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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을!빈곤사회연대, 건강 잃은 ‘조건부 수급자’ 부당한 처우 실태 고발…故최인기 씨 가족 지원도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8.20 16:58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 컷 (출처 = 네이버영화)

다니엘 블레이크란 인물을 통해 복지제도의 빈틈, 개인을 하나의 질병으로 환원한 숫자로 보는 복지권력을 고발하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그와 똑 닮은 일이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났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30년간 목수로 살다, 심장질환으로 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다니엘 블레이크가 복지수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능력이 있으니 일을 해야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말을 정부로부터 듣는다. 그는 일을 할 수 없으니 실업급여라도 신청하려 했으나 까다로운 절차 앞에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 개인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돈이 없다는 것, 가난은 곧 수치다. 가난을 증명하는 일은 비참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다니엘 블레이크는 관공서 벽에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항거를 해나가다 결국 지병 악화로 죽음에 이른다.

광역버스 운전기사로 일해 온 故최인기 씨의 사정도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05년 선천적 심장혈관기형을 발견해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인공혈관 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로 그간 벌어둔 돈을 다 써버리고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최 씨는 지난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보통의 경우 ‘조건부수급자’라고해서 근로능력이 있어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지만, 최 씨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근로조건 없이 생계급여 수급을 받았다.

그러다 2012년 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평가 업무가 국민연금공단으로 이관됐고, 최 씨는 ‘근로능력 있음’으로 판정받았다. 참고로 근로능력평가 업무가 연금공단으로 이관된 이후 ‘근로능력 있음’으로 판정받은 수급자가 3배 증가했다.

이에 최 씨는 ‘안정 시엔 무증상이나 계단을 오를 시 숨이 가빠오는 등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근거로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일한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는 동주민센터와 구청에 “심장에 호스를 두 개나 연결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재차 항의했으나 연금공단의 결정이라며 무시당했다.

급여가 박탈될 우려를 하던 최 씨는. 실제 급여가 삭감되자 어쩔 수 없이 지난 2014년 2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청소원으로 취직했다. 3개월 뒤인 같은 해 5월 그는 부종과 고열로 응급실에 입원했고, 그 후 2주 뒤 코마상태에 빠져 3개월만인 같은 해 8월 인공혈관 주변감염으로 사망했다.

최 씨가 숨진 지 3년만인 지난 2017년 8월, 최 씨의 유가족은 “국가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수원시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국가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에 동참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제작진. (왼쪽부터) 켄 로치 감독, 폴 래버티 각본가, 레베카 오브라이언 제작자 (제공 =빈곤사회연대)

소송을 지원한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이하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최인기 씨가 돌아가시고, 국민권익위와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을 내고, 연금공단과 면담을 신청하고, 항의집회 등을 열었으나 누구하나 사과는 커녕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국가가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해 최인기 씨를 죽음으로 내 몬 것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또 사과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소송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 씨와 같은 수많은 조건부 수급자에게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최근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된 것을 계기로 지난 5월 22일부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빈곤사회연대는 “가난한 이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와 복지 실태를 알리고, 故최인기 씨와 유가족의 외로운 싸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며 “최 씨와 그 유가족이 정당한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많은 동참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도 “영화에서는 다니엘 블레이크가 일을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릴 때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상병수당제도 때문에 복지수급의 어려움을 겪지만, 한국에서는 상병수당이란 것이 도입조차 돼 있지 않다”면서 “영국에선 복지후퇴라고 불리는 상병수당제도 조차 없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암담한 공공부조 현실을 조금이라고 개선하기 위한 행동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키도 했다.

이번 서명운동에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켄 로치 감독과 폴 래버티 각본가, 레베카 오브라이언 제작자 등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SNS에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 수급자 故최인기 님의 죽음에 애도와 연대를 보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빈곤사회연대는 이번 선언에서 받은 서명을 추후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명 참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링크)' 인증사진으로도 가능하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메일(antipoorkr@gmail.com)로 보내거나 해시태그 ‘#나다니엘블레이크선언’과 함께 SNS에 공유하면 된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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