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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병아리난초꽃 이야기- 열 한 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7.05 14:45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1,3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도톰하고 길쭉한 잎사귀에서 꽃대를 올리고는 올망졸망 병아리들을 매달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아야 입 벌리고 날개 들어 뒤뚱거리는 병아리의 모습을 알아챌 수 있는 귀여운 꽃!! 꽃이 피는 방향도 한쪽으로만!! 참 특별나다.


이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기꺼이 숲을 찾아들게 하는 아주 매력 넘치는 꼬맹이들이다. 찾아가는 길 또한 남달랐다. ‘커다란 바위를 돌아들면 물소리가 들릴 겁니다’ 세상에나! 돌돌돌 흐르는 물소리가 이정표가 되다니...


몇 해 전, ‘호압사 뒤편 돌탑근처 넓은 바위’라는 소문만 듣고서 관악산 뒤 호암산을 이틀이나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더위에 지쳐 작은 암자 툇마루에 앉았는데 마당에 핀 하얀 접시꽃이 너무나 눈부셨던 그 ‘포기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저 쬐깐한 병아리난초가 ‘숲에서 한 발자욱’의 의미를 몸으로 기억하게 해준 위대한 아이들이다.


여러해살이 풀이고 사는 곳이 얇은 이끼층 위다보니 비가 많이 와 씻겨 내려가면 그 다음해는 풍성한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늘진 바위의 이끼’에 산다고 적혀있지만 내가 만난 병아리난은 햇볕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아주 척박한 바위 위였다. 이끼는 메말라서 한여름에도 가을빛을 내고 있었다.


잎 하나에 줄기 하나, 그리고 작디작은 꽃들!! 이것은 물기 적은 바위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최소한의 장치이다. 우리는 그것을 깔끔하고 심플한 생이라 칭찬하고 어여쁘다 카메라를 들이댄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을 우린 그저 한낱 치장을 위한 ‘멋’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꽃을 보면서 나를 본다. 참 이기적이다.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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