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발’ 갈 길 먼 치과감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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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발’ 갈 길 먼 치과감염관리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12.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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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공청회 개최…‘사회 안전’ 아젠다로 치과감염관리 다뤄져야
대한치과의사협회 주최,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공청회가 지난 10일 서울대치과병원 지하1층 남촌강의실에서 개최됐다.

치과감염관리에 대한 정부 당국의 무지와 무관심이 지적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협회장 김철수 이하 치협)는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지하1층 남촌강의실에서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치협이 ‘치과의료기관 감염관리 교육자료 개발 및 보급’을 목표로 공동연구를 수행, 치과 특성에 맞는 치과감염관리 자료 개발 과정을 짚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는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신호성 교수의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개발 및 주요 내용’, 치협 황재홍 경영정책 이사의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권고수준’에 대한 주제발표, 패널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의 치과감염관리 지침을 참고해 ▲치과의사, 진료인력 모두 관여되는 전 치료과정 ▲비진료 구역 및 비진료과정에서의 감염예방지침 ▲직업안전 ▲감염관리 원리와 관련한 행정측면에서의 감염관리체계 ▲기구 재처리실 설계 등 특별 고려사항이 총망라됐다. 매뉴얼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제안 등을 반영해 보완·수정을 거쳐 내년 초 발간될 예정이다.

종합대책 속 치과는 고려되지 않았다. 왜?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조영대 사무관

이날 토론회에서도 치과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무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차원의 감염관리에 대한 종합적 대책은 있으나 그 중에 치과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조영대 사무관은 “보건복지부 차원의 종합대책은 있으나, 치과병·의원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 감염관리 인력에 관한 내용은 없다”면서 “구강정책과 차원에서 실행계획 정도를 생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치과병원, 치과의원 단독의 감염관리를 누가 어떻게 어떤 형태로 담당할 것인가에 대해 기존에 논의된 것이 있지만, 제도적 확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없다”면서 “치과계 내부 교육, 의료기사에 대한 교육 등 감염관리를 누가할 것인지에 대한 치과계 총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의과에서 지난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감염예방관리료를 어떻게 치과병·의원 적용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구강정책과 단독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해보자는 것까지 이야기가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공청회 마지막에 “올해 구강정책과가 생기면서 대내외적으로 기대를 받고 잇는 게 사실”이라며 “감염관리 영역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패널 의견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갖고 정책 추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복잡할 것 없다 ‘감염관리=국가책임’

서울대 치과대학 김각균 전 교수

이에 이번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집필 총괄위원장을 맡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김각균 전 교수는 감염예방관리 문제는 치과계의 노력 여하가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극단적인 의료제도를 실시함에도, 감염예방관리에 대한 책임은 국가와 전문기관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지난 1970년대 A·B형간염이 발생했을 때 전체 의료인 중 치과의사를 감염위험 1순위로 지정하고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 CDC와 미국치과의사협회가 감염관리제롤 공동으로 만들었고 감염관리료는 필요한 만큼 받되, 감염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은 미국치과의사협회가 지도록 했다”며 “영국은 국가주도로 실용적인 감염관리를 실시하고 모든 제반비용과 책임도 국가가 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어디에서 얼마나 감염관리 소홀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번 복지부의 발언은 감염관리에 대한 국가책임을 비껴나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치과병·의원내 감염관리 소홀에 대해 진료인력들은, 치과의사에게 보호책임을 묻고, 치과의사는 국가에 이 책임을 역으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과감염관리, ‘안전 사회’ 아젠다서 접근해야

건치 홍수연 공동대표

패널토론에 나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홍수연 공동대표는 ‘치과감염관리’가 국소적이 아니라 ‘위험사회에서의 안전’이라는 큰 틀에서 ▲환자 안전 ▲의료인의 안전 두 가지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 안전의 경우 사회적 아젠다로 접근하면서 감염관리 문제를 확산시키고, 의료인의 안전의 경우 전문가주의의 하나로 적극적 구현방식이 돼야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안전사회를 희구하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도덕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치과감염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현실적으로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드는 제반비용에 대한 사회적 지원, 의료수가 보상, 감염관리 전담인력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병·의원 내 감염관리 문제는 비용문제와 떨어질 수가 없는데, 일반적으로 치과의원에 바람직하게 요구되는 멸균기기나 일회용품, 재사용 기구에 대한 소독료, 멸균료 등만 해도 비용이 엄청나지만 이를 보상받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감당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의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가 보상 등 일정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병·의원내에서 감염관리에 대한 위상을 재정립하는 한편, 감염관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사회적 일자리로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미안한 얘기지만, 치과위생사들 면접을 보면 ‘소독실 주임님’이 있는지를 물어보는데, 이는 기구 재처리 과정에 대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떠한 인식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례”라면서 “감염관리 매뉴얼이나, 교육에 관한 것은 사실 감염관리를 어떤 위상으로 취급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염관리자로 간호조무사가, 치과위생사가, 무자격자가 활동하게 되더라도 매뉴얼 안에 이러한 사회적·교육적 내용이 고려돼야 한다”며 “감염관리자에 대한 경제적 처우, 이런 것들이 사회적 일자리로 만들어 내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과 편중’ 감염관리 기준 바꿔야

또 다른 패널들도 감염예방관리료, 병원인증평가 등 관련 제도들이 ‘의과’에 편향돼 있는 한계를 짚으며, 치과계 현실을 정부당국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통서울치과 김진립 원장은 개원가에서의 감염관리 현실을 짚으면서 “감염예방관리료는 병상을 기준으로 지급되고, 치과의원에서 병원으로 확장을 하려해도 의과의 ‘병상기준’이 치과에도 적용된다”면서 “Doctor of Dental Surgeon이란 치과의사 학명에서 보듯 외과에 준하는 침습적 수술을 하는 직역임에도 감염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이기준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실천되게 하기 위해 어설프게 당위성과 ‘의사 윤리’를 강조하는 것 보다 치과 현실에 맞게 ‘병상 수’가 아닌 ‘유닛체어 수’ 등으로 기준을 개선하고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강남365치과의원그룹 이고은 전략기획실장은 매뉴얼 발간과 함께 감염관리 관련 보수교육 의무화, 감염예방관리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대한치과기공사협회 우창우 부회장은 기공물 감염관리 규정에 따른 별도의 기공수가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치협 김철수 협회장을 비롯해 나승목·최치원 부회장,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장재원 과장, 조영대 사무관,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임춘희 회장, 대한치과기공사협회 김양근 회장, 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 임훈택 회장, 대한치과병원협회 황의환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주최,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 공청회가 지난 10일 서울대치과병원 지하1층 남촌강의실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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