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징계로 자정능력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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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징계로 자정능력 입증해야…
  • 신순희
  • 승인 2020.01.14 17: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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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신순희 논설위원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 곧 윤리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대상은 전직 강남구치과의사회 회장 A씨.
그는 미성년자 여러 명을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꼬여서 성관계를 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중이라고 한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은 며칠 전 채널A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정작 치과계는 잘 모르고 있지만, 주요 검색창에 그저 ‘치과의사’로만 검색해도 해당 범죄와 A씨의 치과병원 이름이 연관 검색어로 뜰 만큼 많은 국민의 분노와 주요언론의 관심이 지대하다. 치과의사의 이미지를 밑바닥 그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어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수치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도내용보다 더 충격이라 지적하는 건, A씨가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아무런 제재 없이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의료인 면허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의료인의 성범죄에 대해 주요 선진국의 징계는 대체로 신속하고 엄격하다. 독일은 기소만으로도 판결 확정시까지 의료인 면허가 일시 정지되고, 일본도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며, 미국의 뉴욕, 매사추세츠, 텍사스 등에선 범죄기록으로 인한 징계 등을 환자가 열람할 수 있고, 캐나다 또한 의료과실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고 한다. 일반인에 비해 의료인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이런 기준들은 당연히 환자보호가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관련 의료법은 도저히 선진국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한 상태이다. 2000년 의료법 개정 이전에는 성범죄 등 형사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취소가 가능했다. 하지만 2000년 의약분업 갈등 이후 의료계 달래기 형태로 개정됐다는 현행 의료법에서는 살인이나 성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게 되었다. A씨 또한 미성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어도 개정 의료법으로 면허를 보호받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의료인까지 보호하는 이런 의료법이 과연 의료계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명 ‘철밥통’ 의료면허 시스템이라고 국민에게 조롱받는 이런 법규가 정말 우리 의료인 모두를 지켜주는 안전장치인지, 아니면 소탐대실함으로써 국민신뢰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는 자충수인지 비용편익 분석을 다시 한 번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최근 우리 치과계는 협회차원의 강력한 자율징계권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바로 그 자율징계권의 적용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제 식구 감싸기나 밥그릇 지키기 용인지 국민들은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촬영·소지한 전직 강남구치과의사회장조차도 치과계가 제대로 자체 징계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과연 자율징계권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있는 권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없는 권한을 달라고 한다면 누가 귀 기울이겠는가. 우리 치과계에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줄 수 있는 권력의 진짜 주인인 국민에게 어필하고자 한다면, 어쩌면 이번 미성년자대상 성범죄 치과의사 사건이 바로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을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이번 건은 미성년자 대상의 성범죄 사건이다. 이런 최소한의 윤리수준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엄격한 윤리기준을 우리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갈 때만이 국민은 우리에게 그에 걸맞은 권한을 위임해줄 것이다. 비록 현행 의료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낮은 수준일지라도 우리 치과계 내부의 자율징계가 독일같은 선진국 수준의 높은 엄격함을 표방한다면 법을 넘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서치의 징계가 치협의 권한을 넘을 수 없고 치협의 권한이 법률의 한계를 넘을 순 없겠지만, 바로 얼마 전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이 나라에서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법률의 한계 따위 언제든 무너뜨리는 최상위 권력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진짜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권력을 얻는 것이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국회의원 몇 명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법 개정 치트키라는 것을 말이다.

1인1개소법에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났다고는 하지만 일부 네트워크치과에서는 여전히 명의대여 등의 1인1개소법 위반, 과잉진료, 위임진료, 허위·과장광고, 환자 유인알선 등 불법이 난무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불법을 막고 의료윤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협회차원의 강력한 자율징계권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곧 열리는 서치 윤리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가 나오길 기대한다. 최종 결정은 어차피 대치몫이라는 핑계 따위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어서 열릴 대치 윤리위에서도 가장 강력한 징계가 내려지길 고대한다. 법률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변명 따위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회원보호라는 원론, 혹은 전직 협회 임원이라는 인지상정 따위가 끼어들거나 이러저러한 핑계, 변명으로 미성년자 성폭력 혐의자에게 솜방망이 징계 시늉만을 한다면 적어도 그 결정이 협회의 강력한 자율징계권 요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은 뜻임을 알고 책임져야 할 것이다.

강력한 명분이 있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을 때 부족한 부분이 저절로 채워지는 국민권력의 기적을 기대할 수 있다.

부디 이번 서치 윤리위에서 치과계의 강력한 자정능력을 입증하여 국민이 우리에게 자율징계권이라는 진짜 강력한 권한을 허용하는 계기가 되어 주길 엄중히 주문해본다.

 

신순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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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회장선거는... 2020-01-15 20:05:08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실현할 사람으로 뽑아야겠군...근데 뭐 있긴할까 싶네요

옳소!!! 2020-01-14 18:33:07
수치....과~연 수치스럽군요. 미성년자에게 저따위 범죄를...어휴...지는 자식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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