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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인’ 아빠 닮은 의료인 되고파[건치와 함께한 사람들] 인천건치 고승석 회원의 아들 고경명
고경명 | 승인 2019.04.19 18:44
인천건치 고승석 회원의 가족 사진

처음 이 글을 써줄 것을 부탁받고 건치에 대한 글을 어떻게 써볼까 고민하다가 건치의 뜻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보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치가 건강한 치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건치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라는 뜻이라고 한다. 건강한 사회라는 것은 사람들이 질병 없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 외에도, 사회적으로 부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즉, 건치는 치과의사들 중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사회 참여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치과의사들의 모임인 것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건치에서 건강한 사회를 위해 치과의사들이 어떤 사회 참여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는지 전혀 몰랐다. 내가 알았던 사실은 단지 화요일마다 모임이 있어서 논의를 한다는 것뿐이었다. 아빠가 소속돼 있는 건치 인천지부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모임이 있다. 그래서 아빠는 예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에는 집에 계시지 않았고 화요일 저녁에는 나머지 가족들끼리 저녁식사를 하곤 했다. 

한 번은 치과의사들끼리 매주 모여서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의사가 하는 일이 환자를 진료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환자를 진료하는데 뭐가 논의할 게 있지?’라는 의문이 있었다. 내가 조금 더 크고 나서야 환자를 치료하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건치에서도 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학교 때는 아빠를 따라서 건치에서 하는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인 ‘희망세상’에 가본 적이 있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병원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치과를 포함해 여러 과들로 이루어진 병원에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의사들은 쉴 틈 없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나도 간단한 서류 분류 작업을 도우면서 병원을 둘러보다가 아빠가 진료하시는 모습을 보게 됐다. 평소 집에서 봐왔던 아빠의 모습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환자를 치료하는 멋진 의료인으로서의 아빠를 볼 수 있었다. 아마 그 때 처음 의사라는 직업에 존경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아빠를 따라서 온 가족이 다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뉴스를 통해 보기만 하던 것과 직접 시위에 참여해 피부로 느끼는 것은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의료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사회참여를 독려해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나 나는 올해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에 입학하긴 했으나, 바쁘게 공부하느라 정작 의료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요즘 들어 의료인으로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그쳐서 될까’, ‘과연 참된 의료인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여러 의료인의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도 아빠를 따라서 갔었던 ‘희망세상’에서의 경험이나 촛불시위의 기억들,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아빠를 보면서 내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한 사회로 만들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료인의 책임이고, 평생 동안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이 또 있나 찾아보게 됐고,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단체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치에서 활동하는 아빠를 보며 의료인이 된 후에 나도 건치와 같은 의료단체에 가입해 여러 사회 활동들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1989년에 건치가 창립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건치의 30년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만 못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3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꾸준하게 활동을 해온 건치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건치의 활동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 30주년을 맞아 발간되는 건치 신문에 글을 쓸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고, 내가 의료인이 되고 나서도 건치와 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힘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경명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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