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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으름덩굴꽃 이야기- 일곱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5.07 11:56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1,3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은 어렵다. 멀티랑은 점점 멀어지고 한 번에 하나라도 잘 해내는 것도 버겁다. 산에 들어서는 더욱 단순해진다. 피어있는 꽃에게나 눈길이 머물지, 나물이나 버섯, 몸에 좋다는 약초들 채취하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꽃 앞에서는 다른 것에 관심을 나누어 줄만한 여유가 없다.

그나마 신나는 일은 열매를 만나는 일이다. 어릴 적 헤매고 다니던 뒷산의 머루는 시큼했던 기억 밖에 없으나 낙엽 위로 툭툭 떨어지는 서리 맞은 달래는 유난히 맛이 좋았다. 으름 또한 귀한 군것질꺼리였다. 한입 베어 물면 얼마 되지 않는 과육과 함께 씨앗이 입 안 가득!! 그때는 씨앗까지 모두 삼켜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찌 먹었을까 웃음이 난다.

‘으름덩굴’ 꽃이 어여쁘다 느낀 것은 큰 카메라를 들고나서였다. 지금은 나에게 감히 최고의 들꽃이다. 접사렌즈가 없어 단렌즈만 들고 찾아가 처음 대면한 그때 그 시간이 어찌나 황홀했던지... 시계가 멈추어 버린 듯 했던 그 첫 만남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 한동안 으름덩굴을 아예 찍지를 않았었다.

정확한 이름은 으름덩굴이다. 어린아이 손바닥 같은 묵은 다섯 장의 잎의 겨드랑이에서 꽃들이 달리는데 암꽃과 수꽃이 함께 핀다. 그렇게 함께 있어도 꽃송이의 숫자에 비해 열매가 많지 않은 것이 의문이긴 하다. 대부분 여섯 개인 짙은 보랏빛 수술이 보이는, 볼이 통통하고 큰 녀석이 암꽃이고, 동그란 수술을 감싸고 있는 작지만 귀여운 녀석이 수꽃이다. 열매는 ‘조선바나나’라고 불릴 정도로 바나나와 닮았다. 다 익을 무렵 세로로 갈라지는데 이 모양에서 임하부인(林下夫人)이라는 알고 나면 피식 웃을 만한 별명도 생겨났다. 

으름덩굴은 홀로 서지 못한 채 다른 나무들을 의지하며 성장한다. 그러면서도 기죽지 않고 황홀한 보랏빛 향기를 피우며 세월을 고스란히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계절을 몇 번이고 견디어낸 믿음직한 줄기는 꽃을 한층 더 귀하게 보여준다. 아까워 꼭 붙잡고 싶은 찬란한 계절 한복판이다.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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