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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야고(野菰)꽃 이야기- 열 여덟 번째
유은경 | 승인 2019.11.08 03:50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기생식물하면 떠오르는 음침하고 어두운 느낌을 단번에 없애주는 꽃이다. 빛깔이 고와서 자꾸 쳐다봐진다. 광합성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잎은 거의 퇴화돼 흔적만 남아있다. 줄기도 마찬가지. 그것도 지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길쭉한 것은 꽃자루이다. 생김새는 기생식물답게 아주 단순하다.


‘야고’를 반기는 또 다른 이유는 살고 있는 곳이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 한강변, 전망 좋은 공원에 자리 잡고 있으니 나들이하듯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그것이 야고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는 판단을 미뤄둔 상태이지만, 이르게는 8월말에 피기 시작해 9월 한 달 동안은 내내 볼 수 있다.


자생지가 제주도와 남녘 몇 군데 밖에 없다는데 서울시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제주도에서 가져온 억새 씨앗에 섞여 왔고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가스 때문에 땅의 온도가 높아져 싹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야고 꽃은 끝을 살짝 들어 올린 꽃잎 안에 동그랗게 숨어있는 암술을 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몸을 최대한 낮추고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수줍어서인지 들키기 싫어서인지 아님 겸손해서인지 고개를 외로 꼬고 옆으로 피기 때문이다. 그 모양이 담뱃대를 닮아 ‘담뱃대더부살이’라고도 한다.


억새가 하늘을 가리어 만들어준 그늘에서 억새가 만들어 놓은 양분으로 살아가는 야고. 빌붙어 살지만 움츠러들지 않고 놀랄만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낸다. 환한 빛깔로 눈길 붙잡는 매력은 더부살이하는 얄미로운 생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는다.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저 억새는 억울할까, 흐뭇할까.

 

 

 

유은경  gc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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