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DS 환자 "신약 있어도 못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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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DS 환자 "신약 있어도 못 먹는다"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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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적다' 시장논리에 국내 도입조차…5년간 국내 시판 '겨우 3종'

 

국내 후천성면역결핍증(이하 AIDS) 환자들은 "수요가 적다"는 시장논리 때문에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AIDS 신약을 구경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다수의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조차 안되고 있으며, 도입 허가가 떨어져도 절반 가까이가 판매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작년 4월 열린 '제3차 유럽 HIV약제 내성 워크샵'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에 대한 내성률은 80%에 이르며,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RTI)에 대한 내성률은 69%,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NNRTI) 41%, 단백질분해효소억제제(PI) 내성률 36%로 대상자의 거의 반수 이상이 두개이상의 약에 내성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7%는 3가지 기전의 모든 약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감염인에 대한 내성검사는 물론 기존 약품투여 감염인들에 대한 내성검사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서 정확한 수치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유럽보다 HIV약의 종류가 적은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감염인 중 약 120명은 국내 사용되는 모든 약제들에 내성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HIV약은 병용요법이라 하여 2-3가지 이상의 약으로 치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한가지에서라도 내성이 발생할 경우 바이러스 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성문제는 중요하며 다양한 에이즈 약이 제 때 공급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애자 의원실이 식약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이즈 치료제의 국내 수급사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FDA 통계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세계 판매가 허가된 신약 13종(약제성분기준) 중 국내에 시판허가를 받아 판매실적이 있는 약은 고작 3건(23%)에 불과했다.

한편, 같은 기간 국내에 시판 허가된 치료제는 약제성분기준으로 모두 10종이며, 이중 4종이 국내 시판허가만 받은 후 판매실적이 없었다.

심각한 것은 판매실적이 없는 사유인데, '지도부딘 제제'와 '반수네비라핀 제제'는 사유가 각각 '시장성 없음'과 '수요가 없음' 이었다.

한마디로 "허가는 받았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 환자가 찾건 말건 약장사를 접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시장 논리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로 도를 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제약회사인 로슈는 '푸제온'이라는 치료제를 미국과 유럽에서 환자 1인당 약 2만 달러에 시판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판매가 허가됐음에도 "자신들이 요구한 가격으로 보험 약가가 결정안됐다"는 이유로 판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한미 FTA협상이 체결되면 AIDS 감염인들이 받게 될 의약품 접근권은 더욱 침해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은 약값인상은 물론 특허연장, 유사의약품 제재 등을 관철해 치료제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제거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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