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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꽃장포꽃 이야기- 열 두 번째
유은경 | 승인 2019.07.26 11:02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돌창포’라고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비록 사진 속이었지만 첫인상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깔끔하고 맑아 보이는 하얀 꽃이 다른 들꽃과는 참 많이 달라보였다. 성글게 달려있는 꽃잎들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고 군더더기 없이 적당한 길이로 탄력 있게 쭉쭉 뻗은 잎들은 힘이 있어 보였다. 인터넷상의 이미지였으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렵게 수소문해 더 어렵게 철원 그 곳을 찾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포기도 만나지 못했다. 여러해살이풀이라 자리만 떠나지 않는다면 적던 많던 꽃을 피워 줄 텐데 말이다. 가뭄으로 올라오지 못한 것일까, 있는 곳을 잘못 알았던 것이겠지... 생각했으나 나중에 듣고 보니 그 바위의 ‘꽃장포’를 누군가가 다 캐어가 버렸다고 했다. 유난히도 수난을 많이 당하는 꽃이다.  


사는 곳이 경기도 북부 일부와 강원도 이북, 물기가 많은 바위이며 개체수도 무척 적다. 작년에는 예전 있던 곳 이외에도 명승지 절벽에 살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꼬박 하루를 들여 만나고 왔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을 제대로 눈에 사진에 담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이틀 후 다시 달려가게 만들었던 대단한 꽃!! 꽃장포다.


그 바위는 습기가 많았고 잎그늘이 늘어진 곳이었다.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는 짧지만 강단진 잎사귀들 사이로 꽃대를 올려 별처럼 하얀 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 하얀 별들은 넉넉해진 돌단풍 잎사귀 밑에서 적당히 고개를 빼고는 흐르는 물을 한가로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골짜기로 몰아드는 바람을 순전하게 온 몸으로 맞으면서...


아래로부터 차곡차곡 꽃 피던 순서대로 열매를 맺은 모습은 곡식 이삭처럼 생겼다. 친근하다. ‘꽃창포’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꽃창포는 붓꽃과이고 ‘꽃장포’는 생긴 것과는 관계없이 백합과이다. 꽃장포와 한라산 정상에 사는 ‘한라꽃장포’가 있다. 귀하기로 따지자면 들꽃들 중 한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예쁜 꽃 순위로도 그러하지만.


커다란 별무리를 만들며 피어있는 사진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설이 되었다. 좋아해서 만나고 그 어여쁜 모습을 같이 나누려 담아오는 작업이 또 다른 전설을 만드는 일에 한몫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맘이 편치가 않다.

한탄강!! 듣기만 해도 목이 마른 척박한 그 땅에 하얀 꽃들이 촉촉하게 가득하게 피어나는 날을 꿈꾼다. 이 지독한 마른장마 한가운데에서...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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