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피폭자의 고통에 공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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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피폭자의 고통에 공감토록”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8.13 16: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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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①] 8월 9일 조선인 원폭 피해자 위령제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회장 후지스에 마모루)의 초청으로 ‘2019년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참가했다. 양국의 긴장관계 속에서 평화와 전쟁반대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더욱 간절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과 만난 ‘일본인’들은 모두 미안함을 표했다. 74년 전 강제징용으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끌려 와 유골조차 고향에 가지 못하고 원폭으로 사망한 조선인 희생자와 살아남았지만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원폭 2세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했다. 또 이번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은 잘못됐으며 일본 정부가 사과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강하게 말했다.

아베정권의 경제보복이 한국과 일본, 시민들 사이에 청산되지 않았지만 무관심 했던 과거사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하고 해결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한편,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은 첫째 날 원폭피해 생존자 증언을 시작으로 둘째 날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및 평화공원 견학, 셋째 날 미군 주둔지인 사세보 항 견학, 오카마사하루 평화자료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청년학생위원회 정석순 위원장, 채민석 사무국장, 심영주 위원, 이효직 사무차장을 비롯해 꿀잠치과진료소 김문섭 소장, 차재원·박종민 단원,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강재현·정기철 학생,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우창 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주미·전경림·박미란 회원, 이동근 간사, 김상현 학생회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신애·이보라 회원 등 17명이 참가했다.

-편집자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묵념하는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 ‘팻 맨(Fat man)'은 일본 나가사키 시를 초토화 시켰다. 원폭으로 인한 사망자 7만여 명 중 2만여 명의 조선인이 피폭됐고, 1만여 명이 폭사됐다. 이 때 피폭되거나 희생된 조선인의 대부분은 강제징용자로 미츠비시 계열의 조선소나 제강소 등 군수공장에서 노역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시립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입구 근처에는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는 일본의 침략과 전쟁 책임을 고발하고, 나가사키 조선인 피폭자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리는 등의 활동에 앞장 서 온 오카 마사하루 선생이 중심이 된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서 지난 1979년 8월 9일 건립한 것이다.

지난 8월 9일 오전 7시 30분, 추모비 앞에서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가 열렸다. 올해로 41회 째를 맞은 이날 위령제에는 25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원폭으로 희생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며 추모비에 꽃을 바쳤다.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도 여기에 함께 했다.

이날 위령제에서는 재한(韓)피폭 2세인 이태재 씨가 평화운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과 필리핀, 하와이의 고등학생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 씨는 “조선인 원폭 희생자들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아리랑』, 『고향의 봄』 등을 중금으로 연주했다. 위령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허밍으로 함께 노래했다.

2003년부터 17년 째 한국의 고등학생들과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돌며 평화운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는 이태재 씨는 “아베 정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다면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평화헌법(9조) 개악 시도하고 있어 걱정된다”면서 “일본 정부가 과거만행을 사과할 때 아시아의 평화는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제41회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서 재한피폭자 2세 이태재 씨가 중금으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연주하고 있다.

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나가사키 본부 김종대 위원장도 인사말에 나서, 전후 북한으로 돌아간 재조(朝)피폭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 실태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제징용으로 나가사키에 연행돼 가혹한 노동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민족적 차별을 받으며 원폭에 무참히 희생된 분들과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의 생을 보낸 2만 명의 피폭 피해자들과 그 2세들이 있다”면서 “나의 조국이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는 74년이 지났고, 피폭 당한지도 그만큼의 세월이 흐르면서 일본인 피폭자와 조선인 피폭자에 대한 지원 격차는 해결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에 살고 있는 피폭자 조사는 2001년 일본 외무성과 후생노동성의 합동 조사 이후 18년 간 아무것도 실시된 바 없었으며, 일본 정부 스스로 ‘수교국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할 것도 없다’는 궤변으로 원호법을 적용치 않고 있다”면서 “인도적 입장에서라도 의료지원이 긴급하다. 어디에 있더라도 피폭자는 피폭자이기 때문”이라며 관심을 호소키도 했다. 참고로 2018년 5월 기준으로 북한에 거주 중인 피폭 생존자는 6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년 째 조선인 피폭자들과 연대해 오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한수산 작가의 군함도 취재를 도운 일, 조선인 피폭자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일본인으로서 일본 가해의 역사를 알고, 인간으로서 마음을 다해 조선인 피폭자들에게 공감하고, 연결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나가사키 다우에 도시미사 시장도 추도식에 메시지를 보내 조선인 원폭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핵무기의 공포를 아는 일본인 피폭자는, 핵무기가 두 번 다시 사용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세계에 경고를 하고, 젊은 세대가 이를 잘 승계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이제 그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평균연령이 82세를 넘겨 이를 증언해 줄 사람이 없어져 가고 있다”면서 “올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가사키를 방문할 예정인데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라는 생존자들의 염원을 세계에 잘 전달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 시바타 토시아키 사무국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 평화통일과 핵 폐기의 바람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제41회 조선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서 묵념하는 참가자들
 ‘나가사키 원폭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추모비 뒷면에는 '강제연행 및 징용으로 중노동에 종사중 피폭사한 조선인과 그 가족을 위하여' 라고 쓰여있다.

아래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에서 추도비 앞에 설치한 설명판 전문을 싣는다. 표기법 등은 원문그대로 따랐다.

1910(명치 43년) 8월 22일, 일본정부는 ‘일한병합조약’을 공포하여, 조선을 완전히 일본의 식민지지배하에 둠으로써, 자유와 인권, 귀중한 토지마져 빼앗기여 생활의 수단을 잃은 많은 조선 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일본에로 건너왔다.

그후, 일본에 강제련행으로 끌려와 강제로동을 당한 조선사람은, 1945(소화20년) 8월 15일 패전당시에는, 실로 2,365,263명에 이르렀으며 나가사끼현하에도 약 7만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내무성 경보국 발표). 그리고 나가사끼 주변에는 약 3만 수천명의 조선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미쯔비시 계렬의 조선소, 제강소, 전기, 병기공장과 도로, 방공호, 군수공사장 등 토목공사장들에서 강재로동을 당하고 있었다.

1945(소화20년) 8월 9일 미군의 원자폭탄투하에 약 2만명의 조선사람들이 피폭하였으며, 그중 약 1만여 명이 폭사하였다.

우리들 이름없는 일본사람들이 얼마간의 돈을 모아 이곳 나가사끼에서 비참한 생애를 보낸 1만여명의 조선사람을 위하여 이 추도비를 건설하였다.

지난시기 일본이 조선을 무력으로 위협하여, 식민지로 만들고 그 민족을 강재로 끌고 와, 학대혹사하며, 강재로동 끝에 비참하게도 원폭에 맞아 죽게 한 전쟁책임을 그들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이 세상에서 핵무기의 완전철패와 조선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념원하여 마지 않는다.

1979년 8월 9일
나가사끼재일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회(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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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유일 2019-08-15 03:44:06
아직 멀었다.
원폭"피해"란 말을 교묘하게 사용한다!
원폭경험, 체험 등 다른 말 많은데도 꼭
일본이 피해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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