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먹고 잘사는법] 흰쌀밥과 각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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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 잘사는법] 흰쌀밥과 각기병
  • 편집국
  • 승인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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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 다닐 때 쌀눈 떨어진다고 쌀 빡빡 씻지 말라고 배웠다. 쌀눈을 안 먹으면 각기병이 걸린다고 했고 쌀뜬물은 받아 된장국을 끓여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씨눈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새 하얀 밥을 먹으면서 내가 먹고 있는 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더 하얗고 고슬고슬한 밥을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쌀의 도정율은 10분도를 넘었다. 쌀은 왕겨를 벗겨내고 5번 이상 깍아 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씨눈이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도정하고 정제한 새 하얀 밥을 먹으면서 온통 신경 증상을 앓고 있어도 내가 먹는 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각기병은 아닐까 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오지 않았다.

각기병은 도정하지 않은 곡식의 씨눈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인 티아민 결핍증을 말한다.
각기병의 증상은 무릎아래 힘이 없어지고 쉽게 피로하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갑자기 빛도 싫어지고 피부에서는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도 있고 심장은 비대해지고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위는 움직이지 않아 소화가 잘 안되고 장은 움직이지 않아 변비가 생기는 등 각종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티아민은 탄수화물 대사에 가장 필요한 비타민 중에 하나로 이 영양소의 결핍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심각한 차질을 불러오고 이것은 곧 뇌와 모든 신경 조직의 기능 저하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평생 쌀 서말을 못먹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쌀농사가 어려운 나라였기 때문에 조상들은 구황 작물이라고 하여 조나 수수, 피와 같은 밭작물들을 심었고 대부분 이런 거친 곡식들을 주식으로 삼아왔다. 조나 수수, 피와 같은 잡곡들은 그 크기가 작아 도정할래야 도정할 수가 없었고, 산업 사회 이후에 발전한 도정 기술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갑작스런 주식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수천년 동안 거친 곡식에 익숙해져 왔다. 거친 곡식, 자연 상태의 도정하지 않은 곡식의 영양을 우리 몸은 필요로 하고 있다. 도정하지 않은 곡식이 티아민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곡식의 씨눈과 껍질에는 탄수화물을 대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들을 함유하고 있고 좋은 식물성 지방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의 흡수 속도를 내 몸이 처리할 수 있는 속도로 조절해주며 몸안의 노폐물의 배설을 원활히 해주는 섬유질이 풍부하다.

밥을 되도록 도정하거나 정제하지 않은 통곡의 식사, 현미 잡곡밥으로 바꾸면 신체의 모든 신경 기능이 안정되어 마음의 편해지고 소화가 잘 되고 배설이 잘 일어나 몸이 훨씬 가벼워짐을 체험할 수 있다. 현미, 현미 찹쌀, 차조, 수수, 통보리, 콩, 팥 등을 섞은 현미 잡곡밥을 먹는 것은 활기찬 삶의 시작이다.

김수현(바른식생활실천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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