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치과 진료비 얼마나 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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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치과 진료비 얼마나 줄었나?
  • 김철신
  • 승인 2019.04.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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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김철신 보건의료위원장(본지 편집국장)

이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협동조합(이하 프레시안)에 오늘(23일) 실린 기사로, 본지 편집국장이기도 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김철신 보건의료위원장의 기고문입니다.

본지는 지난 2016년 9월 9일에 프레시안과 뉴스콘텐츠 상호제공 협약을 체결한바, 이글을 싣습니다. 원문 기사는 다음의 링크(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37713)로 확인 가능합니다.

편집자 주-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어금니가 시큰거린다고 해서 치과를 방문한 윤 모씨의 이야기다. 아픈 아이 걱정도 되고 치료비 걱정도 된다고 했다. 치과에서는 충치라며 치료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충치 치료에 건강보험이 되는 것은 아말감뿐일 텐데, 색깔도 그렇고 안전성 논란도 걱정이 되고 해서 마땅치가 않다. 치아와 비슷한 색깔의 좋은 재료라는 ‘레진’으로 해주고 싶은데, 10만 원 가량 돈이 들었던 기억이 있어 걱정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좀 해 보려고 한다.

문재인 케어에서 어린이와 어르신의 치과 진료비 실제 사례

그러던 차에 올해부터 광중합 레진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레진 치료에 2만5천 원 정도면 된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충치를 예방해준다는 '치아 홈 메우기'도 해주려 한다. 큰아이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저렴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는 건강보험이 이 시술의 본인부담률을 더 낮추었다고 한다. 본인부담률이 5~10%란다. 충치 치료에 레진을 하고 치아 홈 메우기를 두 개나 했는데도 본인부담 진료비는 다 합쳐도 3만 원이 조금 넘을 뿐이다. 건강보험이 안 되면 족히 15만 원은 들어야 할 치료들이다. 레진도 그렇지만 충치 예방을 위한 치아 홈 메우기 시술에 본인부담이 확 낮아진 것은 참으로 잘된 일이라 여긴다.

틀니가 불편해져 아내와 함께 치과를 방문한 올해 68세의 김 모 씨가 있다. 평생 치아가 부실해 고생을 많이 했다. 말썽이던 위의 틀니를 다시 하고, 아래는 빠진 치아에 임플란트를 하려고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진료비가 비쌀까봐 내심 걱정이 된다. 틀니의 본인부담 비용은 36만 원 가량이다. 그리고 임플란트도 2개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약 70만 원 정도의 본인부담이 나올 것이다. 위쪽 틀니와 아래쪽 임플란트 2개를 모두 합해서 본인부담은 100만 원 남짓이다. 10년 전 처음 틀니를 할 때의 생각이 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니 치료비는 비싼데, 이가 없어 먹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비급여로 틀니를 해야 했다. 당시 틀니 하나를 하는 데만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불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건강보험이 참 고맙다. 그러나 슬그머니 아쉽다. 이것저것 치료하느라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100만 원이 또 들어가기 때문이다. 연간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어서 소득 수준에 따라 치료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많이 나오면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금도 더 이상은 안 내게 해준다는데, 틀니와 임플란트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는지, 감기는 되고 틀니는 안 된다니, 이런 건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진다. 또 63세의 아내는 틀니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도 이가 없어 고생인데 말이다. 치료비가 너무 부담이 된다. 

문재인 케어의 치과 분야 성과와 우리나라의 구강건강 실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시행된 치과 분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틀니와 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추고, 2017년 10월부터 18세 이하 치아 홈 메우기 본인부담률 또한 30~60%에서 10%로 인하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부터 검은색의 아말감 대신에 충치 치료에 사용되는 치아색의 광중합형 레진을 12세 이하 아동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것이다. 이것이 2019년 4월 현재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치과 분야 모습이다. 

언뜻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치과 분야 건강보험은 보장성의 획기적 확대나 무슨 누구의 케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그동안 OECD 국가들 가운데 최저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되어 왔고, 이에 대해 역대 정부는 아주 조금씩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넓혀나가고 있다. 거기에 이번 정부 들어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으로 몇 가지가 더 보완됐다.

텔레비전만 켜면, 한 달에 2만 원이나 3만 원씩 내라는 치아보험 광고를 언제나 볼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치과 진료비가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치과 진료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까? 2016년 기준으로 10조 원 가량의 치과 진료비를 쓰고 있다. 그런데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전체 의료비가 2000년 25조4천억 원에서 2015년에는 115조 원으로 거의 4.5배가 되는 등 엄청난 증가 속도를 자랑하는데, 치과 진료비는 같은 기간 동안 1조9천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약 5배 정도 늘었다. 치과 분야의 진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과 진료 수요가 증가하고, 또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치아의 기능적 재활과 심미적 치료에 대한 요구가 늘었고, 이에 더해 임플란트 등 새로운 치료법이 보급된 결과다. 그런데 이런 가파른 진료비 증가는 많은 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아파도 치과를 가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치과 치료가 필요해도 치과에 가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32.1%에 달하고, 그 중에서 35% 가량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저소득층의 경우는 절반 이상이 돈이 없어 치과에 가야하는데 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취약계층 등에게 치과 진료를 제공할 공공병원이 거의 없는 상태고,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정 사업 같은 전국 단위의 충치 예방 사업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치과 치료를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있어서 치료비 부담까지 크다 보니 국민들의 구강건강 상태는 좋지 않은 편이다. 

2016년 치과 의료연감을 보면, 12세 아동의 충치 수는 2003년 3.25개, 2012년 1.84개로 꾸준히 개선되는 듯하다가 2015년 1.90개로 다시 악화되고 있다. 이는 한 개 내외의 충치를 가진 주요 국가의 아동들보다 월등히 많다. 노인들의 구강건강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구강기능제한율은 46.7%에 달한다. 2012년에 50%에서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치아나 틀니, 잇몸병 때문에 말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노인 열 명 중의 한 명은 위아래 치아가 하나도 없는 상태이고, 이가 많이 빠져 틀니가 필요한데도 못하고 있는 사람이 22.7%에 달한다. 또 성인의 29.8%은 잇몸병을 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구강건강이 좋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44%나 된다. 우리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의 치아가 좋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치아건강이 이렇게 좋지 못한 것은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이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 큰 이유라고 하겠다. 치료비는 많이 들고, 공공병원도 별로 없고, 예방사업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그나마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치과 치료비 자체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신경 치료나 이를 뽑는 것과 같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들은 주요 국가의 3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 자체가 적다. 국민의 치아건강이 좋지 못해 치아를 해 넣거나 씌우는 치과 보철 수요가 많은데, 이렇게 많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항목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엄청나게 크고, 치과의사들도 낮은 수가 운운하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치과 분야 건강보험은 전체 진료비 중 20% 정도만을 부담한다. 이는 2000년대 이후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폭증하는 동안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치과 외래 진료비의 경우 비급여가 압도적으로 많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도 본인부담률이 높아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치과 진료비의 비중이 80%에 달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조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치과 분야는 정부의 방치 속에 1980년대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2010년 전후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 개선 목소리가 커졌고, 이후 일부 확대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스케일링, 2012년 노인 틀니, 2014년 임플란트 등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치과 분야 건강보험에는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와 상관없이 과도한 재정 우려 속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분야에까지 돈을 써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옴에 따라 많은 제한이 걸려 있다. 즉, 나이 제한을 두거나 본인부담률을 높게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분야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어도 여전히 틀니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만 해당되고, 본인부담금은 50~60만 원에 달해 인하 요구가 높았다. 이런 지나친 제한과 높은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는 효과적이었으나 낮은 이용률과 함께, 특히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보다 오히려 소득 상위계층이 건강보험 진료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이는 소득 역진적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왔다.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충,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으로 보완책을 내놓았다. 틀니와 임플란트 등 진료비가 비싼 진료의 본인부담금을 50%에서 30%로 낮춰 노인들의 비용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준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치과 분야 건강보험에 대한 많은 국민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또 어금니 충치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치아 홈 메우기의 본인부담을 확 낮추어 예방 치료를 용이하게 하고, 심미적인 치료법의 발전에 맞추어 충치 치료에 쓰이는 광중합 레진을 급여화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치과분야 건강보험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전문가들은 예방 처치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검진 등과 연계하여 이용률을 높일 것을 권고한다. 특히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한 치아건강을 위해 국민들이 쉽게 검진과 예방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임플란트와 틀니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틀니나 임플란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다수 치아의 상실로 밥을 먹고 말을 하는 기능에 장애가 있는 심각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65세로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65세 미만 연령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높은 비용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1년 동안 일정액수 이상의 과중한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면 더 이상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인 본인부담상한제에서 치과 치료를 제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도 고액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틀니와 임플란트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들에서 활발히 시행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주치의 제도를 건강보험이 포괄해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분야의 진료와 지불 방식에 대한 고민을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 적용과 보장성 확대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발표한 정부의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실망스럽다. 전체적으로 국민의료비 경감, 예방 중심 건강관리 기능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치과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장성 강화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접근이다. 발표 내용을 보면, 2020년 이후 필수 항목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실태조사와 연구 및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보험급여의 필요성과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노인 틀니와 임플란트 및 아동‧청소년 충치 치료의 적용 연령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치과 분야 건강보험에서는 별 변화가 없는 것이다. 대단히 아쉽다.

정부가 내놓은 종합계획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더 보완해야 하겠지만, 특히 치과 분야는 보장 범위와 대상의 적극적인 확대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치과 건강보험 보장성이 20% 수준인데, 이는 치과 분야의 OECD 평균 보장성 수준인 45%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치과 분야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이번 종합계획 발표는 OECD 꼴찌 수준의 치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고려할 때, 그리고 열악한 국민의 구강건강과 과중한 치료비 부담을 고려할 때 너무 안이하다. 국민 건강권이 보장되는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보장성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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