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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함박꽃나무꽃 이야기- 열 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6.25 10:54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1,3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온통 초록이다. 나지막한 들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나무들이 피워낸 하얀 꽃들의 잔치도 끝나가는 때에 홍천 깊은 산속에서 아직도 봉오리를 달고 있는 ‘함박꽃나무’를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작년 6월, 갑작스레 떠나게 되어 올랐던 한라산 생각이 절로 났다. 혼자서 힘겹게 산길을 걷다 1600m 표지석을 지나 숲속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하얀 얼굴들이 함박웃음을 웃고 있어 잠시 다른 세상인 양 황홀했었다. 


여지없는 목련이다. 목련과(科) 목련속(屬)이니 그럴 수밖에... 목련 종류 중에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목련, 자목련, 별목련들이 있고 5~6월에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와 일본목련이 있다.


함박꽃나무는 키가 커서 꽃을 담기가 만만치 않은데 고개가 뻣뻣한 일본목련과 달리 고개를 숙이고 핀다. 붉은 자주빛 꽃밥과 수술대가 하얀 꽃잎 속에서 어찌나 관능적인지 유혹의 눈길마저 느껴진다.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드는 향기는 거리가 있어 은은한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코를 대도 그 은은함은 여전했다.


조금 똑똑하다는 식물들은 자가수분을 하지 않는다. 아니, 자가수분을 하지 않아야 똑똑한 것인가? 아무튼 함박꽃나무도 자주색 수술이 꽃가루를 꽁꽁 감추고 있는 동안 볼록하게 입 내민 노란 암술은 벌과 나비를 유혹해 수분을 준비한다. 목적이 달성되면 그때서야 수술이 활짝 열어젖히며 꽃가루 대방출을 시작한다. 자주색 수술이 희미한 빛깔로 널브러져 있으면 이미 태어나 할 일을 다 마친 상태인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 댁 마당에 짙은 자주색 모란꽃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함박꽃이라 부르셨다. 꽃송이가 함지박을 닮아 그리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크고 시원시원한 느낌의 꽃들을 뭉뚱그려 그리 부르는 마음은 알겠으니 함박꽃나무로 생각하면 조금 억울한 일이겠다. ‘산에서 자라는 목련’ 이라 해서 산목련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북한의 국화(國花)인 ‘목란’이 바로 이 꽃!!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대기오염과 바닷바람에는 약하여 깊은 숲속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그 하얗다 못해 빛을 받으면 투명하기까지 한 꽃잎과 시원한 이파리, 거기에 매력적인 향기... 곁에 가까이 놓고 싶은 나무이고 꽃이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함박꽃나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양이다. 창조주가 사람들과 떨어져 고고하게 살라고 만든 것은 아닌 듯한데 말이다.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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