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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정선바위솔꽃 이야기- 열 아홉 번째
유은경 | 승인 2019.11.22 17:01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발목까지 감싸주는 제일 튼튼한 중등산화를 꺼내 신었다. 여정이 험한 까닭이다. 강원도 산골일 뿐 아니라 바위너덜지대와 아찔한 절벽을 누벼야 한다.


처음 발견된 곳의 지명이 붙여진 ‘정선바위솔’은 바위솔 중 비주얼을 으뜸으로 치는데 사는 곳은 영 어울리지 않게 칙칙하고 어두운 바위다. 험악한 곳이어서 그 미모가 더욱 빛나는 것일까. 탁월한 선택이라고 하기엔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납작한 연꽃모양으로 바위에 엎드리어 겨울을 난다. 그리고 어느해 가을, 잎은 분홍빛으로 변하고 밀어올린 꽃대에서는 빽빽하게 꽃이 핀다. 다섯 갈래로 갈라진 연녹색 꽃받침 속의 연노랑꽃, 수술 끝에 매달린 노란 꽃밥과 꽃보다 더 예쁘게 여물어가는 빨간 씨앗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진리가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이다.


바위솔들의 매력은 여러해살이여서 내년에 꽃 피우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귀엽고 앙증스런 2세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어미들의 모습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정선바위솔의 수난은 그 미모가 알려지면서부터이다. 거기에다 바위솔들이 특정 질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눈에 뜨게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발길이 수월하게 닿는 곳의 자생지는 사라질 위기이고 보호하자고 만들어 세운 자생지 간판이 있는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점점 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고 있다. 숨어드는 속도가 인간의 무분별해지는 속도보다 빠르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유은경  gcnewsmoon@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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