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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광릉요강꽃꽃 이야기- 여덟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5.24 10:33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1,3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그곳 ‘광릉요강꽃’이 철망에 갇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안타깝다는 느낌보다는 작년에 보고오길 잘했다는 얍삽한 내 중심의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간으로부터 격리를 시켜야 보호가 되는 상황이란 대체 어떤 것인지... 참 씁쓸하다.
 

멸종위기 1급!! 참으로 범접할 수 없는 큰 타이틀이다. 그 명성은 꽃과 친해지기로 맘먹은 때부터 들려왔다. 무성한 소문과 거기에 보태어지는 상상력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위엄과 자신만의 세계를 누리고 있는 꽃이다. 나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그 ‘언제’ 만을 가슴 속에 품은 채 몇 번의 봄을 보냈다. 맘먹는다고 가까이할 수 있는 친근한 들꽃은 결코 아니니까.

까다롭기도 1급이다. 국립수목원에서도 개체 수를 늘리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화천 비수구미의 이장님댁에 천여 촉이 있다는 것 외에는 들리는 소문도 없다. 우리나라에 약 2000여 촉이 있다는데 절반을 개인이 돌보아 온 것이다. 지금 광릉수목원에 가면 복주머니란속(屬,Cypripedium) 전문전시원을 개방해 다양한 빛깔과 크기의 광릉요강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은 꽃에는 도대체 마음이 동하지를 않으니... 대체 무슨 쓸데없는 고집인가. 바람직하지 않은 고질병중 상고질병이다.

산속 깊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길이 없고 험하다는 것은 따져보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들떠 있기는 '만나러 가자' 맘먹은 때부터라 말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니 그때는 현실이 아니었으니, 그저 그리움이었다고 해야겠다. 정작 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부터는 전장으로 나가는 병사처럼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크게 했다. 계곡의 물소리와 갈라진 나무, 그리고 너덜바위 위에 새겨진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을 이정표삼아 한발한발 옮겼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광릉요강꽃과 맞닥뜨릴 준비를 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쿵!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려준 꽃이다. 그리도 만나보고 싶은 꽃이었는데 선뜻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었다. 그 미끄러운 너덜지대를 오르며 흘린 땀은 이미 식어 등은 서늘해졌고 가쁘던 숨도 어느 새 사라졌다.

그저 한송이 두송이, 많게는 네송이 피어 있는 서너 군데를 다니며 마냥 바라다만 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비탈진 흙에 무릎을 내려놓았다. 나의 네모 속, 그러나 한없이 부드러운 그 동그란 세상으로 모셔오는 의식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시간을 잊은 채... 시간이 멈춘 채...!!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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