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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안정 위해 누적 흑자부터 써야시민사회‧전문가,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한목소리’…모호한 법규정 개정‧총 진료비 지출관리 필요성 제기도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7.24 17:24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국고지원 확대와 이를 강제할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김정우 의원이 주최하고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주관한 ‘건강보험 보장성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가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등에 따라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미지급금 지불이 ‘문재인 케어’ 실현의 전제라고 입을 모았다.

윤일규 의원은 정부가 “문재인케어 실현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재정 운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미지급된 국고지원금 지급계획과 함께 재정적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국회 계류중인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이기도 한 김정우 위원은 “우리나라 평균 국고지원율은 13%대로,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의 지원율 50%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기획재정부 등은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는 인식의 차이로 대통령 공약인 ‘병원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의 실현을 위해서는 국고지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황병래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 우려의 핵심 원인은 건강보험 재정 책임 당사자인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더해 정부는 세금으로 운영해야할 차상위계층 희귀질환 치료비, 일자리안정지원금 등 16가지 사업에 대해 지난 11년 간 건강보험에서 10조 원을 썼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이 제기능을 다하려면 건보 재정에 대한 국가지원 확대와 항구적 재정지원 가능하도록 법제화 돼야 하며, 이는 국회의 책무기도 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국고지원 확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총파업을 상정한 모든 투쟁을 통해 국고지원 정상화를 위해 나선다고 선포했다.

누적흑자 우선 소진‧지출 관리도 필요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가 ‘건강보험 재원의 국가책임 준수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섰다.

특히 정 교수는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지난 20년 사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국고지원 확대 ▲보험료 지출 규모의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경상의료비 관리 메커니즘의 개발 ▲누적 적립금의 우선 사용 할 것을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GDP 대비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규모가 ▲1990년 7.3조원(3.7%) ▲2000년 25.4조원(4.0%) ▲2010년 89.7조원(6.2%) ▲2018년 144.4조원(8.1%)으로 급속히 증가해왔다.

경상의료비 증가율도 2010년까지 두 자릿수였지만 2011년 6.5%, 2012년 5.7%로 둔화하는 듯하더니, 2013년부터 반전해 2018년 9.7%까지 높아졌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재원비율이 59.8%에 불과해 OECD 평균인 73.6%, 사회보험형 국가의 평균 72.9%보다 아주 낮다”며 “그 중 정부 재원 비중은 10.4%로 OECD 평균인 36.1%, 사회보험형 국가 평균인 13.6%에 비해서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재정 전체 수입에서 국고지원금 비중이 낮아지고 가입자의 보험료 비중이 계속 높아진다고 비판했다. 국고지원금 비중은 2010년 14.3%에서 2013년 12.3%까지 낮아졌다, 2015년 13.3%로 약간 높아졌다 2018년 다시 11.4%까지 계속 낮아졌다. 그러나 가입자의 보험료 비중은 2010년 83.8%에서 2012년 85.7%, 2018년 86.4%로 높아졌다.

그는 “전체 건강보험보장률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나 정치적으로 70%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최소한 달성해야 한다는 정치적 합의는 있는 것 같다”면서 “보장률지표의 분모에 포함됐던 금여 및 비급여 항목의 지출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보장률 70%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보장률 70% 달성을 위해 누적 적립금을 우선 소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누적 적립금 소모 후,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늘리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이므로 누적 적립금을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고, 전국민을 포괄하는 단일보험 제도에서는 1~2달 치 정도의 적립금만 유지해도 제도 운영에 지장이 없다”면서 “보상성 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 전에 누적적립금을 1개월 정도의 지출액에 해당하는 10조원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불필요하게 큰 누적 적립금은 국고지원을 회피하는 빌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 교수는 환산지수 인상률 억제 등 지출규모를 관리할 메커니즘이 없으면 보험료율 인상만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과 같은 환산지수 인상률을 매년 2% 이상씩 올리는 것은 물가인상률이 제로에 접근하는 현시점에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해한다”면서 “보험료 인상율은 환산지수 인상률의 억제와 연동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겨레신문 김양중 의료전문기자는 정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현물급여 방식인 건강보험을 ‘적립금’ 형식인 국민연금과 동일 시 하도록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운용방식을 동일시 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만 적자가 나도 불안해 한다”면서 “이는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정부 불신과 더불어 무능력 때문에 연금과 동일한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책임지고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원해야 한다’로 개정…국고지원 강행해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도희 실행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도희 실행위원은 ‘모호한’ 법 조문이 정부의 국고지원을 회피하는 단서로 이용된다면서, 이를 강행 규정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①에서는 보험료 예상수입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동조 ②에서는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로 돼 있는 등, ‘지원받을 수 있다’는 표현을 기획재정부가 ‘임의규정’으로 해석한다는 것.

또 기금사용의 한시적 특례를 명시한 「국민건강증진법」 제26조 부칙을 보면, 복지부 장관은 2022년 12월 31일가지 매년 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이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한다’고 돼 있다.

이 역시 김 위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②의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과 부칙의 ‘지원한다’가 서로 충돌한다며, 이러한 규정 형식의 상이성으로 인해 정책집행에 혼란이 발생하고 국가 책임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 규정 중 ‘예산범위 안에서’, '다만, 그 지원금액은 당해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 등 단서조항을 둬 국가 지원의무의 회피근거로 이용되고 있다”며 “실제로 기재부는 보조금 부족분에 대한 해명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조항이 의무조항이 아니라 예산범위 안에서 탄력적으로 해석해 지원액을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은 “국고지원금 산정방식도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으로 하다보니 보험료 결정 시기가 예산 편성 및 심의 시기와 맞지 않아, 이 과정에서 예상수입액이 과소 추계되고 과소 책정돼, 결과적으로 미지급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국고지원기한을 부칙으로, 한시적 규정으로 운영해 왔고 이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법개정 방향으로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 차이로 인한 국고지원금 차액 사후 정산 규정 삽입 등 국고지원금액 산정기준의 명료화 ▲한시적 지원기한 삭제 ▲건강보험재정지원 의무를 ‘지원한다’ 등 강행규정으로 일원화 ▲불필요한 단서조항의 제거 및 축소 등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정윤순 보험정책과장은 지난 2일 박능후 장관이 국고지원율 14%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현재 국고지원율은 13.6%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실장이 참여해 국고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으며,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기획이사는 의료수가 유지를 통한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고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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