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치과의사 동지가 생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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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치과의사 동지가 생긴 기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4.2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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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건치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조현철 이사장‧김소연 운영위원장

건치 청년학생위원회 '파란'을 중심으로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의료연구회 회원들, 치과위생사들이 한뜻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해, 올 1월 19일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에 '꿀잠 치과진료소'를 꾸렸다. 첫 진료는 2월 9일에 이뤄졌다.

건치와 막 연대를 시작한 '꿀잠'의 조현철 이사장과 김소연 운영위원장을 만나, 건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왼쪽부터) 조현철 이사장, 김소연 운영위원장

꿀잠은 어떤 곳인가요?

김소연(이하 김) : 기본적으로 비정규 노동자, 그 중에서도 서울 본사에 상경 투쟁을 하러 온 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또 지원하고 나아가 노동자들과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노동역사기행', '노동법 강좌', '몸살림 교실' 등 강연도 하고 있다.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조현철(이하 조) :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주로  각 단위 사업장별로 투쟁해 왔다. 비정규직이란 위치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연대나 공동 투쟁은 그때그때 있어왔지만.

꿀잠은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각개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전열을 가다듬고, 서로 위로하면서, 또 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찾을 수 있는, 진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싸워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진 무기는 오직, 시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목소리 뿐입니다. 정치권에 불합리함을 항의해봐야 벽에 대고 소리지른 것밖에 안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약칭 경사노위) 같은 곳에선 노동탄력근로제 등 불합리한 정책에 맞장구나 칠뿐이라 더욱 상황은 악화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꿀잠은 이 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다시 힘을 얻어갈 수 있는 진지의 역할을 하는 것뿐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대로 투쟁 당사자들도 오지만, 故김용균 씨의 어머니도 최근 태안 일을 정리하고 여기에서 살고 계신다. 故김용균 씨 빈소를 서울대 병원으로 옮기면서부터 사실 여기서 지내셨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 '차별'이다. 차별이 있다는 것은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간의 단결을 흩어버리고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다. 사실 갈등관계에 잇는 사람은 자본가인데,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기간제니, 하청이니 하는 여러 말들로 우리끼리 갈등하도록 만들어내는 구조다.

87‘체제 전후, 그러니까 IMF 전에는 그나마 출발선이 같았다. 당시에도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찍했지만.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만든 권리를 IMF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금처럼 1‧2‧3차 하청, 간접고용, 직접고용, 특수노동자 등 같은 출발선이 아니게 만들었다.

“요즘 젊은 애들 원래 그래”라고 하면서, 그들이 취직하지 못하는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그렇지 않다. IMF 이후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을 체득하며 자란 세대다. 게다가 이들이 사회의 첫발을 내딛던 때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이 훨씬 가까웠다.

앞으로 세대를 위해서, 그들이 권리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엇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 과정에 故김용균 씨가 있었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싸우는 당사자들이 있다.

조 :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인하지 말라를 현대적으로 고치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가 된다”라는 말을 했다. 신자유주의 물결 가운데 사람이 소모품이 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기간제니 뭐니 하면서 다른 처우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고용되고,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문재인 정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외치며 인청공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한다고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인천공항 공사에 자회사를 만들고, 자회사 정규직으로 만들었다. 이것 역시도 하청이고, 편법이다.

종교인들이나 원론적인 말을 하는 것이지, 그 원론을 현실에 맞게 세부 정책을 개발하는 건 정치인의 몫이다. 정상적 방향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데 정부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치과의사들이 ‘꿀잠 치과진료소’를 차린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 : 지난 2017년 꿀잠의 주춧돌 자금을 푸른치과기금으로부터 지원 받게 됐다. 그러면서 건치와 인연을 맺고, 연대를 시작했다. 그것도 참 뜻밖이었는데, 치과진료소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먼저 든 생각은 ‘고마움’이었다.

꿀잠에 오는 투쟁 노동자들이 시간을 내서 치과에 가기가 힘든데, 적절한 성격의 연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야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다고 했다.이게 잘 되면, 의과나 한의과에서도 가능한 연대 사업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거 같아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의료쪽에 든든한 동지가 생긴 느낌이다. 여기서 진료받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일방적 연대나, 도움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우리 사회를 바꿔나간다는 큰 틀에서 연대로 더욱 발전해 갔으면 한다.

김 : 기륭전자 투쟁 당시 건치 선생님들이 이동식 체어를 가져와서 진료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조합원들이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진료를 했던 김형성 선생님한테서 꿀잠에 치과진료소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반가웠다.

김 선생님 말로는 농성장 가도, 한의사는 침을 놓고 의사는 청진기라도 들고 뭔갈 하는데, 치과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게 전부라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진료소를 꾸리고 싶다고 하니 고마웠다.

건치에서 사람을 모으고 진료소를 꾸려,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에 나서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잠에서는 웹자보를 만들어서 꿀잠에 치과진료소가 생겼다고 주변에 알리고 있다. 충분치는 않은 것 같지만….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방에서 투쟁하는 경우도 많아서 서울에 와야만 진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학습지 노동자, 故김용균 씨 어머니, 파인텍 노동자들도 여기서 진료를 받았다. 필요한 사람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고 있어 좋다.

조 이사장님 말씀처럼, 나의 이런 활동에 치과의사들도 함께 응원해 주는구나. 내 싸움이 소중한 싸움이구나 하는, 우리의 활동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건치에게 당부하고 싶은? 혹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조 : 사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이 몇 개 있는데, 법과 의료, 종교가 대표적이다. 직업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비롯해, 의료윤리 등을 통해 지식의 목적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의례적인 게 아니고 본질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고 힘이 좀 빠지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존경심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의식을 갖고 의료행위를 해나갔으면 한다.

30주년 축하드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활발하게 우리 사회를 위해 활동해 주시길 기대한다. 치과계 안에서 신선한 흐름을 만들고, 사회와 의료계에 내에 청정한 기운을 불어넣는 단체로 성장해 나가는 길에 꿀잠도 함께 하겠다.

김 : 대부분을 개원을 하시기 때문에, 진료실 안에 이미 비정규직 문제를 현장에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걸 봤다.

건치 선생님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을 노동자들에게 차별 없는 일터로 만드셨으면 한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올라서 힘들다고 하지만, 그건 결국 정부 정책의 문제다. 개원도 자영업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가,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런 것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니 더욱 공공의료가 확장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의료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의 정규화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말이다. 원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공무원이었어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큰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도 임금 노동자다. 노동자의 입장이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인 것이다.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누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치과진료소로 연대해 주고 있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바람을 더하자면, 비정규직 투쟁 현장 기자회견 때도 꼭 나오셔서 연대의 한마디를 외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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