부에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제출, 승인을 받으면서 제주 영리병원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녹지그룹은 2017년 8월 28일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으나 부담을 느낀 원희룡 도지사는 허가 결정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에 미뤘고, 지난해 3월 공론조사가 실시됐다.

2018년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개설 ‘불허’를 권고했으나, 원 지사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한‧중 외교관계 등이 우려된다며 지난해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

이에 녹지그룹 측은 제주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녹지그룹 측이 제주도 측에 공문을 보내 녹지국제병원을 직접 인수하거나 제3의 원매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과, 2017년 10월 31일 자로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녹지국제병원 부지가 가압류 상태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원시한인 지난 3월 4일을 넘기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청문주재자 선정부터 청문회까지 비공개로 진행돼 시민사회가 이를 규탄키도 했다.

지난 3월 11일엔 ‘국가기밀’ 수준으로 베일에 싸여 있던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가 마침내 공개 됐으며,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국내 의료 자본의 우회 진출’은 사실로 밝혀졌으며, 이 일에 정부가 깊숙이 관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리병원 취소…시민사회의 연승!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이번 일을 '시민사회의 승리'라고 규정하고, 영리병원 '사태'를 만든 원희룡 도지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시민사회가 두번 연속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규정하고 "숙의형 공론조사에서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이 '개설 불허'를 권고한 것이 첫 번째고, 원희룡 도지사가 강행하려던 것을 취소시킨 것이 두 번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변 위원은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가 미비했고, 병원 사업 경험도 없었으며, 국내 의료진의 우회진출 문제, 의료진에 대한 공채, 공모가 전혀 없었음에도 직원 고용 문제를 우려한다는 녹지그룹 측의 거짓말 등이 이들을 관리·감독해야할 제주도정이 아닌 시민사회의 폭로로 드러났다"면서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는 이를 강행·추진해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행정비용을 낭비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제주도의 공공의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의료 강화를 주문하며 영리병원 개설에 반대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공공의료를 강화하라는 도민의 뜻을 받들어,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김형성 정책위원은 두 번 다시 이번과 같은 '영리병원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제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성 위원은 이제라도 허가가 취소돼 다행이라면서도 "불과 얼마 전 JDC 문대림 이사장이 녹지그룹 총재를 만나 헬스케어타운 공사 재개를 위한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일이 앞으로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에서 일어났을 때 정부가 이번 처럼 한발 빼고 있을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말로는 '영리병원 반대'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지방정부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등 적극적으로 방관해 왔다"면서 "실제로 영리병원 등에 투자 욕심을 내는 관료와 자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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