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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전제 조건' 개보법 개정안범 시민단체, 개인동의 없는 개보법 문제 지적…"가명정보 재식별 가능성 커"
문혁 기자 | 승인 2019.07.31 16:44

문재인 정부가 ‘의료민영화’ 정책을 서슴없이 추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명분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 등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 정책을 내놓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22일,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국회도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발맞추고 있다.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 ▲첨단재생의료법 제정 ▲보험업법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문재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핵심 법안'은 각 소관위 심의 및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민영화 정책 및 관련 법안 철회’를 촉구하며,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내년 총선 낙선운동까지 불사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들은 인재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안(이하 개보법 개정안)이 모든 의료민영화 정책의 '전제조건이자 핵심'이라며, 법안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작년 11월 15일 발의된 개보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의 이용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개념체계를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구분하고, 가명정보는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가명정보 재식별 가능성 크다"
건강‧의료 정보 유출…사회적 배제 불러올 것 

이에 대해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가명정보’가 재식별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개인정보를 ‘가명화’하는 방식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음이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며 “가명정보라 하더라도 데이터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그 안에 유니크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재식별의 위험은 더 커지기에 건강정보와 유전정보는 특히 더 재식별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참고로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은 한 때 자신의 연구비로 수행된 연구에서 획득된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으나,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온 뒤 이를 곧바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건강‧유전정보를 담은 가명정보가 재식별돼 악용될 경우, 그 위험성은 치명적이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개인의 건강정보, 유전정보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영역이자, 민감정보 중의 민감정보”라며 “이러한 정보의 유출은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따돌림, 사회적 평판 저하 등 사회적 낙인이나 배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들은 “민간보험회사가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라며 “최악의 경우 이러한 정보 취득을 이유로 협박 등을 행하는 범죄 혹은 사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 투자 연구가 공공의 이익?”
민간기업, 개인 동의없이 의료정보 활용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하여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보법 개정안 제28조의2항이 ‘독소 조항’임을 강조한다. 

이는 개보법 개정안의 ‘과학적 연구’의 정의가 기술의 개발과 실증, 기초‧응용‧민간 투자 연구 등으로 규정돼, 사실상 민간 기업의 상업적 목적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계의 과학적 연구 및 통계 활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큰 윤리적 문제를 지닌다고 비판하며, “그간 축적된 환자의 의료기록과 데이터가 민간 기업의 상품 개발과 서비스 판매에 이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유럽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과학적 연구를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못 쓰게 돼있는데, 이번 개보법 개정안은 상업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려 있다”며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 담겨 있듯이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에 있는 환자 처방 정보를 기업 쓸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진한 정책국장은 “환자 개인의 동의도 없이 민간기업이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해 사업에 쓰고, 정보를 결함하고, 사고파는 것 까지 가능하다”며 “최근 카카오가 아산병원과 협약을 맺어 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의 정보가 개인의 동의도 없이 민간기업에 다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국장은 “정보주체의 권리가 무조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 및 통계 목적의 달성을 위해 정보주체 권리의 제한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며 “설사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라도 별도의 법적 근거가 있을 경우로 한정하고, 연구 목적 활용시 안전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강화로 안전장치 확보? 사후약방문일 뿐

가명정보가 재식별 됐을 경우의 처벌관련 규정도 개보법 개정안의 논란거리다. 개보법 개정안은 가명정보의 재식별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보완조치를 담았으나,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이는 ‘사후약방문’일 뿐 ‘원천적 예방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외에서도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각종 기술의 발달과 범죄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증가해 사이버 범죄의 횟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유출 시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건강‧유전정보 등의 민감정보는 사전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문혁 기자  mhljb1@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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