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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간…지역사회서 움튼 ‘건강의집’18일 건치 정책연, 건강의집 홍종원 원장 초청 특강…'진정한 치료는 약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11.20 17:22
홍종원 원장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회장 전양호 이하 정책연)는 지난 18일 제21차 총회를 개최했다. 정책연은 본격적인 총회에 앞서 국내최초 방문진료 전문 의원인 건강한집 의원 홍종원 원장을 초청, 특강을 들었다.

그는 병원을 ‘공간’이라고 불렀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기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모이는 공간.

장애인 방문진료 전문 의원인 ‘건강의집 의원’ 홍종원 원장은 의료를 매개로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대신, 지역사회에 먼저 스며들어 그 곳에 어울리는 사업의 하나로 ‘의원’을 열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허름한 ‘공간’이 바로 건강의집 의원의 시작이었다.

그가 지역활동을 먼저 시작한데에는 한 영화의 영향이 컸다. 『우리 의사 선생님』이란 일본 영화인데, 돈을 벌기 위해 무의촌에 들어온 사기꾼이 마을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진료하며 정말 그들의 주치의가 되는 내용이었다. 2008년 본과 2학년 때 이 영화를 보면서 홍 원장은 “의사임을 증명하는 건 면허증인가, 신망받는 의사는 어떤 모습인가?”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고 한다.

그래서 2014년 공중보건의사 복무 끝무렵 규정된 의사의 길을 가는 대신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해 지역사회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발걸음 한 곳은 서울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비율이 높은 강북구 번동이었다.

당시 강북구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작했고, 이곳에서 생각한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홍 원장이 처음 강북구에서 맡은 일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건강프로그램’이었다. 강북구 보건소 건강증진과 팀장과 프로그램을 논의하면서, “재미있게 함께 노는 것이, 곁에서 그 아이들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느는 게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 다행히 팀장도 “같이 해보자”라고 쉬이 동의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식의 사업이 진행됐다.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약을 주고 치료하는 건 아니지만, 함께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을 돌아보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네 어르신부터 낯선 이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직접 기획해 지역 축제에서 물건을 판매하기도 했다”면서 “사람이 사람을 모은다고, 지역 문화예술계 청년들도 기꺼이 이 ‘놀이’에 참여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요리프로그램, 신체활동, 오감놀이, 문화예술프로그램 등 콘텐츠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고, 이 사업은 ‘청소년교육 일상 연구소 말랑말랑’이란 이름으로 보건소-구청-지역청년단체-청소년상담기관-지역아동센터가 하나의 울타리가 돼, 정규 사업으로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2014년 막 '건강의집' 공간을 얻었을 당시 (제공=홍종원)
이후 좀 더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을 마친 2015년의 '건강의집' 모습 (제공=홍종원)

그렇게 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는 한 ‘공간’을 얻어 ‘건강의집’이라 이름 붙이고 동네 사랑방을 열었다. 이곳은 막연했던 주민들을 만나게 하고, 여러 자원을 연결하는 거점 구실을 했다. 이곳에서 홍 원장은 지역의 역동성을 주시할 수 있었다고. 

“병원이나 어디에 앉아 무슨 직책을 가지고 환자를 기다리는 것 보다 그냥 동네에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대로, 그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주제의 동네 소모임이 이뤄졌다.

그는 이러한 공간을 만든 또 다른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건 서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사이의 신뢰가 깨졌다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어울려 놀고 한가하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피곤하긴 하지만 여러 ‘축제’라 이름붙인 사업들을 2주에 1번씩 2년 동안 했다. 매일 모여서 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이 확장되고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가진 문제의식이 한편에서는 청년 거주문제로 이어져 협동조합 기업인 로컬엔터테인먼트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로컬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지역을 즐겁게 하는 문화공연 기획부터, 지역과 함께하고 함께 사는 임대주택 ‘터무늬있는 집’ 사업으로까지 확장됐다.

‘듣는 게’ 주치의 일·병원은 건강한 삶 고민하는 ‘공간’

이런 일을 하면서, 홍 원장은 의사로서의 지역활동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미 강북구 보건소 소속 의사로 지역 보건의료사업에 잔뼈가 굵은 김창오 선생과 같은 뜻이 있음을 확인했고, 또 때마침 지난 2018년 정부의 커뮤티니케어 정책의 하나로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이 발표됐다.

게다가 번동 지역은 특히 장애인구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정도가 장애인으로 추정되는데 번동의 경우 지역 인구 중 10%가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고, 그 중 중증장애인 비율은 5%에 이른다. 그래서 홍 원장과 김창오 선생은 방문진료만으로 수익구조를 갖춘 개인의원 개설을 결심했다.

‘건강의집’은 대부분의 환자가 장애인임을 고려해 병원 문턱을 낮춘 1층에 자리를 잡고, 마을에서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청년들, 그리고 장애인 단체 등 당사자들과 함께 병원 디자인을 논의한 끝에 소위 ‘인스타 감성’으로 인테리어를 마쳤다.

이렇게 9개월 간의 치밀한 준비를 통해, 올 3월 정식으로 ‘건강의집 의원’의 문을 열었다.

건강의집 의원 내부 (제공=홍종원)

건강의집 의원은 ▲방문진료만을 실시하고 외래진료는 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범위 내에서 진료하고 비급여 진찰료(교통비 등)는 받지 않는다 ▲1회 방문당 30분에서 1시간 가량 충분한 진료시간을 갖는다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에 참여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4일 근무하고 근로외 시간에는 자율적 활동을 수행한다 등 5가지 원칙을 갖고 방문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방문진료, 왕진이라고도 부르는 이 일이 의사인 홍 원장 자신에게도 환자들에게도 낯선 일이라 자리잡기까지 정말 ‘비효율적’으로 진료를 다녔다고 한다.

그는  “초기엔 환자가 별로 없어서 다 우리 환자라 생각하고 의사 두 명, 간호사 한 명, 이렇게 셋이서 환자를 방문했다. 하루에 2~3번도 같은 환자를 찾아간 적도 있다”면서 “사실 장애인 주치의라고 해서, 방문진료를 간다고 해서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서 최대한 많이 환자들의 말을 ‘듣고’있다. 그 분들의 이야기에서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게 주된 일인 거 같다”고 밝혔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 따라 장애인 주치의로 등록하면 연 12회 방문진료가 가능하지만,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고 홍 원장은 짚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막상 다녀보니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됐다. 처음엔 몇 명 안되던 환자도. 같은 환자나 요양사의 소개로 9개월이 된 지금 시점엔 등록 환자만 8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 방문진료가 지역사회 활동의 연장이자, 병행 가능한 형태라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에 2~3번만 온전히 방문진료에 쓰고 나머지 시간은 지금까지 나름 해 온 활동도 할 수 있다”며 “임상의로 대단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건강의집 의원 의료진 일동(제공=홍종원)

하지만 그가 방문진료를 하는데는 이런 단순한 이유뿐 아니라 ‘진정한 치료는 약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홍 원장은 “진정한 치료는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그 말을 믿고 싶고 증명하고 싶기도 하다”며 “지금 의료라는 게 중립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약을 쓰는 방식이나 여러면에서 그렇지도 않다. 학창시절에도 배우면 배울수록, 병원을 왔다갔다하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것일까. 병원진료가 전부는 아닌것 같다. 수직적인 체계는 바뀔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의료를 매개로 지역사회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의료를 끌어오는, 이런 시도를 해 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에 조금 균열을 내고, 병원이 어떤 ‘공간’으로써 사람들을 이어주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다 보면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함께 성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방문진료가 의원체계안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 좋겠다”면서도 “방문진료의 지속가능한 형태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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