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투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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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투구꽃
  • 유은경
  • 승인 2019.09.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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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열 여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부터 보라빛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들국화라 불리는 쑥부쟁이들과 구절초, 각시취를 비롯한 각종 취꽃들, 투구꽃, 오리 닮은 진범, 며느리밥풀꽃, 고려엉겅퀴, 솔체, 산박하, 오리방풀, 그리고 금강초롱꽃!! 선선한 바람에 보랏빛이 유난히 어울려 보인다.

닮은 사물을 따라 붙여진 꽃이름들은 눈에도 쏙 들어오고 이름도 기억하기 쉽다. 모양이 마치 투구를 쓰고 있는 것 같아 ‘투구꽃’이다. 이리 이뿐 꽃에 이리 투박한 이름이 붙었을까, 갸우뚱하다가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이름 잘 지었구나,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커다란 투구를 썼다. 곧 전장터로 달려나갈 태세이지 않는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꽃모양이 독특해 한번 보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투구꽃이 대표적인 가을꽃임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선택에 망설였던 것은 제대로 이름 불러주기가 정말 까다롭기 때문이다. 단순히 꽃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투구꽃 외에도 돌쩌귀, 바꽃, 놋젓가락나물까지...

각각의 이름에도 여러 분류상의 이름들이 따로 있다. 각시투구꽃, 세뿔투구꽃, 한라돌쩌귀, 그늘돌쩌귀, 지리바꽃 등등... 이들은 초오(草烏)라는 독성이 강한 뿌리덩어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한결같다.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 독은 사람을 죽이는데도 쓰였으나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귀한 약재로도 쓰인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독이 되면서 약이 되고 약이지만 동시에 독이 되는 일들은 살면서 종종 일어난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오롯이 내 속에 어찌 품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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