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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구강보건...'사라진 블랙박스'[복지부동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장애인구강보건 정책 편 ① 현황 조차 파악 안 된 장애인 구강보건 분야
문혁 기자 | 승인 2019.06.04 14:10

3년 전 국립공주병원에서 퇴원해 서울 성동구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A씨(정신·발달장애 2급, 중복장애. 49세)는 잔존 치아가 3개에 지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인 A씨는 항정신병 약물의 부작용으로 침샘이 마르는 등 세심한 구강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K씨가 30여년간 지낸 중증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병원에서의 지원 인력은 환자 10명 당 1인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대로 된 구강관리를 받기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자립생활 이후 섭식의 불편함과 미관 상의 이유로 틀니를 하고자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을 찾았으나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보철물에 적응을 못해 던져버리거나 아예 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의사의 견해에 비용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뇌병변장애 1급인 L(51세)씨의 잔존 치아는 5개에 불과하다. 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저녁식사 후 이를 닦아줄 활동 지원인이 없다.

L씨는 “손발이 자유롭지 못해 활동지원인의 도움으로 식사와 양치를 하는데, 주간에 활동지원 시간을 다 쓰다보니 저녁 이후에는 나를 지원해 줄 사람이 없어 자기 전에는 양치를 못하고 그냥 잠에 든다”면서 “전신마취 비용이 너무 비싸 치과를 찾는 것이 부담스럽다보니, 충치가 생겨도 너무 아파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버티다가 겨우 치과를 찾는다”고 전했다.

25살 1급 자폐 장애인을 자녀로 둔 C씨는 최근 아들이 충치가 생겨 고민이 많다. 발달장애인의 특성 상 치과에 대한 공포감을 이기려면, 자주 치과를 접해 친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어 아들의 손을 이끌고 분기별로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을 찾는 C씨지만, C씨의 자녀는 여전히 유니트 체어에 앉기를 거부하고 있어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C씨는 “어렸을 때 아들이 치과에 갔을때 5분 걸릴 진료를 30분이상 끄니 치과스텝이 화를 내고 나도 눈치가 보이더라”면서 “몇 번 더 치과를 찾았으나 그때마다 눈치가 보여 제대로가지를 못 했는데, 그나마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이 생기면서 자주 찾는다. 그래도 어렸을 때 치과를 자주 찾고 아이가 익숙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장애인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발달장애인(지적‧자폐)의 경우 잇솔질 등 구강건강 예방이나 관리에 도움을 주는 좋은 지원인과 부모의 역할이 필수적이며, 손발을 자유로이 사용치 못하는 지체장애인은 활동 지원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비로소 구강관리가 가능하다.   

구강 검진 및 치료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지체장애인은 높은 문턱과 계단, 교통편 등 이동권 및 치과의료기관의 편의성이 갖춰져야 비로소 진료가 가능하다. 

발달장애인의 사정은 더하다. 치과의사 및 스탭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한 막연한 공포감과 진료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곱지않은 시선, 그리고 시민들의 장애인 기피현상까지 겹쳐져 일반 개원가에서의 치과진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장애인 구강건강 현황 파악조차 안 돼

장애인 구강실태조사 사실상 전무 

이러한 문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종종 기사화로 여론의 환기를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동안 중앙 정부인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구강보건 분야 정책을 사실상 방관 해왔다. 그 결과 장애인 구강건강 현황 및 불평등 격차, 그리고 장애인 치과 진료 제공 기관 등 총체적인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정부에서 ‘장애인 구강건강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주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스마일재단에서 2004년과 2015년 두 차례 복지부 연구용역사업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나, 복지부에서는 국가 지정 공식통계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실태조사 역시전수조사가 아닌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시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하는 한계가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총 2,585,876명으로 결고 적지 않은 숫자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구강건강 실태는 커녕, 치과 검진 및 치료를 제공하는 치과병‧의원 기관 역시 정부에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상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사회‧경제‧문화‧복지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나, 사라진 블랙박스처럼 실체조차 파악하기 힘든 경우는 구강건강 분야가 유일하다시피하다고 치과계 장애구강분야 종사자 및 장애 단체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다만 그간 국가 기관에서 수행한 자료에서 파편적으로나마 장애인 구강건강 현황과 구강진료 시스템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조사가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이다. 
  
지난 2017년 시행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사업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이하 인권위 실태조사)’의 사업수행기관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대상자들의 건강 수준을 파악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구강건강 문제로 파악됐다. 

위의 실태조사는 정신장애인들의 우식영구치율(DT rate, Pecentage of decayed teeth among permanent teeth affected with dental caries)은 57.3%, 상실영구치율(MT rate, Percentage of missing teeth among permanent teeth affected with dental caries)은 6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연령대의 비장애인 인구에서의 우식영구치율 22.4%, 상실영구치율 21.7%에 비해 각각 2배에서 3배 이상의 구강불평등 격차를 보인 것이다.

의료서비스 제공기관…공공민간 합쳐 440여 곳 불과

또한 본지가 파악한 장애인 구강 검진 및 치료 서비스 제공기관은 중앙‧권역별 장애인 센터 및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보건소 등 공공영역 의료서비스 제공기관 과 스마일재단 장애인 진료치과 네트워크에 등록된 민간 영역 의료서비스 제공기관을 합쳐 총 447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만 7천 614개의 치과병‧의원이 등록된 것으로 비춰볼때, 치과‧병의원 39개당 1곳 만이 치과진료를 보는 것인 셈이다.
 
또한 이를 치과병‧의원 당 장애인수로 환산해보면, 장애인 진료를 제공하는 치과‧병의원 한 곳이 5,785명의 장애인 진료를 담당하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치과병‧의원 1개소 당 2,935명이 의료서비스를 제공(국가통계포털, 2019년 추계인구 51,709,098명)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격차가 드러난 것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2018년 장애인 현황, 스마일재단 장애인치과네트워크,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설치&#8231;활성화 방안과 치과영역중증장애인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 재구성>

아울러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당시 국민의당)은 지난 2017년 9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전담 마취인력 부족 문제로 장애인들의 구강진료가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도자 의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권역별 센터 8곳 중 전담 마취인력이 있는 센터는 충남‧경기 센터 2곳에 불과해 장애인들이 마취진료 대기 기간이 최장 5개월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2018년 장애인 현황 재구성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의 문제이다.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구강진료를 제공할 때 진료의 난이도가 높은 장애인 환자를 구별하기 위해 정의된 것으로 ▲뇌병변장애 1~6급 ▲뇌전증 장애 2~4급 ▲지체장애 1~3급 ▲지적‧자폐장애 1~3급 ▲정신장애 1~3급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총 839,773명으로 이들은 치과진료시 전신마취가 필요한 대상자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전신마취가 가능하며, 진료비 감면 등의 헤택을 제공하는 장애인 의료서비스 기관은 중앙 및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등 총 11곳에 불과하다.

이를 단순히 환산하면 장애인 치과병원 1곳이 치과영역 중증장애인 76,343명의 진료를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심해서 176,549명의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경기권역은 이미 6개월 이상의 진료 대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2018년 장애인 현황 재구성

이에 대해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 오형진 센터장은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쉽게 말해 입을 안 벌려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된다”면서 “치과에 와서 입을 열고 체어에 앉으세요 할 때서야 치과 영역 중증장애인인지를 알수 있는데, 현재의 기준은 유형을 단순하게 나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 센터장은 “실제로 치과적 중증장애인으로 구분됐으나, 일반 개원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많다”면서 “구강 진료에 있어 전신 마취가 필요한 장애인등 치과적 중증장애인들의 치과진료 수요와 그에 맞는 체계와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공‧민간영역에서의 치과적 중증 장애인 수요와 그에 맞는 의료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한 문제는 2014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전체 조사대상자 중 26.9%가 ‘최근 1년간 치과진료가 필요하나 진료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장애인 인구의 79.7%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고 응답했다. 이를 단순 추계로 계산하면 약 62만 여명의 장애인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비장애인 대비 장애인 가산 진찰료 청구 현황을 살펴보면, 구강불평등 격차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애인 환자의 가산 진찰료 환자수 및 청구건수, 금액은 비장애인 환자 진찰료 현황과 대비할 때 0.06~0.0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 났다.

이는 2019년 우리나라 추계인구 약 5,100,000명 중 등록 장애인 비중이 5%임을 감안하면, 7배이상의 구강불평등 격차가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장애인 가산 수가 중 청구 실적 상위 2개 항목인 치석제거와 근관치료 수가 청구 현황은 비장애인의 청구건수와 금엑의 0.1%에도 미치지 못해 장애 구강진료의 불평등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사업으로 ‘2015년 장애인 구강보건 실태조사’의 실무를 담당자는 장애인 구강보건분야의 난맥상을 보건복지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한몫했음을 비판했다. 

그는 “그간 구강생활건강과의 사무관의 의지나 태도에 따라 장애인 관련 정책이 좌지우지 됐으며, 그마저도 순환보직으로 인해 맥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스마일재단에서 진행한 장애인 구강실태조사도 시행 중일 때 통계법상 비공개로 전환한다고 말해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뒤로 장애인 구강실태조사를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했으나, 그뒤 진행 된적이 없다”면서 “사실상 중앙정부의 구강분야 예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운영 및 설치 사업이 유일한 장애인 구강보건 분야 정책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특별시장애인치과병원에서 근무 중인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구강정책연구회 황지영 연구원은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체계적인 설치의 미흡과 지역 치과병원과의 연계부족을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그간 장애인 정책 분야는 실태조사도 없고 정보공개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역시 지자체의 예산 부족이나 복지부의 의지 부족으로 엎어진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역시 지역별의 특성이 있고, 그나마 도에 하나 밖에 없는 실정이라 장애인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면서 “권역 및 지역에서의 장애인 치과병‧의원 시스템 정비와 권역별 센터간 수준을 균등하게 만드는 등 서비스 질의 제고도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개소한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권역별 센터를 총괄하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면서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설치된 지금 시점에 장애인 구강보건 분야 전반의 총체적 현황을 다시 한 번 짚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혁 기자  mhljb1@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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